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새벽 앞당겼다··· 메모리 분야 영원한 3위 '이 회사' [줌컴퍼니]
5세대 HBM 양산 도전하며 경쟁 가속
지난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의 랠리를 이끈 미국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영원한 3인자 마이크론입니다.
마이크론이 반도체 시장에서 일종의 풍항계 역할을 하는데요.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우리 입장에서는 애매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회계분기 기준입니다.
마이크론은 얼마 전 2024년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이 기준이 2023년 9~11월입니다. 통상적인 우리나라 기업들 기준으로 보면 2023년 4분기에 더 가까운데 이 회사는 2024년도 1분기가 되는 겁니다. 부르는 명칭이야 어쨌든 실적 발표가 1달여 정도 빨리 이뤄지는 셈이 되기 때문에 실적 풍향계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반도체 시장이 갖는 독특한 성격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통상 시장에서 반도체를 원유나 곡물과 같은 상품(commodity)과 비슷한 성격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일단 어떤 규격에 따라 제품이 만들어지면 그게 삼성이든 마이크론이든 성능에 별 차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때문에 업계 3위로 가장 가격 협상력이 낮은 마이크론까지 온기가 미치고 있다면 '큰손'인 삼성이나 SK하이닉스는 더 두고볼 필요도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commodity에서 맞춤형 메모리로 진화하고 있다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시장에서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거두절미하고 마이크론의 1분기 실적을 우선 살펴보겠습니다. 마이크론은 2024회계년도 1분기에 47억2600만 달러(약 6조1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월가 예상치(45억8500만 달러)를 웃돈 것은 물론 전년 동기(40억8500만달러) 대비 약 16% 늘어난 수치입니다. 하염없이 떨어지던 마이크론 매출은 6개 분기 만에 반등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적자폭도 크게 줄었다는 겁니다. 이번 분기 영업 손실은 11억2800만달러(약1조4000억원)로 전분기 대비 23.4% 감소했습니다. 당초 1달러로 예상됐던 주당순손실도 95센트로 낮아졌습니다.
시장은 즉각 환호했습니다. 실적 발표 직후인 지난 21일(현지시각) 마이크론 주가는 8.6% 급등하면서 마감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메모리 중에서도 D램 매출이 24% 늘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시장조사업체들을 통해 D램 가격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여러차례 보도가 됐는데요. 실제 제조업체 실적에서 이 점이 확인된 것입니다.
②낸드의 평균판매가격(ASP)이 20% 가량 올랐습니다. 그동안 낸드는 D램과 달리 바닥이 멀었다는 시각이 우세했는데요. 여전히 이같은 분석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희망이 보이고 있는 셈입니다. 생산량을 뜻하는 비트출하량도 개선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양분하고 있는 HBM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입니다.
마이크론은 현재 5세대 HBM인 HBM3E를 개발해 주요 고객사에 퀄(품질) 테스트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HBM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5% 안팎에 그쳐 그야말로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형편인데요.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HBM3E를 납품하기 위해 마지막 검증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삼성과 SK하이닉스 실적이 어떻게 되는 것이냐인데요. 마이크론의 실적으로 견주어보면 4분기 삼성전자 D램도 흑자 전환이 확실하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전망입니다. 다만 DS 부문 전체 흑자는 낸드와 파운드리의 고전 때문에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D램 부문의 흑자 전환이 시작됐고 4분기에 전체적으로 어떤 실적을 내느냐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당장 올 4분기부터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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