이낙연 “제 갈 길 가겠다”···이르면 3일 창당 선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르면 오는 3일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와 통합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다. 민주당 내 정풍운동을 지향하는 의원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 4명의 거취 결단 시점도 다가왔다. 민주당은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분당 수순을 밟게 됐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1월 1일 행주산성에서 신년인사회를 한 후 며칠 뒤에 신당 창당 구상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에 탈당해 신당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이 대표와 회동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예견된 결과나 마찬가지였다. 이 전 대표는 지난 30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이 대표와 55분간 배석자 없이 만났지만 이견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이 전 대표가 요구한 대표직 사퇴 및 통합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이 대표가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 대표는 회동에서 “당원과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므로 사퇴나 비대위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는 회동 직후 취재진과 만나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에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춰 단합을 유지하고 총선을 반드시 이겨야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당에 부족함이 많겠지만 당을 나가시는 것이 길은 아닐 것이라는 간곡한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전 대표를 바라보며 “총리님, 다시 한번 (신당 창당을) 깊이 재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고 말했지만 이 전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대표가 “먼저 갈까요”라고 말하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이어 취재진 앞에 선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형편없는 폭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오늘 그 변화의 의지를 이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차차 말씀드리겠으나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서 제 갈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명분쌓기용 만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사퇴 요구를 받아들일 뜻이 없었고 이 전 대표에게 다른 절충안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도부와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나갈 사람은 나가라’는 식의 분위기도 있었다. 이 대표 중심으로 총선을 치러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낙연 신당’에 현역 의원들이 얼마나 합류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이 모여 만든 민주당 내 ‘원칙과 상식’도 탈당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원칙과 상식’ 소속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가 회동에서 ‘이재명의 당으로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라며 “조만간 4명이 만나 탈당을 포함해 새로운 정치를 위해 무엇을 할 건지 결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최성 전 고양시장 등이 ‘이낙연 신당’ 합류 의사를 밝혔다.
친이낙연계 의원들 의원 일부도 내년 2월쯤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한 친이낙연계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에게 현역 의원들이 없으면 당이 성공하기 어려우니 1월 말까지는 기다리라고 탈당을 만류했다”면서 “이 대표가 공천 학살을 하려 한다면 현역 의원들도 신당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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