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긴 의대 증원 논의…'의대 쏠림'·이공계 이탈 가속화[전망 2024]

남해인 기자 2023. 12. 3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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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수시 합격하고도 절반 등록 포기…"의대 선호 심화"
반도체 계약학과 '대기업 취업' 보장하지만 …이탈 속수무책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의가 해를 넘긴 가운데 수험생들의 '의대 쏠림'과 이공계 이탈 현상은 계속 심화할 전망이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입시가 수월해질 수 있다는 기대 심리로 경쟁에 뛰어드는 수험생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의과대학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2024학년도 대학 입시 수시모집에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SKY)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하지 않은 인원은 전체 정원의 절반을 넘었다.

종로학원이 28일 기준 202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서울대(2차)·연세대(4차)·고려대(3차) 추가합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대학에서는 모집정원의 56.6% 수준에 달하는 3923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대학에서는 등록을 포기한 합격자 공석을 메우기 위해 추가합격자를 선발한다.

서울대 등록포기자는 228명으로 지난해(194명)보다 34명 늘었다. 모집인원의 10.5% 수준이다.

반대로 연세대는 1390명이 등록을 포기해 전년(1439명)보다 49명 줄었고, 고려대도 전년(2382명)보다 77명 줄어든 2305명이 등록하지 않았다. 각 대학 모집인원 대비 68.2%, 94.0%에 달한다.

계열별로는 자연계열에서 더 많은 인원이 등록을 포기했다. 세 대학 인문계열에서는 모집인원의 52.6%인 1584명, 자연계열에서는 모집인원의 63.1%인 2318명이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대, 특히 자연계열 미등록이 늘어난 것은 의대로 빠져나가는 최상위권 합격생이 늘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반면 연세대·고려대는 상향지원의 여파로 복수합격이 줄면서 등록포기자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지난 11일 열린 서울특별시교육청 주최 '2024 대입 정시모집 대비 대입 설명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설명회를 듣고 있다./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구체적인 의대 정원 확대 규모는 합의되지 않은 채 논의는 새해에도 이어지게 됐다. 정부는 의료계와 증원 규모를 논의하면서 각 대학에 실시했던 의대 입학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정리 중이다.

당초 계획대로 2025학년도 입시에 반영하려면 늦어도 교육부가 대학 입학 정원을 확정하는 새해 4월까지 증원안을 확정지어야 한다.

의대 정원이 2025학년도 대입에서만 1000명 늘어난다면 이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급의 최상위권 대학이 하나 더 생기는 수준이다. 2024학년도 대입 기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자연계열 선발 인원은 대학별로 1700~2100명이다.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정원이 늘어날 경우 상위권 대학 이공계부터 우수학생 유치에 '구멍'이 생기며 대학 입시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험생들이 이공계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재수를 감행하거나, 기존 이공계 학생들이 이탈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입시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임성호 대표는 "최근 의대 정시 경쟁률이 6~7대 1인 것을 감안하면 의대 지망생은 증원 규모보다 6~7배 많아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 수능 지원자 가운데 N수생 비율이 2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는데 새해에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방 학생들이 지역인재전형 영향으로 의대 입시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면서 단기적으로 새해엔 과열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역인재전형은 비수도권 의대·한의대·약학대학·간호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대학 소재지의 고교를 졸업한 지역인재를 의·약학계열은 40% 이상(강원·제주 20%) 간호대학은 30% 이상(강원·제주 15%) 선발해야 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공계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대기업 취업이 보장된 반도체 계약학과 등 첨단분야 인재양성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새해에도 의대 쏠림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와 고려대에 따르면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75명 모집에 37명(49.3%),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20명 모집에 10명(50%),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는 20명 모집에 9명(45%),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는 30명 모집에 10명(33.3%)가 수시모집에서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았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와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는 삼성전자,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SK하이닉스,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는 현대자동차와 계약을 맺고 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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