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산업 근대화 선도… 故 구인회 LG 창업회장, '최초'의 기록을 쓰다

최유빈 기자 2023. 12. 3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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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버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라 하지만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듯 기업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복리를 먼저 생각하고, 나아가서는 나라의 백년대계(百年大計)에 보탬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는 해방 후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귀속재산을 정부로부터 헐값에 불하를 받으며 안주했던 다른 기업과는 달리, 어떻게 하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했다.

구 창업회장은 국내 기업 최초로 공개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등 획기적인 경영시스템을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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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54주기… 품질 강조하며 고객과 끊임없는 관계 구축 강조
구인회 LG 창업회장. /사진=LG
"돈을 버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라 하지만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듯 기업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복리를 먼저 생각하고, 나아가서는 나라의 백년대계(百年大計)에 보탬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1969년 12월31일 세상을 떠난 고 구인회 LG 창업회장이 남긴 말이다. 그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실행 능력을 바탕으로 최초의 역사를 쓰며 한국 산업의 근대화를 주도했다.

구 창업회장은 "우리도 기업을 일으킴과 동시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야 한다"며 "그런 기업만이 영속적으로 대성(大成)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는 해방 후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귀속재산을 정부로부터 헐값에 불하를 받으며 안주했던 다른 기업과는 달리, 어떻게 하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했다.

1947년 해방 직후 자본 부족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던 가운데서도 구 창업회장은 LG의 모태인 락희화학을 창업했다. 이후 전자산업을 개척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한국의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될 종잣돈을 마련했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은 생산성이 높은 산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온 덕분에 기술 발전은 가속화됐고 현재의 LG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LG는 창업 초기부터 일상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 1947년엔 국산 화장품을 최초로 개발했으며 1952년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성과를 냈다. 1956년엔 외국 제품이 장악하던 치약 시장에서 한국인의 생활 습관에 맞는 제품을 출시했다. 1958년엔 금성사를 설립하고 국내 최초로 라디오, 전화기, TV, 세탁기 등 전자제품을 개발해 공급해왔다.

구 창업회장은 국내 기업 최초로 공개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등 획기적인 경영시스템을 추구했다. 1957년에 실시된 LG화학의 공개채용은 혈연과 지연 등의 연고성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비공식적인 특채의 관례를 깨고, 객관적인 인재 채용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인사 방식이었다고 평가된다.

국내 기업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단행하기도 했다. 1969년 10월 LG화학은 8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 1500여명의 새로운 주주들을 맞으며 우리나라 기업 최초의 기업공개를 단행했다. LG화학은 1970년 2월 주식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당시 기업공개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실정임에도 기업을 공개함으로써 LG는 주식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국민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주가는 계속 상승세를 탔으며 국내 기업의 공개를 촉진하는 기폭제가 됐다.

LG의 성장엔 구 창업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녹아있다. 그는 "싸게 만들기는 쉽지만 제품이 성공하자면 좋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좋은 상품은 잘 팔리는 법이고 우리 제품이 잘 팔리는 때가 오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결코 값을 흐리지 말 것이며 일시적으로 팔 생각만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고객과의 꾸준한 관계만이 기업의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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