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철강 탄소중립, 그린수소 확대 절실”

정재훤 기자 2023. 12. 3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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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각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만난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는 철강 탄소중립을 위해선 그린수소(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 해 만든 수소)를 이용한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지금의 제도와 정책 아래에선 현실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내 철강 탄소중립 전략의 문제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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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각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EU로 수출하는 제품 중 탄소 감축 노력이 기준치에 미달하는 제품에는 추가 부담금을 물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한다. 영국 역시 2027년부터 비슷한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지난달 28일 만난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는 철강 탄소중립을 위해선 그린수소(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 해 만든 수소)를 이용한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지금의 제도와 정책 아래에선 현실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1989년 강원도 태백 소재 영풍광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 강원산업을 거쳐 2020년 말까지 현대제철에서 기획실장(전무) 등을 역임한 철강 전문가다. 그는 2021년 퇴임 이후 자택 인근에 ‘고철연구소’를 열고 ESG 분야 저술·강연·컨설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지난 28일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겸 고철연구소 소장이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정재훤 기자

─철강업은 왜 탄소를 많이 배출하나.

“철강 산업은 산화철로 이뤄진 철광석에서 산소를 버리고 철을 얻는 과정이다. 높은 온도에서 코크스(석탄을 가공해 만드는 연료)에 포함된 탄소가 철광석의 산소와 반응해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 지난 2021년 기준 철강 산업은 1억1600만톤(t)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국내 전체 배출량의 17%를 차지했다.”

─국내 철강사들은 어떤 감축 계획을 내놓고 있나.

“포스코는 2030년까지 전체 배출량의 10%, 2035년까지 30%를 감축한 뒤 2050년 넷제로(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제거하는 이산화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는 현재 용광로 공법을 기준으로 고품위 광석과 수소를 부분적으로 사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한다. 이후부터는 전기로와 HyREX(수소환원제철) 및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를 통해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전기로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현대제철은 전기로 쇳물과 용광로 쇳물을 섞으면서 생산 단위당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전기로 공법을 고도화하고, HBI(직접환원철) 등을 사용하면서 우선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2% 감축할 계획이다.”

─국내 철강 탄소중립 전략의 문제점은.

“포스코의 HyREX는 현재 운용 중인 FINEX(원료의 예비처리 과정 없이 값싼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쇳물을 생산) 기술에 수소를 적용하는 공법이다. 다만 일반적인 용광로 1기의 연간 생산량이 500만t인데 반해, FINEX는 200만t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가 관련 설비를 확장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포스코는 기업 정관상 상장이 막혀 있어 자금 조달이 어렵다.

한국의 그린수소 생산력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수소환원제철에 필요한 그린수소는 포스코 350만t, 현대제철 150만t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장기 수소 전략은 2050년 기준 내에서 그린수소 300만t, 블루수소 200만t을 생산하고 나머지 2300만t은 수입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 철강산업은 국제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겸 고철연구소 소장./정재훤 기자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에는 어떻게 감축해야 하나.

“단기적으론 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을 전로에서 정제할 때 고철을 투입하는 방식이 쓰인다. 고철을 녹이는 데 석탄은 필요 없고, 전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고철 투입량만큼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다만 고철이 법률상 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폐기물로 취급당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세계적으로 고철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우리 정부가 나서서 산업분류를 ‘폐기물 처리업’에서 ‘제조업’으로 변경시키고, 대도시 주변에 고철 수거·가공단지를 만들어 수거율을 높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하나.

“우선 재정적 지원이다. EU의 경우 산업계의 탄소중립을 돕기 위해 2030년까지 그린딜 기금으로 1조유로(약 1300조원)를 조성한다. 미국 역시 리쇼어링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정책을 연계해서 10년간 4000억달러(약 460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저탄소·친환경 철강을 위해 2030년까지 1414억원을 지원하고,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에 3년간 269억원을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산업용 전기 가격도 낮춰야 한다. 지금은 제철소들이 용광로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이용한 발전으로 전력의 80%를 자체 충당하고 있지만, 수소환원제철을 도입하면 외부에서 사들이는 전력량이 늘어난다.”

현재 7%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더 높여야 한다. 그린수소를 수입에 의존하는 순간 미래 한국의 수소환원제철은 경쟁력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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