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 없는 '건축 기술'로 아파트 짓는다

신유진 기자 2023. 12. 31.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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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건설-(2)]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 뛰어든 대형건설업체

[편집자주]버려진 페트(PET)를 식품 용기로 재활용하기 위해선 두 단계의 인증을 거친다. 환경부로부터 '재생 페트 플레이크'(r-PET Flake)가 식품용 재생원료의 생산에 적합하다는 확인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재생 페트 펠릿'(r-PET Pellet) 적합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생수 생산업체가 판매 후 회수한 폐페트병을 분쇄해 재생 페트 플레이크로 만들고 여러 공정을 거쳐 해당 원료는 재생 페트병으로 생산된다. 이는 국내의 한 건설업체가 공공기관과 생수 업체, 플라스틱 제조업체 등과 협력해 이뤄지는 과정이다. 땅 위에 건축물과 인프라를 지어 이윤을 창출하던 건설업체들은 장기 비전을 향한 환경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당장의 수익을 기대한 시도는 아니다. 기업 윤리와 사회적 기여를 경영활동의 새 기준으로 정립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글로벌 투자시장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지표가 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경쟁이 아닌 협업과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친환경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환경 파괴 없는 건축기술에 건설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다. 건설의 기본인 친환경 콘크리트와 시멘트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공장에서 제작한 후에 현장에서 조립하는 주택을 개발하는 등 기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 경쟁에서 협력으로… 환경사업 뛰어든 K-건설
(2) 환경 파괴 없는 '건축 기술'로 아파트 짓는다
(3) CF100 시대의 새로운 '탄소중립' 비전

국내 주요 건설업체들이 환경 파괴 없는 건축기술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친환경 콘크리트와 시멘트를 자체 개발하는 것은 물론 공장에서 건축물을 제작한 후에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공법을 공동주택(아파트)에도 적용해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하이브리드-PC 공법부터 프리패브 기술까지… 대우건설·GS건설


국내 건설 명가 대우건설은 친환경 콘크리트·시멘트를 개발했다.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PC(사전제작 콘크리트) 공법'을 현장에 적용했다. 하이브리드-PC 공법은 RC(철근콘크리트) 방식과 PC 공법의 장점을 합한 방식이다. 공장에서 제작 후에 현장에서 조립해 탄소 배출량이 줄고 현장 소음과 분진을 저감하는 친환경 공법이다.

지구온난화 심화의 주원인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목되고 시멘트·철강·화학 산업의 발생량이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우건설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을 개발했다. 대규모 저장소가 불필요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새로운 부산물을 만들 수 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건설 재료로 재활용한다. 해당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반영구 저장할 뿐 아니라 시멘트 대체 기술로 활용된다. 해당 기술은 해외 EPC(설계·조달·시공) 사업 입찰에 참여시 홍보에도 활용되고 있다. 발전소와 천연가스·석유 생산·처리 과정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고효율 포집 기술을 실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 됨에 따라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른 '2050년 탄소중립'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기후변화대응위원회를 설립하고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ESG 기업으로 전진하기 위해 경영진과 이사회의 ESG 경영에 대한 의지가 이러한 성과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GS건설은 구조물(모듈)을 미리 제작해 현장 조립하는 '프리패브' 기술을 연구·개발해 모듈러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 공법으로 알려진 해당 기술은 친환경을 넘어 화재 등 재난에 건물이 견딜 수 있는 견고함을 확보했다.

GS건설은 프리패브 공법을 활용한 모듈러 단독주택 전문회사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했다. 자이가이스트가 공급하는 모듈러주택은 균일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고 현장 공정을 최소화해 빠르면 2개월 내(설계와 인·허가 기간 제외) 공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GS건설은 모듈간 원터치 연결 접합방식 '퀵 커넥터'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모듈을 연결할 때 현장에서 조이는 작업 없이 '고력 볼트'(높은 인장 강도를 지닌 볼트)와 동일한 성능을 가진 기술로 철골 모듈러 공법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

건설업계 화두로 떠오른 층간소음 방지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GS건설 기술연구소에서 철골 모듈러를 실제와 같이 구현한 목업(Mock-up)을 설치해 모듈러주택의 층간소음 완화 등 주거성능을 향상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프리패브 사업을 강화하고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프리패브 시장에서 사업 다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소재 근무복 입었다


롯데건설은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콘크리트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90% 저감한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에 성공했다.

새로 개발한 친환경 콘크리트는 시멘트 100%를 사용한 콘크리트 대비 90%의 이산화탄소 저감이 가능해 아파트 시공시 1000가구 기준 약 6000톤(t)의 내재 탄소 저감이 가능하다. 이는 나무 약 4만2000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

현재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은 완료했고 상용화는 검토 단계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친환경 콘크리트를 건설 현장에 적용해 탄소배출 저감과 녹색건축물 인증을 통한 친환경 건축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탄소배출 저감이 가능한 친환경 기술의 개발과 적용 확대를 통해 ESG 경영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친환경 제품을 제작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현장 근무복을 전 현장에 도입했다. 이번에 새롭게 개선한 근무복은 폐페트(PET)병 등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하는 100%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제작됐다.

춘추복 한 벌을 제작하는 데 2리터(ℓ) 폐페트병 12.9개, 동복 18.1개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8000벌 제작 과정에 약 12만5480개의 폐페트병을 재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약 7.5톤 감축할 수 있다. 이는 30년산 소나무 1136그루가 1년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과 같다.

친환경 근무복이 도입된 후 현장 직원들의 반응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기존 근무복 대비 무게가 가볍고 통기성이 좋다"면서 "현장 직원들도 친환경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HDC현대산업개발은 ▲환경 사고 제로(Zero) ▲폐기물 발생량 저감·자원순환 활동 강화 ▲에너지 사용·온실가스 배출 최소화 ▲생물 다양성 보호 활동 ▲녹색제품 구매·친환경 건축물 시공 등 환경경영 목표를 세웠다.

야생동물의 서식지 단절을 막고 천적으로부터 피난처와 이동로를 제공하는 생태통로를 설치하고 있다. 공사 도중 저소음과 저진동 공법을 활용한다. 아이파크 단지 내에 일정 면적 이상의 생태공간을 확보해 건설사업에 의해 훼손된 자연 생태적 기능을 회복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향후 회사가 시공하는 모든 공동주택 현장에 비오톱(인간과 동식물 등 다양한 생물종의 공동 서식 장소)을 적용할 예정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 사용을 비롯해 사회와 환경을 생각하는 다양한 가치 창출 방안을 모색하는 ESG경영을 지속해서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건설현장 속에서 생태환경을 보호하고 생태계 연속성을 유지하는 조치들도 실행해 나갈겠다"고 말했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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