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강행에 尹 거부권···정치 셈법에 운명 맡겨진 김건희·50억 클럽 특검 [안현덕 전문기자의 LawStory]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2023. 12.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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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특검법 국회 통과에···대통령실 ‘즉각 재의요구권 행사’
재의요구원은 헌법 명시된 대통령 권한···15일 이내 가능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이들 중 3분의 2 찬성 의결
반대 경우 쌍특검법은 ‘없던 일’···소수 야당·무소속 의원에
이탈표도 결과 좌우···결과 상관 없이 檢은 ‘좌불안석’ 놓여
특검 출범 시 결과로 비판받아···불발 때도 향후 수사 부담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이른바 ‘쌍특검법(대장동 50억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면서 정치계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대장동 개발 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 수사를 각각 맡을 특별검사(특검)를 임명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윤 대통령이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헌법에 제53조에 따라 국회에서 재의(의결된 안건에 대하여 동일한 의결기관이 다시 심사 · 의결하는 절차)가 이뤄진다. 재차 표결로 실제 특검이 이 출범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향후 있을 수 있는 재의를 둘러싼 여야 사이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31일 정치·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8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에 따라 자동 상정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표결에는 이들 법안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만 참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의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대통령실도 같은 날 ‘쌍특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권한인 재의요구권이 아닌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단어인 ‘거부권’을 사용했다. 야당의 쌍특검법 강행 처리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거용 정치 공세’라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헌법 제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법률안을 수정할 수 없다. 이 경우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법률안을 법률로서 확정된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날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재차 표결을 거쳐 쌍특검법이 시행될지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현재 국회의원 수는 298명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이 167석을, 국민의힘이 111석을 차지하고 있다. 정의당이 6석을, 기본소득당·진보당·시대전환·한국의희망이 각 1석을 보유하고 있다. 무소속 의원은 10명이다. 현 국회의원 전원이 향후 국회 재의 절차에 참석한다고 가정할 때 쌍특검법이 재차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3분의 2에 해당하는 198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재의 과정을 거쳐 쌍특검법이 통과·시행될 경우 국회의장은 3일 안에 대통령에게 특검 임명을 요청한다. 대통령은 요청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 후보자 추천을 정당에 의뢰하고, 이로부터 5일 안에 특검 추천권을 가진 정당은 10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로 후보자 2명을 추천해야 한다. 대통령은 3일 이내에 이 가운데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반대로 이에 미치지 못하면 쌍특검법은 ‘없던 일’이 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민주당의 경우 의석 수가 가장 많으나, 전체의 3분의 2에는 미치지 못하고, 국민의힘 의석 수도 111석으로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한다”며 “그만큼 다른 야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이 찬성이나 반대 중 어느 쪽에 표를 던질지, 또 민주당·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발생하는 지가 향후 쌍특검이 실제 출범할 수 있을지를 좌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결과에 상관 없이 검찰은 사실상 ‘좌불안석’에 놓일 수 밖에 없다”며 “특검이 출범할 경우 향후 도출될 결과에 따라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반대라도 특검법안이 발의된 원인이라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의 과정에서 이뤄지는 표결에 따라 특검 출범 여부가 결정될 수 있으나 검찰은 결과에 상관 없이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이들 의혹에 대해 수년간 수사하고도 100%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만큼 특검이 출범해 해당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입증, 피의자들를 재판에 넘겨 유죄가 인정된다면 검찰은 ‘부실 수사’ 등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반대로 특검 출범이 백지화되더라도 향후 이들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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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덕 법조전문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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