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진화의 빛에 비추지 않고는 생물학의 어떤 것도 납득되지 않는다"

심영구 기자 2023. 12. 3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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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싱가포르 국립대학(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아 진화학회(The 3rd AsiaEvo Conference)에 참석했다.

2016년 유럽에서 열린 한 진화학회에서 만난 아시아 진화 연구자들이 '왜 이렇게 멀리까지 날아와야지만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인가? 우리도 가까운 데에서 만나서 학회를 갖자!'하는 결의를 하게 되고, 실제로 학회 조직이 급물살을 타게 되어 2018년 제1회 아시아 진화학회가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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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칼럼] 한국의 진화생물학은 어디쯤 왔을까 (글 : 이대한 교수)


지난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싱가포르 국립대학(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아 진화학회(The 3rd AsiaEvo Conference)에 참석했다. 아시아 각지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오세아니아에서 300여 명의 진화생물학자들이 흥미진진한 진화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2박 3일의 일정 동안 무려 21개의 세션이 진행되었는데, 나도 〈적응의 유전학과 새로운 형질의 진화(Genetics of adaptation and evolution of novel traits)〉라는 세션에서 초파리 진화 연구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내용들을 소개했다.

진화생물학은 방대한 학문이다. 종의 다양성과 보존에서부터 유전자의 탄생과 죽음까지, 매우 작은 분자들의 미시적인 세계에서부터 거시 세계의 복잡한 생태계까지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생명의 변화를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번 학회에서도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진화, 척추동물의 고생물학, 성의 진화, 해양생물의 발생 진화, 진화잠재력에 대한 고찰 등 다양한 주제들이 다뤄졌다. 아직 논문으로 발표되기 전의 연구 결과들이라 이 지면에 소개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지만, 저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 놀랍고 신기한 발견을 접할 수 있었다.

이번이 나에게는 첫 아시아 진화학회 참석이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학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학부 연구원으로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나의 학생이 지난 학기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싱가포르 국립대학에서 진행하였는데, 그때 학생이 수강한 수업 중 하나가 나비 연구자이자 이번 학회의 주최자(organizer) 교수 중 한 분인 Antonia Monteiro였다. 이 학생을 통해 아시아 진화학회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학회 내용이 너무나도 훌륭하여 참석하게 된 것이다.

출처: 싱가포르 국립대학 공식 홈페이지


학회에 참석하면서 아직 신생 학회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 진화학회의 출범에 대해 더 자세한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2016년 유럽에서 열린 한 진화학회에서 만난 아시아 진화 연구자들이 '왜 이렇게 멀리까지 날아와야지만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인가? 우리도 가까운 데에서 만나서 학회를 갖자!'하는 결의를 하게 되고, 실제로 학회 조직이 급물살을 타게 되어 2018년 제1회 아시아 진화학회가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첫 아시아 진화학회가 열린 곳은 바로 중국의 선전이었다. 중국국립유전자은행(China National Genebank)과 중국학술원 동물진화연구센터(Center for Excellence in Animal Evolution and Genetics at Chinese Academy of Sciences)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첫 학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기관들과 함께 일본의 진화학회 또한 학회 개최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제2회 아시아 진화학회는 일본에서 개최하기로 결의하였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그리고 이번 세 번째 학회는 아시아 최고 대학으로 평가받는 싱가포르 국립대학에서 열리게 되었다.

특히 이번 학회 내내 중국의 연구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3개의 기조 강연 중 2개가 중국 대학 교수에게 돌아갔는데, 연구 성과가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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