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볼보이→美하와이 집주인…‘야생마’ 양용은 “골프가 내게 준 선물들”[이헌재의 인생홈런]
그런데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메이저대회 평생 출전권을 가진 선수가 있다. 제주 출신의 ‘바람의 아들’ 양용은(52)이다.
양용은은 2009년 열린 PGA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양용은은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자신이 원하면 언제나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메이저대회 우승자들은 이듬해 역대 챔피언들을 모아 식사를 대접하는 ‘챔피언스 디너’ 행사를 연다. 양용은 역시 매년 PGA챔피언십 챔피언스 디너의 초청대상이다. 사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근사한 정장을 차려입고 행사에 참여해 왕년의 챔피언들과 옛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양용은은 “매년 15~20명 안팎의 챔피언들이 행사에 참여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내가 유일한 아시아 출신이다. 그런 점에서 뿌듯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단기사병으로 군대를 다녀온 후 생활비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자리를 잡은 게 골프 연습장이었다. 숙식을 제공하는 제주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골프공을 줍고 각종 뒤치다꺼리를 하며 독학으로 골프를 익혔다. 어깨너머로 프로들의 샷을 배우고,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며 하루 12시간씩 공을 때렸다. 그는 “돌이켜보면 PGA투어 3승을 거둔 김주형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던 것”이라며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 선수층이 그리 두텁지 않았다. 어쨌든 잘 견뎌내고 프로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이동은 편하지만 아무래도 시장이 그리 크지 않다. 유럽은 대회 환경은 좋지만 이동하는 게 쉽지 않다. 유럽 각국을 쉴 새 없이 다녀야 하는데 한국 식당도 찾기가 힘들다”며 “역시 가장 좋은 건 PGA투어다. 물론 거의 매주 이동해야 하지만 잘 치는 만큼, 또 노력한 만큼 보상과 성취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무대 역시 승부의 세계다. 베테랑들도 우승컵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건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124만 달러(약 16억 원)의 상금을 벌어 이 부문 15위에 오른 양용은은 “새해에는 꼭 한 번 우승을 해보고 싶다. 상금 순위도 10위 안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당장 은퇴해도 괜찮은 나이이긴 하다. 하지만 아직도 골프가 너무 재미있다”며 “언제까지 골프 선수로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전까지,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라며 웃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양용은은 요즘 미국 집이 있는 하와이에서 체력을 키우고 있다. 그가 하와이에 집을 마련한 건 7, 8년 전이다. PGA투어 뿐 아니라 한국, 일본, 유럽 등을 고루 다니기 좋은 장소를 찾다가 하와이에 터를 잡았다. 그는 “무엇보다 이곳 날씨가 너무 좋다. 한겨울에도 기온이 20도 이상 올라갈 정도로 따뜻하다. 체력을 키우고 샷 연습을 하기에 좋다. 은퇴 이후까지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가장 공을 들이는 건 역시 체력 훈련이다. 50대가 되면서 근력이 예전 같지 않은 걸 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 때 잠시 보디빌딩을 했던 그는 한때 고중량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3대 500(스쾃,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중량을 합쳐 500kg의 무게를 드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3대 300’정도는 가뿐히 해냈다. 하지만 그 여파 때문인지 10년 전쯤 목 부위에 큰 부상이 왔다.
그는 “나도 모르게 무게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무게는 줄이고 횟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운동을 한다. 중년 이후의 나이에서는 근력을 키우는 것보다 유지만 해도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한 때 벤치프레스로 80kg이상을 한 번에 10~12회씩 들어 올렸던 그는 요즘은 30~40kg 정도의 무게를 든다. 대신 3, 4세트를 하던 걸 5, 6세트로 늘렸다. 스쾃이나 데드 리프트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확실히 몸에 무리가 덜 가면서도 운동 효과는 뛰어나다”고 했다.
그는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60세까지는 투어를 다닐 것 같다”며 “그때까지는 집중해서 선수 생활을 하고 이후에 새로운 계획을 세워볼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골프장에 가는 게 즐겁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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