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일"...선뜻 나선 가슴 뜨거운 의인들
[앵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23년, 이제 하루도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강력범죄와 화재, 교통사고 등 어느 해보다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위험에 처한 이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의인들 덕분에 귀중한 목숨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나선, 일상 속 의인들을 윤웅성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흰 차가 버스 정류장 근처에 멈춰 서고, 이수연 씨와 아버지가 내립니다.
살려달라는 목소리에 차를 세운 건데, 가보니 한 남성이 여성의 목을 조르고 있었습니다.
이 씨 부자는 흉기까지 휘두르며 달아나는 남성을 끝까지 추격해 경찰에 넘겼습니다.
[이수연 / 묻지마 폭행 의인 : 칼 맞고 나서도 이 사람은 그냥 보내면 더 큰일 할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어서 잡게 됐죠.]
밧줄까지 갖고 있었던 남성, 이들 부자가 용감하게 나선 덕에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얼굴에 50바늘을 꿰맬 정도로 큰 흉터가 남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이수연 / 묻지마 폭행 의인 : 이렇게 심하게 베인 줄 몰랐어요. 후회는 없는 것 같아요. 그 여성분 도와드린 것에 대해서 후회는 없고…. (주변에서) 연예인이라고 그러시죠. 엄청 큰일 했다. 좋은 일 했다'고 하시죠.]
1톤 트럭이 굉음과 함께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긁으며 달립니다.
"이상한데 잠시만 잠시만"
이상함을 느끼고 경적을 울려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차로 여러 차례 부딪혀가며 충돌한 뒤에야 겨우 멈춰선 트럭.
[김지완 / 고속도로 교통사고 의인 : 이거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판단만 했던 것 같아요. 안 막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서 바로 그렇게 좀 부딪혔던 것 같습니다.]
김지완 씨가 트럭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쏜살같이 달리는 차량들 사이에 2차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김지완 / 고속도로 교통사고 의인 : 앞유리 쪽으로만 운전자를 확인해 보니까 제 예상대로 쓰러져 계시더라고요.]
한밤중 다세대 주택 3층에서 검은색 연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불이 났다는 딸의 다급한 목소리에 잠에서 깬 장정용 씨.
장 씨 가족은 문을 두들겨 이웃들을 건물 밖으로 대피시켰습니다.
모두 탈출한 줄 알았는데, 불이 시작된 집 베란다에 50대 여성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를 본 장 씨는 직접 차 위로 올라가 이웃 주민을 구조했습니다.
화마가 커지던 상황이라 장 씨가 아니었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던 위급한 순간이었습니다.
[장정용 / 주택 화재 의인 : 현관 쪽 방에서 불이 나서 현관으로 나올 수가 없는 상태가 된 거죠. 내 차가 주차돼 있어서 '차 위로 뛰어내려라' 막 소리를 질렀는데,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계속 막 살려달라고….]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순간.
선뜻 자신을 희생한 의인들 덕분에 비극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장정용 / 주택 화재 의인 : (만약에 눈 앞에서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신다면 어떻게 하실 것 같으세요?) 아마 올라가 있을 거예요. 생각도 안 하고….]
YTN 윤웅성입니다.
YTN 윤웅성 (yws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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