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잡는' 경찰 대대적 조직 강화…'파견' 국정원 수사 개입 우려도
정보 예산 조정 권한 국정원에…파견 직원 수사 개입 가능성도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경찰이 새해부터 사실상 안보 수사를 전담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서다.
시험대에 오른 경찰은 수사 조직을 강화하고 인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며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 예산이 부족하다는 점과 새해 초 경찰로 직원을 파견하는 국정원이 여전히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보수사 인력 724명→1124명…안보수사단 신설 등 '수사력 강화'
31일 경찰에 따르면 새해 경찰청과 시도청 소속의 안보수사 인력은 1127명으로 올해(724명)에 비해서 403명(55.7%) 늘어난다.
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안보수사단을 신설해 국정원에서 이관된 사건 수사를 이어가고 국정원이 첩보를 제공한 사건을 전담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청 안보수사심의관(경무관)이 단장을 맡는 안보수사단은 142명 규모로 4개의 수사대로 구성된다.
안보수사단장 아래 안보수사1과와 안보수사2과가 편성되고, 한 개 과에 각각 2개 수사대가 들어가는 식이다.
기존에도 국수본 산하에 49명 규모의 안보수사대가 있었지만 안보수사단 신설로 조직이 3배 가까이 커지게 됐다.
또한 경찰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소속 안보 수사 인력을 261명 증원해 985명까지 키웠다. 앞으로 시도청 안보수사대는 국가안보, 경제 안보, 안보 사이버, 테러·방첩 등을 담당하며 광역 수사 체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일선 경찰서는 탈북민 신변 보호, 안보 상황 관리, 첩보 수집 등에 집중한다. 이에 따라 전국 41개 경찰서 산하에 있던 안보과는 서울 종로·용산·영등포·강남·송파·수서, 경기 평택·용인동부, 충북 청주흥덕 등 9개서에만 남는다.
경찰이 이처럼 안보 수사 조직의 외형 확장에 나서게 된 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완전히 넘어왔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2020년 국내 정치 개입과 인권침해 방지 등을 이유로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 업무를 삭제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국정원법을 통과시켰다.
기존에도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국정원의 업무까지 대신해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이 무거워졌다. 국정원의 역할은 해외에서 첩보를 수집해 경찰에 전달하는 역할로 제한됐다.
당장 새해부터 안보 수사력이 약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면 정치권 안팎에서 대공 수사권 이관을 철회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안보 경찰 내 비(比)수사 부서 직원들을 수사 부서로 보내 안보 수사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정보 예산 틀어쥔 국정원, 경찰은 한숨…'파견' 국정원 수사 개입 우려도
안보 경찰을 위한 예산도 늘었다. 새해도 예산안에서 안보 수사 역량 강화 항목에 345억1100만원이 책정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안보 수사 조직 개편을 위해 31억6000만원이 증액됐고, 관련 정보 활동 예산으로 49억100만원도 추가 배정됐다. 이번에 증액된 예산은 '일반 예산'으로 수사 장비 확보 등 대공 수사 업무 환경 조성에 활용된다.
하지만 일반 예산과 달리 정보 예산 조정 권한은 국정원에 있다. 국정원과 경찰을 비롯해 국방부, 통일부 등 다양한 정부 기관이 방첩 활동을 함께 수행하면서 정보 예산을 나눠 쓰게 되는데 이를 어떻게 배분할지는 국정원이 결정하는 것이다.
정보 예산에는 수사를 지원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협조자들에게 주는 생계비나 협조비 등이 포함돼 있다. 때론 협조자들이 목숨을 걸고 대공 수사를 지원해야 하는 만큼 적절한 보상은 필수적이다.
물론 경찰의 새해 정보 예산은 올해에 비해선 늘었다. 하지만 안보 수사에서 커진 역할에 상응하는 금액이 분배되지 않았다는 내부 불만은 나오는 상황이다.
국정원이 여전히 안보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정원이 만든 '안보침해 범죄 및 활동 등에 관한 대응업무규정'(시행령)에 따르면 국정원장은 경찰, 검찰 등 안보침해 범죄를 다루는 유관기관의 수사에 국정원 직원을 참여시킬 수 있다. 실제로 국정원 직원들을 새해 1월 중 경찰청 안보수사단에 파견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9월 한 토론회에서 국정원의 안보침해 범죄 및 활동 등에 관한 대응업무규정을 겨냥해 "경찰의 대공수사에 개입할 여지를 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수사에 개입하는 것은 경찰도 국정원도 원하지 않는 방향"이라며 "파견 직원들은 국정원과 경찰의 연락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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