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풍향계] 새해 랠리 이어질까…변동성 확대 경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주식시장이 9주 연속 오름세를 유지하며 한 해를 마감했다.
두 달 동안 상승 랠리를 지속한 데 따른 과열 부담과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다는 경계감 속에서도, 달궈진 투자심리는 식지 않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지속적인 매수세가 증시를 밀어 올리는 가운데 개인은 차익 실현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낙관론이 우세한 상황이어서 해가 바뀌어도 증시의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누적된 과열 부담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8일 2,655.28로 1주일 전인 지난 22일(2,599.51)보다 2.14% 오르며 주간 기준 9주 연속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의약품(6.24%), 운수장비(2.91%), 전기전자(2.56%), 철강금속(2.50%), 기계(2.38%), 금융(1.42%), 유통(0.96%) 등 다수가 올랐다.
반면 통신(-1.31%), 건설(-1.29%), 운수창고(-0.83%), 종이목재(-0.78%) 등은 내림세를 보였다.
한 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기타외국인 포함)은 9천99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고 기관도 1조1천904억원을 순매수했으나, 개인은 2조2천49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이 3천534억원 순매수했으나, 기관과 개인은 각각 951억원과 756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도 866.57로 한 주간 1.39% 올라 9주째 상승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반도체주가 상승 흐름을 주도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한 주간 외국인이 4천400억원 이상 순매수한 가운데 52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증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금리 장기화 우려 속에 시장 금리가 급등하면서 8~10월 석 달 연속 조정을 받았으나, 통화 완화를 시사한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회의(FOMC) 이후 급반등했다.
올 한 해 동안 코스피는 18.73%, 코스닥지수는 27.57% 올랐는데, 11~12월 두 달 동안 각각 16.56%, 17.72% 상승했다.
연말 펼쳐진 상승장은 기업 실적이나 경기 등 펀더멘털보다 심리와 수급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도 경제가 활황세를 지속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경제는 고물가·고금리 속에 수출·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반도체 수출이 회복세지만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진 않고 있다.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지난 28일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하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증시 안팎에선 당초 2024년 하반기로 예상됐던 미국 금리 인하 시기가 3월로 앞당겨지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증시에 추가 상승 동력을 제공할 것이란 낙관론이 팽배하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 금리 인하에 거는 기대가 과도하고 최근 시장 금리 하락세가 급격해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투자자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16년 만에 5%까지 올랐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두 달 만에 120bp(1bp=0.01%포인트)나 떨어져 연초 수준인 3.8%대로 돌아갔다. 우리나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0월 4.1%까지 올랐다 3.1%대로 떨어진 상태다.
이번 주(1~5일) 증시는 낙관론이 우세한 데다 과열 부담 외에는 특별히 부각되는 악재가 없어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지만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12월에 주가가 강하면 1월은 상대적으로 둔화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선반영한 희망을 확인해 나가는 시기가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주가 흐름은 둔화될 수 있지만 시장에서 손바뀜이 잦지 않았고 매수 대기 자금도 증가했기 때문에 반발매수가 유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시작이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코스피가 2,655까지 올라왔지만 시장 금리가 낮고 기업 이익 전망치가 상향조정되는 부분이 있어 조금 더 올라갈 여력이 있다고 본다"며 "전반적으로 반도체가 이끌어가는 시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주는 지난달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회복세를 확인할 수 있는 12월 수출입 동향(1일)을 비롯해 미국, 중국 등의 제조업 지표(2·4일), 12월 미국 고용보고서(5일) 등이 공개된다.
다음 주부터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선제적 금리인하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연준의 태도는 주식시장의 하방경직성을 담보해 줄 것"이라며 "다만 빠른 금리 하락으로만 상승한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 여력은 낮게 평가된다. 밸류(가격) 부담을 이겨낼 실적 확인 과정이 필요하고 실적에 대한 신뢰가 상승하기 전까지 지수의 흐름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중된 과열 부담으로 인한 증시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연착륙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모순적인 상황이고 실제로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현재 기준금리에 대한 기대는 과도한 수준까지 진행 중"이라며 "과도한 기대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채권금리와 달러화 반등으로 인한 미국 등 글로벌 증시의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은 주간 코스피 전망치를 2,580~2,700으로 제시했다.
이번 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1일(월) 증시 휴장, 한국 12월 수출입 동향
▲ 2일(화) 미국 12월 S&P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중국 12월 차이신 제조업 PMI
▲ 4일(목) 미국 12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12월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민간 고용
▲ 5일(금) 미국 12월 실업률, 유로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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