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갑질’ 해도 한국은 쩔쩔…오줌 속에 있다는 ‘이것’ 뭐길래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12. 3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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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세상을, 아니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요소수 부족 사태가 또다시 벌어지나 했습니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중국 통관이 요소 수출을 막으면서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요소수 시장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진 겁니다.

다행히도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7개월 치의 요소수를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우려는 사그라지는 듯합니다. 요소수가 대체 뭐길래 중국이 으름장만 놓아도 한국이 발칵 뒤집히는 것일까요. 요소수에 대해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무기물에서 유기물을 만든 첫 사례, 요소
‘요소’라는 단어는 들어보셨을 거예요. 네, 바로 ‘소변’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생명과학 시간에 요소가 등장하는데요, 제가 가지고 있는 ‘미래엔’ 생명과학1 교과서의 ‘노폐물의 생성과 배설’ 단원에 등장합니다. 이 단원에서는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노폐물이 발생하고, 이를 소변, 대변을 통해 배출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분 중 ‘단백질’에는 ‘질소(N)’가 포함돼 있습니다. 따라서 세포 호흡 과정에서 암모니아(NH3)도 생성이 됩니다. 암모니아는 독성이 강합니다. 암모니아는 일단 간을 거쳐 독성이 약한 요소로 전환되고 이어 물과 함께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소변을 끓이면 작은 결정이 남는데 이것이 바로 ‘요소’입니다(미리 말씀드립니다. 소변으로 요소 만들기 어렵습니다. 불순물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거든요. 요소수 없다고 소변 넣으셔도 안 됩니다).
요소를 실험실에서 처음 만들어낸 프리드리히 뵐러
요소는 이처럼 생명체에서 만들어지던 화합물이었습니다. 그런데 1828년, 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히 뵐러가 실험실에서 요소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이는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공이었습니다. 생명체에서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여긴 화합물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첫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조금 유식한 용어를 쓰면 ‘무기 화합물’로 ‘유기 화합물’을 만들어 낸 최초의 사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요소로 인해 유기 화합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이후 많은 과학자가 무기물을 이용해 유기물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과학이 엄청나게 발전했겠죠. 이어 1922년 역시 독일의 화학자 카를 보슈가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키는 요소 생산법을 개발합니다.

요소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암모니아를 만든 뒤에 이를 이산화탄소와 반응시키면 됩니다. 간혹 “석탄에서 요소를 만든다” “석탄에서 추출한 암모니아”라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 잘못된 겁니다. 석탄에는 질소가 없습니다. 암모니아 생성 시 필요한 수소를 만들 때 석탄이 필요한 데 이를 잘못 설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여튼 이렇게 만든 요소를 증류수와 섞으면 요소수가 됩니다. 요소수의 요소 농도는 32.5%. 즉 물 675g에 요소 325g을 넣고 온도를 높인 상황에서 잘 녹이면 요소수가 됩니다.

최근 중국 세관이 한국으로의 요소 수출 통관을 보류한 가운데 지난 6일 서울 한 주유소에 요소수를 1통씩만 제한해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충우기자]
한국에는 없는 요소 공장
현재 한국에는 요소를 만드는 공장이 없습니다. 과거에는 있었지만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수지가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요소 공장은 대표적인 기피 업종에 환경오염 물질 배출이 많고 전력 생산에도 큰 비용이 들었다고 합니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는 값싼 노동력, 원료 등을 이용해 요소를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요소 공장을 가동하자”라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가동을 해봤자 가격은 비싸고, 이렇게 만든 요소수는 지금보다 가격이 더 오를 테니까요. 국내 요소수 생산에 필요한 요소의 양이 한 달에 약 6000t이라고 하는데, 단지 이를 위해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수지타산에 맞지 않습니다. 요소의 수입 다변화를 통해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요소수가 경유 차에 필요한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질소’와 관련이 있습니다. 질소가 산소와 결합해 있는 ‘질소산화물(NOX·낙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은 자동차와 공장 등에서 발생합니다. 공기 중에 있는 질소가 산소와 만나면서 만들어지는데 산성비의 주요 원인이 될 뿐 아니라 미세먼지, 스모그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질소산화물이 배출되는 경유 차에는 요소수를 뿌려 질소산화물을 없애 줍니다. 요소수 속의 요소가 질소와 만나면서 질소, 수증기, 이산화탄소로 바뀌어 배출됩니다. 여기에 쓰인 장치가 바로 ‘SCR’ 입니다.

엄격해진 환경 규제에 맞추기 위해 정부는 자동차 회사에 디젤차를 만들 때는 SCR을 탑재하고, 요소수가 부족할 경우에는 자동차의 출력이 떨어지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해당 법이 2015년 이후 시행된 만큼 이전에 만들어진 경유 차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롯데정밀화학이 차량용 요소 5500t을 베트남에서 들여왔다. [사진=롯데정밀화학]
급하면 ‘물’, 사용할 때는 ‘정품 요소수’를
요소수 대란이 오고 난 뒤 전국에 불량 요소수가 판을 치기도 했습니다. 정부에서 정한 기준에 맞지 않은 요소수가 상당히 많이 유통되는 건데, 요소수가 돈이 된다는 생각에 무분별하고 요소수를 만들거나, 혹은 불법으로 제조한 요소수를 판매하는 업체도 생겨났다고 합니다. 불량 요소수를 사용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환경 오염입니다.

잘 만든 요소수를 넣어야만 SCR에서 질소산화물과 반응이 잘 일어나고, 환경 오염 물질이 배출되지 않습니다. 불량 요소수를 사용하면 SCR의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비료용 요소를 써도 안 됩니다. 비료용 요소에는 ‘황(S)’이 코팅되어 있고 이는 발암물질을 만들어 냅니다. 또한 황은 SCR의 표면에 달라붙어 역시 성능을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당장 어딘가를 가야 하는데, 요소수가 없어 자동차의 출력이 떨어지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을 것 같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요소수 대신 ‘물’을 넣어주는 겁니다. 다만 이는 한시적인 대책, 즉 요소수를 구하러 가기까지 임시 방편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일 뿐입니다.

그냥 물을 넣으면 SCR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오염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승용차의 경우 대략 요소수 10리터로 10만km가량 달릴 수 있다고 합니다. 화물차의 경우는 이보다 많이 사용하고요. 요소수를 사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 정품 요소수를 구해 트렁크에 보관해 놓는 겁니다.

“중학교 3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가져오란 말이야.”  과학을 담당하는 기자가 선배들에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맞습니다. 과학·기술 기사는 어렵습니다. 과학·기술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내용을 풀어가다 보면 설명은 길어지고 말은 많아집니다. 핵심만 간결히 전달하지 않으면 또 혼나는데 말입니다. 이공계 출신인 제게 “문과생의 언어로 써라”라는 말을 하는 선배도 있었습니다.  혼나는 게 싫었습니다. 중3이 이해하는 언어로 기사를 쓰고 싶어 과학 교과서를 샀습니다.  그런데 웬걸, 교과서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많은 과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억 안 나시죠. 중3 수준으로 기사를 쓰면, 더 어려운 기사가 됩니다.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챗GPT, 유전자 가위,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픈 최신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모르면 도태될 것만 같습니다.  어려운 과학·기술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교과서를 다시 꺼냈습니다.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최신 기술의 원리를 교과서에서 찾아 차근차근 연결해 보려 합니다. 최신 과학·기술은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 않았습니다. 교과서에 이미 모든 원리가 들어있으니까요.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적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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