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바꾼 바퀴벌레의 프러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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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바퀴벌레가 마음에 드는 암컷을 발견하고는 달달한 선물을 준비합니다.
수컷 바퀴벌레는 날개 아래에 있는 분비샘에서 달콤한 용액을 분비하며 암컷에게 천천히 다가갑니다.
암컷 바퀴벌레는 용액을 마시기 위해 수컷의 등에 기어올라요.
기존 수컷은 맥아당이 든 용액을 분비하는데 맥아당은 암컷의 타액에 닿는 순간 포도당으로 분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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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바퀴벌레가 마음에 드는 암컷을 발견하고는 달달한 선물을 준비합니다. 선물로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최근 선물의 맛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단맛은 바퀴벌레의 번식에 중요한 열쇠예요. 수컷 바퀴벌레는 날개 아래에 있는 분비샘에서 달콤한 용액을 분비하며 암컷에게 천천히 다가갑니다. 암컷 바퀴벌레는 용액을 마시기 위해 수컷의 등에 기어올라요. 바퀴벌레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죠.
해충 방역 회사들은 바퀴벌레의 취향을 이용해 단맛을 내는 포도당에 독을 섞어 바퀴벌레를 유인하는 방식으로 퇴치 약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코비 스칼 교수팀은 독일 바퀴벌레가 인간이 설치한 약에 적응해 사랑을 나누는 방식을 바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포도당을 싫어하는 수컷과 포도당을 좋아하는 수컷을 구분해 구애 행동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포도당을 싫어하는 수컷은 말토트라이오스라는 복잡한 구조의 설탕을 분비할 수 있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기존 수컷은 맥아당이 든 용액을 분비하는데 맥아당은 암컷의 타액에 닿는 순간 포도당으로 분해됩니다. 반면 말토트라이오스는 타액에 닿아도 포도당으로 분해되지 않아요. 그래서 포도당을 싫어하는 암컷도 수컷을 피하지 않고 짝짓기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새로운 세대의 바퀴벌레가 포도당에서 쓴맛을 강하게 느껴 포도당을 멀리하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포도당을 좋아하는 바퀴벌레는 퇴치 약을 먹어 죽고 포도당을 싫어하는 개체가 살아남으며 점차 바퀴벌레의 짝짓기 전략이 바뀐 거에요.
코비 스칼 교수는 “동물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독이 든 물질에서 쓴맛을 느끼도록 미각을 발달시킨다”며 “생물의 보편적인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피하도록 진화한 건 바퀴벌레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12월 15일, [프로포즈상] 인간이 바꾼 바퀴벌레의 프러포즈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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