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이 흘린 뜨거운 눈물, 전체 1순위가 가진 무게와 부담이었다…“많이 힘들었어요” [MK인터뷰]
“많이 힘들었어요. 묵묵히 참았던 게 터졌나 봐요.”
수원 kt는 지난 30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부산 KCC와의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3라운드 홈 경기에서 98-83 대승을 거뒀다.
KCC의 3라운드 전승이 걸려 있었던 경기. 그러나 kt 역시 2023년 마지막 홈 경기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에이스 허훈이 깜짝 복귀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결국 kt는 KCC의 3라운드 전승 도전을 저지, 오랜만에 안방에서 승리했다.
문정현은 19분 33초 출전, 11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야투 성공률 83%(5/6) 역시 돋보였다.
문정현은 경기 후 코트 인터뷰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에 대해 MK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잠깐 울컥했다(웃음). 그동안 묵묵히 참아왔던 것 같다. 5분도 못 뛰는 날도 많았는데 그때마다 새벽까지 훈련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래서 (눈물이)터진 것 같다. 사실 그렇게 잘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전체 1순위 신인이라는 타이틀은 영광스럽지만 그만큼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학생 선수 시절 문정현의 기량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다만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었다. 모든 전체 1순위 신인들이 그랬듯 말이다.
문정현은 “1순위로 지명된 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결국 프로에선 결과가 중요하더라. 기록지에 뭔가 남지 않을 때는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런 부분이 압박이 됐고 힘들었다”며 “스스로 정한 부분이 있다. 잘한 날에 너무 신나지 말고 못한 날에는 시무룩하지 말자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조금씩 잘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드래프트 동기들, 특히 전체 2, 3순위로 지명된 박무빈(현대모비스)과 유기상(LG)이 활약할 때는 더욱 큰 부담감과 압박감이 생겼다. 오랜 시간 함께 농구를 했던 친구들의 활약은 분명 축하해야 할 일이었지만 반대로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올 때는 스트레스가 됐다.
문정현은 “처음에 욕을 많이 먹은 걸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잠도 못 자고 우울증 비슷한 증세도 있었다. 나도 놀랐다. 밥을 못 먹겠더라. 무빈이와 기상이가 잘하면 사실 기분이 좋다. 대신 나도 1순위니까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밝혔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막내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건 이현석이었다. 문정현은 “힘들 때마다 (이)현석이 형이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 성장통을 겪고 있다면서 성장하는데 아픈 건 당연하다고 말해준 게 기억난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며 “스스로 아쉬운 게 많지만 KCC전에서 조금이라도 해서 다행이다”라고 웃음 지었다.
최근 문정현은 볼 핸들러는 물론 3, 4번을 오가며 공격과 수비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KCC전에서 알리제 존슨과 이승현을 막으면서도 공격에선 1, 2, 3, 4번 포지션을 모두 소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정현은 “kt에 온 뒤, 내가 맡은 포지션은 농구를 하면서 처음 서 보는 자리였다. 뭔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잘하기 위해 농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가진 강점이 있는데 (송영진)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생각하는 부분과 다른 것 같아 속상했고 조금 서운했다(웃음)”며 “한국가스공사전이 끝나고 코치님들이 드리블이 괜찮다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이후 꾸준히 대화를 나눴고 볼 핸들러 역할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잘해왔던 걸 할 수 있게 해주신 것에 감사하다. 나를 믿어주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문정현의 최대 강점은 신인임에도 완성도 높은 수비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 선수 시절에도 남다른 수비 퍼포먼스를 보여준 바 있다. 청소년 대표 시절에는 에이스 스토퍼로 꼽히기도 했다.
문정현은 “수비는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다. KBL의 모든 경기를 보면서 내가 상대해야 하는 선수들의 장점을 분석하고 있다. 경기할 때의 습관 같은 걸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존슨을 수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주로 하는 플레이를 막으려고 노력했고 잘 통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정현에게 있어 기쁨과 슬픔, 고난이 함께했던 2023년이 지났다. 그는 “내게 있어 2023년은 굉장히 감사하면서도 바닥까지 찍어본 한 해가 되지 않았다 싶다. 다사다난했다”면서 “조금 무거운 이야기이지만 나를 믿고 국가대표팀에 뽑아주신 추일승 감독님이 생각난다. 내가 너무 못해서, 그래서 더 죄송하다. 지금이라도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해서 그때 그 선택(국가대표 선발)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계속 발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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