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점 받은 용역업체 이의제기 받아준 공사…법원 "재부과 안 돼"

구진욱 기자 2023. 12. 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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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시공을 이유로 벌점 부과를 통보 받은 업체가 처분 전 제기한 이의가 받아들여졌다면 추가 제재는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공사와 용역 계약을 맡은 A·B사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낸 벌점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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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보호원칙 위반…향후 불이익 예상 못 해"
서울 서초구 양재동 가정·행정법원 전경 (서울가정법원 제공)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부실 시공을 이유로 벌점 부과를 통보 받은 업체가 처분 전 제기한 이의가 받아들여졌다면 추가 제재는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공사와 용역 계약을 맡은 A·B사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낸 벌점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토목 건축 종합건설 회사인 A사와 건설 기술 용역업 및 기타 엔지니어링 사업을 하는 B사는 지난 2016년 서울교통공사와 지하철 내진보강공사와 관련해 용역계약을 맺고 2018년 12월까지 공사를 마치기로 약속했다. 이들의 계약금액은 22억7900만원이며, A사와 B사는 각각 용역계약의 60%, 40%의 지분율을 갖고 있었다.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서울시는 2019년 2월 진행한 지하철 내진보강공사 추진실태 특정 감사에서 △공사감독자인 A·B사가 품질관리계획서의 검토 확인 소홀 △설계도서 및 시방서와 다르게 자제공급원 승인 △시방기준 및 한국산업표준규격에 부적합한 자재 사용 △품질시험검사 지도 감독 부적정 △준공검사 및 용역 수행 부적정 등으로 부실 시공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건설기술진흥법에 의거해 벌점을 부과할 것을 통보했다.

공사는 특정감사 결과에 따라 지난 2020년 7월 원고들에게 각 항목별로 벌점을 산정해 총 23.1점의 벌점(A사 13.9점, B사 9.2점)을 부과 예정임을 사전 통지했다.

이에 불복한 A·B사는 사전 통지와 같은 벌점 부과 조치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소명자료를 제출했고, 이후 벌점심의위원회는 이들에 대한 벌점 일부 항목을 감경하거나 주의,경고, 미부과 조치로 변경해 총 3점의 부과 처분을 했다.

하지만 2021년 1월 감사위원회는 특점 감사에 관한 이행실태 조사에 다시 나서게 됐다. 감사위는 원고들에 대한 벌점 부과 처분을 요구했는데도 '미부과' 벌점을 확정한 것은 감사 처분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므로 재차 벌점 부과를 공사에 요구했다.

벌점 재부과 통지에 대해 A·B사는 재차 불복했지만, 최종적으로 공사는 이들 회사에 총 14점의 벌점(A사 8.4점, B사 5.6점) 을 부과하는 내용의 조치를 통보했다.

A·B사는 일사부재리 및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일사부재리란 헌법상 동일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원칙을 뜻한다. 신뢰보호원칙이란 행정기관이 발행한 행정작용 중 보호가치가 있는 경우 그 작용에 대한 신뢰를 보호해야한다는 원칙이다. 즉, 이미 앞서 미부과 조치를 내린 벌점심의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선행조치에서 '미부과'로 처리된 5개 부실항목에 대해서는 다른 선행된 제재적 처분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되진 않는다"면서도 "이 사건 처분은 피고가 선행조치를 통해 한 견해표명을 정당하게 믿은 원고들이 갖는 신뢰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해 신뢰보호원칙에는 위반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벌점심의위원회는 '과실 경중을 감안할 때 벌점부과기준에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주의, 경고, 미부과 조치의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했다"며 "원고들은 사전 통지에 대해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점, 공사가 원고들에게 '추후 벌점이 부과 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렸다고 볼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는 점 등을 비춰볼때 원고들에게 벌점 재부과 처분은 예상치 못한 불이익 처분에 해당된다"고 원고 승소 이유를 밝혔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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