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민주화운동기념센터 폐쇄 "사료발굴 미흡" vs "역사 퇴보"

장지현 2023. 12. 3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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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지역 민주화운동 역사를 발굴·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문을 연 울산민주화운동기념센터(이하 센터)가 개소 1년 9개월 만에 문을 닫는다.

이어 "인천이나 대구 같은 민주화운동 발원지의 경우 발굴하고 기념해 시민들에게 알릴 만한 부분이 있겠지만 울산은 민주화 발원지라고 하기는 힘들다"며 "센터 유지 비용에 비해 사료 발굴 관련 업무량이 많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센터를 수탁 운영하던 울산민주화운동기념계승사업회는 센터 폐쇄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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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 1년 9개월 만에 문 닫아…앞으로 시가 직접 민주화운동 사업 추진
운영 종료 안내문이 붙어있는 울산 민주화운동 기념센터 [촬영 장지현]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울산 지역 민주화운동 역사를 발굴·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문을 연 울산민주화운동기념센터(이하 센터)가 개소 1년 9개월 만에 문을 닫는다.

울산시는 31일 자로 센터 운영을 종료하고 새해부터 폐쇄한다고 밝혔다.

임대료를 내고 사용 중이던 센터 건물은 임대인에게 반환한다.

센터는 울산시가 2019년 제정된 시 민주화운동 기념 조례에 따라 지난해 3월 중구 성남동 한 건물에 2∼3층에 내부 공사비 1억원을 들여 면적 354㎡ 규모로 조성했다.

개소 2년도 채 되지 않은 센터를 폐쇄하는 이유에 대해 시는 센터 운영 수탁기관의 그간 성과가 미흡했다는 입장이다.

10월 시 홈페이지에 게재된 '울산시 민주화운동 기념센터 운영 민간 위탁 사무 성과평가 결과' 공고에 따르면 수탁기관의 성과평가 점수는 100점 만점에 53.6점이다.

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센터 측이 넘긴 자료를 평가한 결과 민주화운동 참가자 및 사료 발굴 성과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이나 대구 같은 민주화운동 발원지의 경우 발굴하고 기념해 시민들에게 알릴 만한 부분이 있겠지만 울산은 민주화 발원지라고 하기는 힘들다"며 "센터 유지 비용에 비해 사료 발굴 관련 업무량이 많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울산 민주화운동 기념센터 [촬영 장지현]

올해 기준 센터 운영비가 2억9천800만원 들었는데, 이 중 인건비가 2억4천만원으로 사업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또 "사업도 울산지역의 민주화운동 역사보다는 4·19 혁명이나 6·10 민주항쟁 등 전체적인 민주화운동에 대해 홍보하는 데 치우쳐 있었고, 노동운동을 민주화운동의 틀에 맞추는 듯한 내용이 있었다"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센터를 수탁 운영하던 울산민주화운동기념계승사업회는 센터 폐쇄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주장한다.

사업회는 지난 28일 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시가 지난해 말 확정한 본예산에서 센터 운영비를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삭감하는 등 이미 폐쇄 방침을 정해놓은 상황에서 실적 부족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회가 부족해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위탁기관인 울산시가 인정하는 단체를 선정하면 된다"며 "적은 사업비를 갖고 막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는 센터를 폐쇄하는 것은 역사의 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울산지역 총선 예비후보들도 27일 울산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센터 폐쇄는 김두겸 시장 취임 후 만연한 민주, 인권, 노동에 대한 몰이해와 혐오감, 민선 7기 성과 지우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울산민주화운동기념센터 2층 전시관 내부 [촬영 장지현]

시는 기존 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을 앞으로는 직접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관계자는 "조례를 폐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념사업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지는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센터에서 전시·보관 중인 사료나 기증 자료는 기증자 의사에 따라 반환하거나 시 창고에 보관된다.

일부 자료에 대해서는 북구 진장 디플렉스에 조성 중인 소통 협력 공간을 활용해 시민에게 전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울산 민주화운동 기념센터는 지난해 개소 이래 울산지역 민주화운동 기념·전시·교육·학술사업을 맡아 진행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제35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 성남동에 울산 민주항쟁 역사 소개하는 표지판 설치, 울산지역 민주화 운동사 구술 채록 사업, 울산 민주시민교육 강사양성 및 시민강좌, 지역 민주화 역사 탐방, 지역 민주화운동 글쓰기 공모전 등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지역 민주화운동 장소와 부문별 자료 등을 소개하는 전시관을 개관했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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