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내년도 금융범죄 척결 초점…산적 과제는? [이슈리포트]

차은지 2023. 12. 3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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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올해 '3고 위기'에 다사다난
올해 민생 안정 지키는데 집중…내년엔 금융범죄 척결 강조
내년에도 부동산 PF·가계부채 등 과제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금융가를 지나가고 있다. /한경DB


올해 국내 금융시장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 고금리에 따른 국민들의 부담 급증 등으로 녹록치 않았다. 내년에도 고금리로 인한 부채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내수 소비를 한층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도 내년부터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한 시장 불안이 커진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금융안정 대응이라는 본연의 역할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내년에는 범정부 차원의 민생안정 노력에 적극적으로 공조하면서 금융범죄 척결을 위한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올해 '3고 위기'에 다사다난…민생 안정에 '집중'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금융시스템과 민생의 안정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금리 장기화와 고유가, 고물가 등 3고 위기에 직면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연 7%대로 올라섰고 가계부채는 1900조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라덕연 사태, 영풍제지 주가조작 등이 발생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속에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제도를 전면 금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불공정거래, 불법 공매도, 악성루머 유포 행위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금융이 소비자와 상생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독려해 산업에 대한 신뢰와 평판을 높여 나감과 동시에 서민들을 울리는 불법사금융, 금융 사기 등을 근절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금감원은 SG증권발 주가 폭락사태를 사전에 감지하거나 예방하지 못한 것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 불공정거래 조사역량을 강화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30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척결을 위해 기존 조사국을 조사 1, 2, 3국으로 개편하고 조사 인력을 확충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금감원은 지난 10월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이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합산 560억원대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한 사실을 적발했다. 기존 불법 공매도 적발 건이 대부분이 헤지펀드의 주문 실수, 착오에 의한 것이었다면 PBS업무(Prime Brokerage Service)를 하는 글로벌 IB가 지속해 불법 공매도를 해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회사와 유사한 주요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글로벌 IB로부터 주문을 수탁받는 국내 증권사에 대해서도 검사를 강화한다. 금감원은 "필요시 해외 감독 당국과 긴밀한 공조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해외 소재 금융투자회사들의 불법 공매도 행위를 엄단하고 국내 자본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도 금융범죄 척결 지속…"금융범죄 뿌리 뽑는다"

내년에도 금감원의 금융범죄 척결은 계속된다. 금감원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민생안정을 위한 약탈적 민생침해 금융범죄를 뿌리 뽑겠다고 했다. 우선 기존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피해예방, 권익보호 체계에서 소비자보호와 민생금융 체계로 개편했다. 민생금융 부문에 민생침해  금융범죄 대응부서를 일괄 배치하고 대응 책임자를 부서장에서 부원장보로 격상했다. 

민생금융국을 민생침해대응총괄국으로 확대개편하고 '민생침해 금융범죄 대응 협의체'를 설치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또 금융 사회안전망 기능 제고 차원에서 기존의 포용금융실과 신용감독국을 통합한 금융안정지원국을 신설하고 상생금융 활성화를 전담할 상생금융팀도 새롭게 만들었다. 금융소비자보호처 내 신설되는 공정금융팀에는 불공정금융 관행 개선 역할을 맡겼다.

금융환경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가상자산감독국과 조사국 등의 전담조직을, 전산 및 정보유출 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안전국을 각각 신설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김병언 기자


검사부분 체계도 대폭 재정비했다. 상호금융국의 검사팀을 분리해 검사국을 신설하고 중소금융부문 검사부서를 중소금융검사 1·2·3국 체계로 개편했다. 새마을금고 감독·검사를 강화하기 위해 새마을금고 검사팀을 신설했고 보험 영업환경 변화 및 과당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 검사부서 역시 보험검사 1·2·3국 체계로 정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불법사금융 등 민생침해 금융범죄 척결을 위한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해 범정부 차원의 민생안정 노력에 적극 공조할 것"이라며 "가상자산 시장질서 확립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전담부서 신설 등을 통해 금융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금감원이 마주해야 할 금융환경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에도 고금리 여파가 지속되며 내수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부채 등으로 파생되는 금융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내년 수출이 증가하지만 고금리 장기화 여파 속에서 내수 회복은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과 내수가 불균형하게 회복하는 가운데 금융산업은 저성장 기조와 고금리 장기화로 업황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초부터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투자자 손실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H지수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이 중 은행권 판매 잔액이 15조9000억원(82.1%)에 달한다. 주로 H지수가 고점이었던 2021년 초 이후 발행된 ELS 상품들이 많다. 금감원은 지난 11월 말부터 주요 판매 은행·증권사에 현장 및 서면 조사를 실시해 판매 의사 결정부터 인센티브 정책, 영업점 판매 절차 등을 중점 점검 중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작업) 신청에 따른 추가 부동산 PF 부실을 막기 위한 긴급 대책과 함께 금융시장으로 전이를 막기 위한 방안도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태영건설의 위기가 금융·부동산 업계 전반에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정상 사업장에는 충분히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할 예정이다. 반면 부실 사업장에는 대주단에 대한 만기 연장을 중단하는 등 자기 책임 원칙에 따른 구조조정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가계 부채 문제 또한 내년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가계대출의 신규 연체는 취약 차주와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가계와 기업 대출 규모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고금리 환경과 맞물려 향후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금리로 부채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내수 소비를 한층 압박하는 것뿐만 아니라 금융 안정성도 저해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누적된 가계대출, 중소·자영업자 대출, 부동산 PF대출 등 부채의 위험을 줄여나가야 한다"며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 강화 측면에서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강화와 금리변동성 확대에 따른 금융기관의 위험추구 행태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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