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바이오워치]美 바이든 '약가인하 전쟁' 본격화
국내 바이오시밀러 '반사이익' 기대
"공화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지해 대형 제약사 주머니에 돈을 채워주려 애쓰는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의료비용을 낮추는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14일 미국 백악관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약가인하 정책을 소개하면서 쓴 표현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약가인하 정책을 추진해 왔는데요. 현지 제약업계에서는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사실 약가인하는 미국서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소재인데요. 국민들의 실질적인 의료비 부담을 줄여 표심을 얻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바이든과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서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제약업계에 "폭리를 멈추라"며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단순한 경고에 그치지 않고 전례 없는 수단을 동원하면서까지 제약업계를 압박하고 있어서죠.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약값이 가장 비싼 나라로 꼽힙니다. 지난 2021년 기준 전문의약품 가격이 주요 7개국 대비 256% 높은 것으로 조사된 적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8월 IRA법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등이 가입한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에 등재된 10개 의약품에 대한 약가인하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메디케어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약가인하에 업계의 충격이 컸지만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관련기사: [글로벌 바이오워치]제약사들, 미국 약가인하에 줄소송
미 정부가 지난 7일 제약사가 보유한 특허권한을 허물 수 있는 '특허개입권(march in rights)' 행사에 관한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면서 제약업계가 발칵 뒤집힙니다. 특히 가격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특허개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논란을 샀는데요. 미국인이 낸 세금으로 개발을 지원한 의약품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정부 측의 입장이었죠. 반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힘들게 개발한 의약품의 특허권이 침해될 경우 개발비용을 회수하기도 전에 경쟁약물과 시장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백악관은 곧바로 일주일 뒤 메디케어에 등재된 의약품 중 최근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가격을 인상한 48개 제품 목록을 공개했습니다. IRA법에 따라 내년 1분기부터 해당 의약품을 이용하는 메디케어 가입자에게 가격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향후 제약사들에게 이 비용을 모두 상환받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제약업계의 약가인상을 저지하기 위한 전방위적 공세를 펴고 있는데요. 지난달 FTC는 애브비, 아스트라제네카 등 10개 제약사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의약품 및 의료기기 특허를 등재했다고 판단, FTC 차원에서 별도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부적합한 특허 등재로 제네릭의약품이나 바이오시밀러 진입을 지연시키거나 막고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FTC는 제약사 간의 인수합병(M&A)이나 기술거래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는데요. FTC는 지난 5월 암젠의 호라이즌테라퓨틱스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사노피가 메이즈테라퓨틱스와 맺으려던 기술도입(라이선스인) 계약에 이례적인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이들 제약사가 특정 치료제에 대한 독점권한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암젠은 FTC의 소송 취하로 호라이즌테라퓨틱스를 인수하는데 극적으로 성공하지만 사노피는 FTC의 벽을 못 넘고 이달 메이즈와 라이선스 계약을 파기하기에 이릅니다.
미 제약업계는 이같은 정부의 약가인하 압박에 산업 전반이 위축될 것이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계 반발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약가인하 조치를 쉽게 철회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당장 바닥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수를 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한편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이 출렁이면서 국내 제약업계에 미칠 파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계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인하 정책이 잇달아 나오면서 미국이 지금보다 바이오시밀러 도입을 더 늘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러한 흐름이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