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포기 윤 대통령, 특검 위기 김 여사, 그리고…

성한용 기자 2023. 12. 3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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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13
인물로 본 2023 정치
한동훈, 극적 등판 ‘윤석열의 길’로
이준석, 여권 이탈…대통령과 대결
이재명, 리스크·리더십 논란 계속
이낙연, ‘탈당 뒤 신당’ 외길 수순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3년 4월30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검은색은 인간의 지혜를, 토끼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2023년 정치를 결산하겠습니다. 이들이 지혜롭고 풍요로운 한 해를 보냈는지 아닌지 여러분이 판정을 내려보시기 바랍니다.

윤석열 

2023년 1월 첫째 주 한국갤럽 대통령 직무 평가는 긍정 37%, 부정 54%였습니다. 마지막 조사인 12월 둘째 주는 긍정 31%, 부정 62%였습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더 나빠졌습니다.

취임 2년차인 2023년 신년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선언했습니다. 1년 동안 성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개혁하려면 법을 바꿔야 합니다. 국회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해야 합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요청을 무시했습니다.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정치 포기와 국정 무능이 원인인데도 여소야대 탓만 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1년 내내 극우 편향 이념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6월28일 자유총연맹 행사)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8·15 광복절 경축사)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안보에 주력했습니다.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선언한 뒤 4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준군사동맹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한-중 관계와 한-러 관계는 악화했습니다. 엑스포 유치전에서 참패해 국제 망신을 당했습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직후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 정지했고, 북한은 9·19 군사합의 전면 무효화를 선언했습니다.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건희

윤 대통령은 올해 4월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나이 들어서 늦게, 50이 다 돼서 제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된 것이 가장 기쁜 일”이라고 했습니다. 국외 순방을 할 때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비행기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왠지 어색합니다.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의 치명적 약점입니다. 1년 내내 김 여사와 처가 비리 의혹이 뉴스를 탔습니다.

동남아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2년 11월11일 오후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7월 초 김 여사 일가의 땅 때문에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이 바뀌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7월21일에는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가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됐습니다. 11월16일 대법원은 최씨의 형을 확정했습니다.

12월 초에는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폭로됐습니다. “남북문제에 나설 생각”이라는 발언도 공개됐습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나 대통령 처가 의혹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이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요? 김 여사가 윤 대통령에게 압력이라도 넣은 것일까요? 김건희 특검법이 새해 정국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한동훈

올해 정가에 가장 극적으로 등장한 사람은 아마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일 것입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닮았습니다. 첫째, 평생 검사를 했습니다. 남들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착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말을 할 때 머리나 몸을 심하게 흔듭니다. 이게 두 사람의 버릇인지, ‘윤석열 사단’의 버릇인지 모르겠습니다. 셋째, 반정치주의 포퓰리즘이라는 ‘신형 무기’를 사용합니다.

한 위원장이 민주당을 ‘운동권 특권 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그의 정체성에 충실한 선택입니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윤 대통령처럼 국회의원을 하지 않고 대통령이 되는 길이 있는데 왜 굳이 ‘300명 가운데 한 사람’이 되려고 하겠습니까?

그러나 한 위원장의 정세 인식에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국민의힘에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 이유는 민주당 때문이 아니라, 윤 대통령 때문입니다. 친여 성향 신문들까지도 이런 점을 걱정합니다. 조선일보는 “한 위원장, ‘초현실적 민주당’ 못지않은 정부·여당 직시해야 성공”이라고 사설을 썼습니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 맞서 국민의힘을 구해낼 수 있을까요? 연말연시 정국의 흥미로운 관찰 지점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준석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관계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토사구팽’입니다. 이준석 전 대표 덕분에 윤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보는 게 상식적입니다. 윤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 때문에 대선에서 질 뻔했다고 확신합니다. 대선 캠프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증언입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을 무시하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를 정말 싫어합니다. 정치는 자신이 선배라는 이유로 나이가 훨씬 많은 윤 대통령을 가르치려 들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의 자존심 싸움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요?

이재명

한국갤럽 장래 대통령감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는 3월 첫째 주 20%, 6월 첫째 주 22%였습니다. 올해 마지막 조사인 12월 첫째 주에는 겨우 19%로 1위였습니다. 대답하지 않은 응답자가 무려 43%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2022년 대선에서 47.83%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대선 주자로서는 창피한 성적입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이른바 ‘사법 리스크’입니다. 둘째, 부실한 리더십입니다. 이 대표는 1년 내내 검찰에 시달렸습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 이 대표를 소환해서 조사한 뒤 2월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2월27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고비를 넘겼다고 판단한 그는 6월19일 국회 연설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9월9일 대북 송금 의혹으로 이 대표를 소환 조사한 뒤 9월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 대표는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 전인 9월20일 부결 호소 메시지를 냈지만, 체포동의안은 가결됐습니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9월27일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11월30일에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2024년에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1주일에 세 차례 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총선 전에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 대표는 2022년 8·28 전당대회에서 77.77%의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진짜 친명’은 별로 없습니다. 총선이 4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선거제도를 결단하지 못하고 있고, 혁신도 통합도 요원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12월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4월이었습니다. 전당대회 돈봉투는 정가의 구습이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는 이를 용납하지 않는 수준으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6월12일 국회에서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습니다.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했습니다. 8월4일 윤관석 의원이 구속됐습니다. 돈봉투를 받았다는 민주당 의원 명단이 나돌았습니다. 그 와중에 김남국 의원 코인 투자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민주당의 도덕성이 한없이 추락했습니다.

송영길 전 대표는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기각시킬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결국 12월18일 구속됐습니다. 검찰은 돈봉투 사건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낙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귀국한 것은 6월24일이었습니다. 강연 등으로 조용히 지내던 이낙연 전 대표는 11월19일치 한겨레 인터뷰를 시작으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열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국가에 기여하고 떠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이어가면서 발언 수위가 점점 더 올라갔습니다. 마침내 12월13일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습니다. 이재명 대표 사퇴를 전제로 통합비대위를 만들면 신당 창당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물러날 뜻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이낙연 전 대표가 탈당하고 신당을 만드는 외길 수순인 것 같습니다. 과연 어떻게 될까요?

마무리하겠습니다. 2015년 1월1일부터 연재를 시작한 ‘정치 막전막후’가 9년을 달려왔습니다. 10년차에 접어드는 2024년에는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시선으로 정치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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