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를 잇는 실크로드 따라] ⑥구시가지 이췌리쉐헤르(Icherisheher), 역사와 문화의 보존지역
여행과 교육을 삶의 중요한 모티브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 있어서 여행은 세상과 직접 소통하고 교류하는 무대다. 용기 내어 찾아간 세상이라는 판(板)은 어떤 이론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실질적 배움의 장(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여행전문가로의 활동은 세계 각지에서 사용하는 살아있는 영어의 쓰임 및 화용(話用)의 연구에도 실질적 농밀한 접근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체득한 지식을 강의실에서 생생히 전하려 한다.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더라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2019년에는 학생들 10명을 데리고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20일간의 캠프를 개최한 적도 있다. 여행에서 얻은 감동이 그들의 가슴에 닿을 때, 그들의 달라질 미래에 가슴이 벅찼기 때문이다. 이제 여행을 통해 얻은 지혜와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려 한다. 소소하지만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혼자라는 두려움으로 ‘나 홀로 여행’을 주저하거나 혹은 낯선 곳으로 선뜻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들 안의 숨겨진 용기를 꿈틀거리게 하는 불씨가 되기를 소망한다.
- 글로벌여행전문가 임나현 -
⑥ 구시가지 이췌리쉐헤르(Icherisheher), 역사와 문화의 보존지역
아제르바이잔의 바쿠는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구시가지와 세련된 현대식 건축물이 즐비한 신시가지로 나뉜다. 이췌리쉐헤르(Icherisheher)라 불리는 구시가지(The Old City)는 바쿠(Baku)의 역사가 숨 쉬는 장소다. 특히,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역사적 흔적이 진하게 배어 있는 곳이 이췌리쉐헤르다. 그만큼 구시가지의 분위기는 건물이나 건축, 도로 등에서 현대적인 풍경과는 대조되는 독특함을 지닌다. 성벽과 성문, 교회, 마을 광장, 궁전, 모스크 등 다양한 건축물이 이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시가지 바닥은 옹골차게 생긴 네모진 돌로 깔려있다. 이 돌길은 구시가지 전체로 연결되어 있다. 밟혀서 닳아진 것 같은 사각 돌길에서 세월의 깊이가 느껴진다. 울퉁불퉁 이 돌길에는 굴곡진 역사의 서사가 담긴 듯하다. 어쩌면, 이 돌길은 혹시 모를 외세의 침입에 대비한 전략이었을 지도 모른다. 외세의 침입 시에 그네들의 기마병 말들이 빨리 달리지 못하도록 수호 차원으로 말이다. 걷기에는 조금 불편함이 있지만, 매끈한 현대적 길을 걸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회가 있다.
돌길로 연결된 좁은 골목길은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기라도 하듯, 중세 도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 낸다. 고택 벽면 맞은편으로 성벽이 우뚝 서 있는 곳을 지났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육중한 성곽이다. 그 골목의 끝 지점을 바라보니, 일렁이는 바쿠 해안의 물결이 보인다. 구시가지의 풍경이 바다로 이어지면서 옛것의 품격이 한층 고결하게 다가온다.
성곽길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야외 노천카페에도 사람들로 가득하다. 삼삼오오 무리 지어 다니는 인파들과 파도의 일렁임이 같은 방향으로 웨이브를 타듯 이 시가지를 누빈다.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라 주말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골목길 사이사이로 걸으며 보니 어떤 집에는 빨랫줄을 매단 집도 있다. 알록달록 빨래를 널어 넣은 모습이 정겹다.
두꺼운 성벽 너머에는 현대적 건물들로 빽빽한 신시가지가 펼쳐진다. 바쿠 공항 내 관광안내소에 근무하는 레나(Rena)의 추천을 받은 호텔도 성벽 너머에 있다. 호텔의 위치가 구시가지와 지척이다. 객실 내부는 불그레한 벽돌로 장식이 되어있다. 겉보기와 달리 내부가 독특한 구조의 호텔이다. 아늑하고 깔끔하며, 가성비도 좋다. 직접 보고나니, 혼자 머물기에 만족스러워 바로 객실을 예약하였다. 이췌리쉐헤르가 코앞이니 늦은 밤의 탐색도 걱정 없게 되었다. 시가지를 실컷 배회하다가 5분 내로 숙소로 걸어갈 수 있으니, 더욱 마음이 놓인다.
여유롭게 구석구석 돌아보니, 구시가지 내에는 역사적 장소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아무도 정복할 수 없는 성역의 의미로 세워진 메이든 타워(Maiden Tower), 15세기 아제르바이잔의 투르크메니스탄 통치자였던 샤히스탄 왕국의 궁전인 쉬르반샤 궁전(Shirvanshah‘s Palace), 중세 시대부터 현재까지 중요한 종교적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세바스토폴리스 교회, 구시가지 중심에 있는 광장, 구시가지의 역사를 가늠케 하는 고대 유적지,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성문(城門) 등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다. 게다가, 아제르바이잔의 옛날 목욕탕인 하맘(Hammam)도 있다. 종일 걸으며 지친 몸의 피로를 아제르바이잔식 목욕탕에서 풀어도 좋다.
이처럼 구시가지는 역사와 문화가 모인 집결지나 다름없다. 주변에는 특이한 기념품 가게나 상점들, 예쁜 카페 등도 많다. 걷다가 힘들면, 들어가서 시원한 음료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기에도 적격이다. 더욱이, 옛날식 구멍가게처럼 보이는 가게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주택처럼 보이는 건물이다. 바깥에 수박과 복숭아 등의 과일과 채소 상자를 나지막한 계단에 진열해 두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작은 식료품점이다. 대형마켓에 익숙한 내게는 이 역시 진풍경이다. 마켓이라 적힌 작은 간판을 신기해 쳐다보는 나와 이곳 현지인들의 눈이 자꾸만 마주친 아침이다.
이췌리쉐헤르(Icherisheher)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바쿠의 명소다. 모두가 인정하는 아제르바이잔의 역사 보존지역이며 문화의 전시장이다. 바쿠에 머무는 동안 매일 밤, 구시가지를 배회하며 즐거움에 빠졌던 곳이다. 발길 닿는 곳곳이 이들의 역사고 문화다. 반드시 방문해야 할 장소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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