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하는 것에 대한 애도 [2023 올해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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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고 일어나 인터넷을 확인할 때마다 뭉텅뭉텅 사람들이 소멸한다.
문자와 숫자로만 존재하는, 아니 존재했던 사람들이 소멸하는 것을 오늘도 나는 소비한다.
일상이나마 소화시키기 위해 소멸된 사람들을 잊는다.
하지만 억지로 잊는다고, 보지 않는다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소멸되는 사람들이 소멸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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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고 일어나 인터넷을 확인할 때마다 뭉텅뭉텅 사람들이 소멸한다. 문자와 숫자로만 존재하는, 아니 존재했던 사람들이 소멸하는 것을 오늘도 나는 소비한다. 무언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잘못 삼켜버린 알약처럼 목구멍 한구석에 자리 잡는다. 본능적으로 그것을 삼켜버리기 위해 마른침을 꼴깍꼴깍 넘겨보지만 괜히 목만 까끌까끌해질 뿐이다. 일상이나마 소화시키기 위해 소멸된 사람들을 잊는다. 보지 않는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려고 애쓴다. 일상의 문제들은 그러한 노력에 보답한다. 어느 정도는. 하지만 억지로 잊는다고, 보지 않는다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소멸되는 사람들이 소멸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사람들은 오늘도 소멸 중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것을 기록한다. 문자와 숫자가 아니라 그들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잠시나마 그들이 소멸한 흔적을 어루만진다. 이것이 바람직한 애도이기를 바라며.
사진 양경준·글 최의택(소설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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