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잔치’ 뭇매 맞았던 은행, 희망퇴직금·성과급 축소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한 은행권이 1년 전보다 특별퇴직금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직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성과급 규모도 줄였다. 은행권이 거둔 순이익은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연초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성과급을 ‘돈 잔치’라고 비난했던 것을 의식해 퇴직금 등의 액수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은 1972년생부터 신청을 받는데 특별퇴직금으로 근무 기간 등에 따라 최대 18~31개월 치 급여를 준다. 1년 전(23∼35개월)보다 축소됐다.
하나은행은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근무 기간에 따라 최대 24~31개월 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한다. 1년 전엔 최대 36개월 치를 줬다.
신한·우리은행도 각각 1년 전 최대 36개월 치 급여에서 31개월 치로 특별퇴직금이 줄었다. NH농협은행은 1년 전 나이에 따라 최대 28~39개월 치 급여를 특별 퇴직금으로 줬으나 이번엔 20~28개월 치를 지급한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는데도 시중은행이 특별퇴직금 규모를 축소한 것은 연초 윤 대통령이 ‘돈 잔치’라는 표현을 쓰며 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난했던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에도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더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고려해 임금 인상 폭과 성과급 규모도 줄였다. 은행권 임금인상률은 지난해 3.0%보다 낮은 2.0%로 결정됐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통상임금 400%와 200만원이었던 성과급을 올해 통상임금의 200%와 300만원으로 축소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기본급의 361%(현금 300%·우리사주 61%)였던 성과급을 올해 기본급의 281%(현금 230%·우리사주 51%)로 줄였다.
임단협을 진행 중인 국민·하나·우리은행도 지난해보다 성과급 규모를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론 등을 고려해 노사가 조금씩 양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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