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혹독한 불황…유통업계, '오프라인의 힘'으로 승부수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올해 계속된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혹독한 시간을 보낸 유통업계가 60년 만에 찾아온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 생존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유통기업들은 새해에도 소비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불황을 넘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본업인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이끌기 위해 기존 매장을 미래형으로 재단장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채워 넣거나 상품력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일 계획이다.
백화점들, '공간 가치 키우고 브랜드 차별화'
31일 산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3사는 새해 매장 리뉴얼을 통한 공간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불황일수록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이 성장의 첫 단추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하반기쯤 잠실점을 새로 단장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잠실 롯데월드몰을 중심으로 신규 브랜드와 팝업을 대거 유치한 만큼 내년에는 잠실점에도 힘을 줘 백화점, 에비뉴엘, 월드몰로 이어지는 초대형 복합 쇼핑타운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수원점은 2014년 개장 이후 10여 년 만에 매장을 재단장해 오는 4월 새로 선보인다.
롯데는 또 지방 중소형 점포에도 특성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를 유치하고 체험형 콘텐츠를 채워넣으려고 정준호 대표 직속으로 '중소형점 활성화 TF(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롯데 관계자는 "내년에도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판단해 백화점을 찾아 실제 지갑을 열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한 타깃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올해 매출 3조원을 달성한 강남점에 더 공을 들일 계획이다.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식품관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고 옛 면세점 공간에 와인 전문관과 프리미엄 푸드홀을 들인다.
강남점 식품관은 6천여평으로 국내 최대 규모로 확대된다.
내년에 탄생 50주년을 맞는 헬로키티 팝업을 단독으로 개최하는 등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를 겨냥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보강하기로 했다.
광주 신세계는 종합버스터미널 부지를 확보해 미래형 백화점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신세계의 구상대로 라면 광주 매장은 쇼핑,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과 판교점, 더현대 서울 등 핵심 매장을 중심으로 리뉴얼을 지속해 공간 경험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공을 들이기로 했다.
더현대 서울로 리테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평가를 받는 현대백화점은 기존에 접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 발굴해 트렌드를 이끌 방침을 세웠다.
판교점의 경우 정보기술(IT) 기업이 밀집한 상권 특성을 고려해 명품 강화 등 점포별 맞춤 전략을 추진하고 고객이 머물 수 있도록 아트 마케팅에도 힘을 준다.
광주지역에는 관광, 문화, 예술, 여가, 쇼핑을 융합한 복합몰 '더현대 광주'를 추진하고 있다.
또 대체불가능토큰(NFT) 전자지갑 서비스를 종료하고 식품 전문 온라인몰 투홈의 할인 혜택을 축소하는 등 마케팅 효율화도 병행한다.
대형마트들, '식품 강화'…미래형으로 꾸미고 신규매장 늘리고
대형마트 업계는 상품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인 식품에서 불황을 타개할 답을 찾고 있다.
고객이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찾는 차별점은 고품질의 신선식품과 다양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식품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마트는 유통 1위이자 토종의 자부심을 최대한 발휘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30년간 쌓은 업력에 따른 네트워크 강점을 활용해 반값 한우나 반값 킹크랩 등 좋은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상품 혁신 작업을 진행하고, 고물가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가성비 높은 자체브랜드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 매장은 고객의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한 미래형 매장으로 리뉴얼해 나간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강점인 식료품 매장을 키우고 상품 가짓수도 늘릴 계획"이라며 "동시에 고객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체험 공간과 맛집을 입점시켜 쇼핑을 즐겁게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외형 성장의 동력인 신규 출점도 재개한다. 이마트는 2021년 이후 신규 매장을 내지 않았으나 새해에 최소 5개 이상의 부지를 확보해 신규 출점하는 계획을 세웠다. 2025년에는 강동에 신규 매장 개점도 예고했다.
롯데마트는 신선식품의 품질을 끌어올리고 가성비 상품 구색을 강화한다.
올해 도입한 '신선을 새롭게' 프로젝트를 내년에도 이어가고 1만∼2만원대 와인과 반값 치킨 등 고객들이 지갑을 열 수 있는 가성비 상품을 늘리기로 했다.
슈퍼와 통합 소싱을 통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잡으면서 매장의 90%를 식료품으로 채운 특화매장 '그랑 그로서리'와 미래형 점포 '제타플렉스'를 주축으로 매장 리뉴얼에도 힘을 주기로 했다.
면세점업계, '개별 관광객' 공략 나선다
면세업계는 관광 트렌드가 변화한 점에 주목하면서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면세점 매출을 주도했으나 올해 국내를 찾은 외국인은 소규모 개별 관광객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특히 MZ세대가 늘면서 정해진 코스 대신 '핫플'을 찾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하는 등 소비패턴도 바뀌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런 트렌드를 고려해 쇼핑과 관광, 체험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면세업계 첫 쇼룸 '엘디에프 하우스'(LDF HOUSE)를 조성했다.
다양한 캐릭터 팝업으로 MZ세대를 공략하고 내국인 고객을 위한 멤버십 서비스 개편도 준비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싱가포르, 베트남, 호주, 일본 등 해외사업 안정화 작업도 지속할 계획이다.
신세계면세점은 개별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K패션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홍콩 캐세이그룹과 손잡고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신라면세점도 인천공항 등에 체험형 팝업 매장을 확대하는 방식처럼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묘수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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