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공화당 대선 후보 급부상…트럼프 맹추격
트럼프 경선 출마 자격 박탈 기회 삼아 적극 유세·광고
트럼프에 "거짓말 했다면 승리할 자격 없어" 견제구
판세 뒤집기엔 역부족 평가…노예제도 외면해 구설수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며 맹추격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CNN 등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선거분석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공화당의 두 번째 경선이 열리는 뉴햄프셔주에서 헤일리는 이날 예비 유권자들로부터 25.7%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44.1%의 지지율을 확보한 트럼프와의 격차는 18.4%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이는 이번달 진행된 다양한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평균 지지율을 산출한 것이다. 메사추세츠대의 조사에서 트럼프(52%)와 헤일리(22%)의 격차가 30%포인트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메리칸 리서치그룹의 조사에서는 헤일리가 29%의 지지율을 기록해 트럼프(33%)를 오차범위 내로 따라붙었다.
헤일리는 1월 15일 아이오와주 전당대회와 같은 달 23일 뉴햄프셔 예비선거를 앞두고 적극적으로 유세를 펼치는 동시에 크리스마스와 뉴햄프셔 예비선거 사이에 게재되는 광고에 1100만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트럼프보다 600만달러, 또 다른 당내 경선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보다 800만달러 각각 더 많은 금액이다.
경선 초기에 공세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FT는 “헤일리는 느리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경선 초기 20%의 지지율을 얻었다”며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공화당원들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콜로라도주에 이어 메인주에서도 경선 출마 자격이 박탈당한 판결은 헤일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 30여개 주에서 트럼프의 대선 후보 자격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이 진행 중이며, 그가 예비후보로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이후 대선 본선 후보 자격에도 법적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헤일리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승리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지도자는 국가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80세 노인을 감옥에 가두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트럼프를 사면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역시 위협을 느끼고 헤일리를 견제하고 나섰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선거캠프 최고 책임자인 공화당 전략가 데빈 오말리는 “트럼프가 헤일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헤일리의 추진력에 대한 증거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어 “시간은 헤일리에게 유리하다. 트럼프와 맞붙게 될 마지막 후보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헤일리가 판세를 뒤집기엔 어렵다는 게 아직은 대체적인 평가다. 첫 경선이 열리는 아이오와주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50%로 헤일리(15.7%)를 34.4%포인트 차이로 크게 앞서고 있다. 헤일리는 이 지역에서 디샌티스(18.4%)에게도 밀리고 있다.
헤일리는 또 노예제 등 역사 인식과 관련된 언급으로 구설수에 휘말린 상태다. 그는 지난 27일 뉴햄프셔주 타운홀 미팅에서 남북전쟁의 원인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정부가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 그리고 자유에 대한 것이며,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며 사람들의 권리란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다”라고 답했다. 질문자가 노예제를 거론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자 되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후 민주당은 물론 당내 경쟁자들로부터도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FT는 트럼프가 아이오와주, 뉴햄프셔주에 이어 2월 24일 헤일리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예비선거에서 승리하면 3월 5일 16개 주에서 투표가 개최되는 ‘슈퍼 화요일’ 이전에 공화당 경선이 끝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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