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세 누린 美증시, 2024년에도 랠리?…중소형 가치주 시대 올까

권성희 기자 2023. 12. 3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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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월가 표지판 /로이터=뉴스1


미국 증시가 2023년 마지막 거래일을 하락으로 마감하며 S&P500지수는 결국 사상최고치 경신을 2024년으로 미루게 됐다.

그러나 S&P500지수는 2023년 한 해 동안 24.2% 급등했다. 2022년 1월에 기록한 사상최고치 4796.56까지는 0.5% 남짓만을 남겨뒀다. 다우존스지수도 2023년 12월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13.7% 상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나스닥지수는 43.4% 치솟으며 2003년 이후 2009년과 2020년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이제 나스닥지수는 2011년 11월에 기록한 사상최고치에 비해 단지 6.5%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2023년 증시는 많은 월가 전문가들이 경기 침체를 우려하며 상저하고의 장세를 예상했지만 경기 침체는커녕 예상 이상으로 강한 경제와 인플레이션 하락세로 상으로 시작해 8~10월 석달간만 의미 있는 조정을 거쳤을 뿐 상으로 끝났다.

2024년 장세를 낙관하는 이유
2024년은 2023년보다 투자자들이 낙관할 이유가 더 많다. 인플레이션은 연준(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인 2%를 향해 낮아지고 있고 연준은 연내 3번의 금리 인하를 예고했으며 국채수익률은 3% 중반대를 향해 내려가고 있고 AI(인공지능) 대형주에 집중됐던 랠리는 시장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스트럭처 자산관리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이 햇필드는 CNBC에 "우리는 2024년 증시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며 "2024년은 글로벌 금리 인하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24년말 S&P500지수 목표치를 5500으로 제시했다. 이는 15%의 상승 여력을 의미한다. 이런 낙관적 전망에 대해 리스크 요인은 없을까.

햇필드는 이에 대해 자신의 전망은 2025년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과 국채수익률 하락을 토대로 하고 있는데 증시가 자신의 예측보다 더 오를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에 대한 우리의 전망은 3%에서 3.5% 사이인데 S&P500지수 목표치는 3.5%를 근거로 한 것"이라며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까지 떨어지면 S&P500지수는 우리의 현재 목표치에서 500포인트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023년 10월에 5% 위로 올랐다가 하락세로 돌아서 3.8%대에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도 증시에 호재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킴 포레스트도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증시가 2024년에도 10~15% 상승할 수 있는 "또 한 번 좋은 기회"를 맞을 것이라며 강세장의 원인 중 하나로 원자재 가격 하락을 꼽았다.

그는 원자재 가격 하락이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기업의 실적을 더 많이 끌어올릴 것이라며 "원자재는 많은 기업들의 비용이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 큰 매출 성장 없이도 이익이 증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국제 유가는 2023년에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로 10% 떨어지며 2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하락세를 기록했다.

2023년 미국 3대 지수 추이 /사진=CNBC 캡쳐

중소형 가치주, 초과 수익 낼까
그렇다면 2024년에 증시 상승을 주도할 업종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23년에 AI 관련주에 집중됐던 랠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랠리 주도 업종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금리 인하시 최대 수혜주인 성장주, 특히 기술주가 계속 강세장을 이끌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시장의 리더십이 2023년에 수익률이 부진했던 가치주로 옮겨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애리얼 인베스트먼트의 존 로저스는 2023년 11월에 CNBC에 출연해 "성장주의 고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금리 인하로 인해 성장주가 시장 평균을 뛰어넘는 상승세를 이어간다고 해도 성장주와 가치주 사이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성장주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가치주에서 큰 승자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지수는 2023년에 15.1% 올라 대형주 지수인 S&P500지수의 수익률 24.2%에 비해 부진했다.

증시 상승세가 대형주 중에서도 초대형주로 쏠렸기 때문에 시가총액을 가중하지 않고 500개 기업의 비중을 동일하게 배분한 동일 비중 S&P500지수는 2023년 수익률이 12.0%로 오히려 러셀2000지수보다 낮았다.

하지만 2023년 12월에는 그간 랠리에 소외됐던 중소형주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러셀2000지수가 11.9% 올라 S&P500지수의 수익률 4.4%를 압도했다.

바이오테크주, 두드러진 저평가
젠트러스트의 주식팀장인 올리비에 사파티는 CNBC에 "성장주의 수익률이 가치주를 앞설 때마다 성장주에서 돈을 빼내 가치주에 배분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파티는 특히 바이오테크 주식이 2023년에 거의 오르지 않아 주가가 매우 저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인베스코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 ETF(IBBQ)는 2023년에 3.8% 오르는데 그쳤다.

그는 많은 거대 제약사들이 유망 바이오테크 기업들을 인수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인수 대상이 되면서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사파티는 "극단적인 수준이 아닌 한 밸류에이션은 미래의 주가 방향에 대해 어떠한 것도 제시하지 못하는데 지금 바이오테크 주식은 밸류에이션이 극단적인 하한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업 vs 사이버 보안·클라우드

애리얼 인베스트먼트의 로저스는 2023년에 24% 급락한 주택 보안업체인 ADT나 1% 오르는데 그친 카페트회사인 모호크 인더스트리스 같은 주택 관련 주식을 낙관적으로 봤다.

금융주도 주목된다.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스의 케이티 스톡턴은 2023년 12월에 금융주에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하며 "S&P500지수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금융주가 랠리에 참여해 상승을 주도한다면 S&P500지수가 큰 폭의 장기 박스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3년에 S&P500 금융 섹터는 약 10% 올라 시장 대비 수익률이 저조했다.

반면 랠리가 증시 전반으로 확산된다고 해도 기술주가 증시 상승세를 계속 주도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오펜하이머의 아리 발트는 클라우드와 사이버 보안 분야의 중소형 성장주가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4년 증시 약세 전망, 이유는?
하지만 모두가 강세장을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함께 최근 증시 랠리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인 경기 연착륙(소프트랜딩) 기대감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증시도 약세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다.

스리-쿠마르 글로벌 스트래티지스의 사장인 코말 스리-쿠마르 사장은 지난주 CNBC에 출연해 누적된 금리 인상의 여파로 "경제 시스템의 무언가가 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BC가 투자은행 전략가들의 2024년 S&P500지수 목표치를 조사한 결과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투자은행들의 2024년 말 S&P500지수 목표치 평균은 4881로 2023년 말 종가 대비 2% 상승에 그쳤다.

JP모간의 두브라브코 라코스-부자스는 대표적인 약세론자로 S&P500지수가 2024년을 4200으로 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2% 하락을 의미한다. 그는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해 높아진 주식 밸류에이션이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라코스-부자스는 "2024년 증시는 투자자들의 포지션과 심리가 대부분 (낙관적으로) 반전된 상황에서 소비 둔화 추세가 나타나며 좀더 도전적인 거시 환경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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