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개미들이 지켜본다"…국민주, 갑진년엔 '이름값' 할까
숱한 악재에 허덕인 '반토막 국민주' 카카오
2차전지 부흥 이끈 '신흥 국민주' 에코프로
2024년은 국민주를 붙들 때인가 놓아줄 때인가.
올해 증시를 돌아보면 첫 거래일 저점을 찍은 뒤 많이 올랐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의 연간 상승률이 각각 19%, 28%에 달한다. 시가총액 최상단을 차지하는 대표 국민주들의 덕을 봤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올해 시장은 신흥 국민주 격인 2차전지 관련주들의 동반 랠리가 주도했다.
오랜 기간 '6만전자'의 늪에서 고전했던 삼성전자부터 각종 악재로 고점(2021년 6월) 대비 3분의 1 토막 난 카카오까지…. 국민주들은 올 한 해 투자자들을 온탕과 냉탕에 번갈아가며 담갔다. 나라와 함께 가는 주식이라고들 해서 큰 맘 먹고 샀지만 주가가 좀처럼 맥을 추리지 못해 답답해 했던 이들이 많다. 갑진년 새해에는 이들 국민주가 불황의 늪을 벗어나 멀리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주'란 대중성을 띤 대형·우량 주식이다. 시장에선 흔히 '소액주주 수가 100만명을 넘기는 기업'에 이 수식어를 달아주고 있다. 상장사별 소액주주 수는 사업보고서와 반기·분기보고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상장사 자료에서 소액주주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서식에 따르면 상장사(소규모기업 제외)는 일반적으로 사업보고서에 소액주주 수를 공시해야 하는데, 반기·분기 보고서의 경우엔 변동사항이 없으면 회사가 생략할 수 있다.
'원조 국민주' 삼성전자…내년 주도주 탈환 기대
상장사 중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주식은 단연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3분기 보고서에서 소액주주 수를 기입하지 않았다. 때문에 직전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 2분기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566만8319명이다. 이는 작년 말 소액주주 수인 581만3977명 대비 약 2.5%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는 최근 SK하이닉스와 더불어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시장 최대 수혜주로 지목되면서 크게 올랐다. AI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로 인해 반도체 수출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올해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지난 29일까지 6거래일 연속으로 52주 신고가를 썼다. 올 1월 첫날 5만5500원에 장을 마친 주가는 1년 만에 7만8500원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7만원대 안착한 건 최근 일이다. 지난 10월까지만 하더라도 주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반도체 업황 혹한기 속에서 6만원과 7만원 사이를 수시로 오갔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 낙관론이 커지자 주가가 눈에 띄게 반등하기 시작했다. 시가총액 469조원짜리 증시 대장주임에도 최근 두 달 사이 주가는 무려 12%나 올랐다.
증권가 대부분이 향후 주가 흐름을 좋게 보고 있다.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3) 공급이 본격화한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과 가격 상승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랜 기간 반도체 업황을 괴롭혀 온 과잉 재고가 연말을 지나면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감산 이후 '공급자 우위'로 돌아선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 상승 탄력이 강해지는 국면에 들어설 전망"이라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시에서 숨고르기 장세가 펼쳐진다고 하더라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은 건재할 것"이라면서 "이들 업종 중심의 비중 확대 전략은 계속 유효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민 밉상주될 뻔…반등세 탄 카카오 "최악은 지났다"
'산 넘어 산.' 대표 성장주 중 하나인 카카오는 올해 넘을 고개가 많았다. 수뇌부 내홍에다 사법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는 올 들어 기존 10위에서 세 계단 밀려난 13위(삼성전자우 제외)가 됐다. 소액주주 수도 많이 쪼그라들었다. 작년 말 206만6544명에서 올 3분기 기준 193만5081명으로 13만명 넘게 빠져나갔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올 초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두고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등 크게 맞붙었다. 접전 끝에 카카오가 에스엠 지분을 확보했지만 최근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하이브가 카카오에 대해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있었다"며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이에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고 김범수 창업자 등도 검찰에 송치됐다.
대통령도 카카오를 콕 집어 낙인찍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초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 택시의 경우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면서 "독과점 행위 중에서도 독과점의, 부정적인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인 만큼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홍도 있었다. 지난달 말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은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욕설 논란에 대한 해명을 적었다. 그러면서 자체 데이터센터 등 대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비리, 제주도 본사 유휴부지 개발 관련 불투명한 절차 등 갖은 회사 내부 문제를 폭로했다. 이에 노동조합이 경영진 내부 비위 조사를 촉구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연이은 악재에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올해 2월 7만13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꾸준히 밀리며 지난 10월 말 3만7000원대를 찍었다. 다만 경영진이 인적 쇄신을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고 안정적인 실적이 기대되면서 주가는 지난달 들어 반등세를 탔다.
증권가도 "최악은 지났다"는 평이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등 거시적인 변수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나빠진 투자심리는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고 이제는 회복을 기대할 때다.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주가는 반등 국면에 올라탔다"며 "인력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마저 회복된다면 실적 성장은 보다 가팔라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흥 국민주' 에코프로…장기 성장성엔 공감대
올해 증시를 주도하며 새롭게 국민주 수식어를 얻은 기업들도 있다. 에코프로 그룹주다. 특히 그룹의 지주사 격인 에코프로는 올 들어서만 6배 뛰었다.
소액주주 수도 눈에 띄게 급증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소액주주는 작년 말 22만5303명에서 올 3분기 57만2272명으로, 같은 기간 에코프로는 10만9619명에서 최근 31만7605명으로 늘었다. 두 기업의 전체 주주 중 소액주주 비중은 각각 49.82%, 73.5%까지 확대됐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소액주주 수도 10만4622명이다.
이들 세 기업의 소액주주 수만 합쳐도 총 99만4499명이다. 그룹주 중 처음으로 코스닥 아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에코프로머티의 주주들을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소액주주 100만명'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2차전지 섹터의 득세는 국내 부호 순위에서도 엿보인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26일 종가 기준 '국내 주식 부호 상위 10명' 대열에 이동채 에코프로 전 회장이 합류했다. 이 전 회장의 작년 말 기준 지분가치는 518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541.6% 증가한 3조2196억원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의 주식 부호 순위도 작년 47위에서 올해 8위로 약 40계단 상승했다.
주가가 숨가쁘게 달린 만큼 내년 주가 전망에 대해선 보수적으로 잡는 이들이 많다. 중장기 성장성은 긍정적이지만 주가가 이를 선반영한 만큼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룹사를 통한 밸류체인 수직계열화가 가능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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