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메이저리그 결산 - 희망편
2023년 메이저리그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절망편과 희망편으로 나눠 다사다난했던 2023년 메이저리그를 돌아볼까한다. 절망편에 이어 이번에는 희망편이다.
그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피치 클락이었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나갔을 때 20초 이내에 공을 던져야했고 야수는 피치 클락이 8초가 되기전 타석에서 타격 자세를 취해야했다.
단순히 경기만 빨라진 것이 아니다. 투수의 견제 횟수를 제한하면서 도루를 장려했고 그 결과 도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2년 경기당 1.4회에 불과했던 도루 시도는 2023년 1.8회로 늘어났고 경기당 도루 횟수는 2022년 1.0개에서 2023년 1.4개로 늘어났다. 성공률은 75.4%에서 80.2%로 늘어났다.
경기당 득점은 2022년 8.6점에서 2023년 9.2점으로 증가했다.
변화에 그리 달갑지않은 반응을 보였던 선수들도 빠른 속도로 이에 적응해갔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뛰었던 좌완 선발 블레이크 스넬은 “(규정 변화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불평해봤자 통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두 차례 정도 선발 등판을 소화하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새로운 규정에 적응해갔다고 말했다.
2023시즌도 쉽지는 않았다. 5년 1억 8500만 달러에 영입한 선발 제이콥 디그롬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시즌 도중 영입한 맥스 슈어저도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90승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 전적에서 밀리며 와일드카드로 밀려났다.
가시밭길이 이들을 가로막았지만, 이를 극복했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탬파베이 레이스, 디비전시리즈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휴스턴을 꺾었고 월드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누르며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스파키 앤더슨(1975-76 신시내티, 1984 디트로이트) 토니 라 루사(1989 오클랜드, 2006, 2011 세인트루이스)에 이어 세 번째로 양 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감독이 됐다.
텍사스에게 밀렸지만, 애리조나의 약진도 돋보였다. 84승으로 간신히 와일드카드에 턱걸이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밀워키 브루어스, LA다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연달아 물리쳤다.
200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83승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후 최소 승수 우승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제압, 2004년 디비전시리즈 이후 첫 포스트시즌 승리, 2002년 디비전시리즈 이후 첫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를 기록햇다.
타석에서 135경기 출전, 타율 0.304 출루율 0.412 장타율 0.654 44홈런 95타점 기록했고 마운드에서는 23경기에서 132이닝 던지며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 탈삼진 167개를 잡았다.
홈런, 출루율 부문 아메리칸리그 1위, 장타율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동시에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타자로서 40홈런, 투수로서 10승을 동시에 달성하며 베이브 루스를 넘어서 리그 역사상 최고 투타 겸업 선수로 인정받았다.
소속팀 에인절스의 부진, 그리고 시즌 막판 부상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FA 시장에서 열기에 찬물을 끼얹지는 못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이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결국 LA다저스가 10년간 7억 달러 계약에 합의하며 그를 데려갔다.
에인절스에서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던 오타니는 7억 달러중 6억 8000만 달러를 계약 만료 후 10년간 분할 지급하는 파격적인 계약 조건에 합의하며 ‘슈퍼팀’을 만들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오타니에 빛이 가렸지만,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외야수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의 활약도 눈부셨다. 41홈런 73도루를 기록하며 ‘호타준족’의 표본을 보여줬다. 한 시즌에 이를 동시에 기록한 타자는 그가 최초다.
2018년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던 그는 5년 만에 내셔널리그 MVP에 선정됐다. 공교롭게도 오타니와 같은 해에 올해의 신인과 MVP를 수상해 화제가 됐다.
수비에서도 주포지션인 2루 뿐만 아니라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맹활약했다. 그 결과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수상자가 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bWAR) 5.8로 팀내에서 블레이크 스넬(6.0) 다음으로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2023시즌 그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그런 선수였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는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선수들이 많았다. 볼티모어의 군나 헨더슨은 빅리그 데뷔와 함께 팀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며 올해의 신인까지 차지했다. 클리블래드 가디언즈 선발 태너 바이비는 10승 4패 2.98의 성적을 기록하며 선발진을 지탱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외야수 코빈 캐롤은 타율 0.285 25홈런 76타점으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다.
키 196센티미터의 거구를 자랑한 신시내티 레즈의 엘리 데 라 크루즈는 폭발적인 파워와 스피드를 과시하며 ‘괴물 유격수’의 탄생을 알렸다.
일본에서 빅리그 무대를 두드린 선수들도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가졌다. 메츠의 센가 코다이는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8로 호투했고 보스턴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는 타율 0.289 OPS 0.783을 기록했다. 후지나미 신타로는 볼티모어로 트레이드 이후 불펜으로 변신하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알렉 매노아의 부진으로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고민이 깊어졌던 토론토는 류현진 덕분에 후반기를 버틸 수 있었다. 팀이 디비전시리즈까지 진출했다면 포스트시즌 등판 기회도 잡을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팀의 탈락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올스타 3회 경력의 시카고 화이트삭스 마무리 리암 헨드릭스는 지난해 12월 논호지킨스 림프종 4단계 진단을 받았음에도 이를 이겨냈다. 화학치료 도중에도 불펜 투구를 이어가는 투혼을 보여줬고 결국 5월 29일 마운드에 돌아왔다. 비록 다섯 차례 등판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 토미 존 수술까지 받았지만 그의 복귀 스토리는 모두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시카고 컵스 외야수 코디 벨린저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앞선 2년간 다저스에서 타율 0.193 OPS 0.611에 그친 뒤 논 텐더 방출되는 수모를 겪었던 그는 2023시즌 컵스에서 타율 0.307 OPS 0.881 26홈런 97타점 기록하며 완벽하게 되살아났다. 이제 FA 시장에서 보상받는 일만 남았다.
[김재호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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