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있는 정치 아이콘 VS 권력자 아바타…시험대 놓인 한동훈 비대위원장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정치 신인’으로서 극복 과제도 적지 않아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혁신과 생명을 의미하는 국민의힘 상징색인 붉은색 목도리를 하고 입장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수락 연설에서 승리를 위해서 뭐든 하겠지만, 그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는 않겠다며 “정치인은 국민의 공복이니 우리가 누구에게든 더 잘해야 합니다. 무릎을 굽히고 낮은 자세로 국민만 바라봅시다”라고 뜻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차별화된 패션 스타일이나 거침없는 행동, 논리적인 화법 등의 이미지 브랜딩으로 화제의 중심에 있다. 그는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으로 살아왔다”며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야권의 ‘윤석열 아바타’ 비판에 대해 선을 긋는 소신 발언 등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정치공동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고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필자는 정치성향과는 관계없이 한 위원장을 이미지 브랜딩 차원에서 A(Appearance) 외모, B(Behavior) 태도, C(Communication) 의사소통을 토대로 분석하고자 한다.
Appearance
넥타이는 전략 메시지 브리핑 수단
한 위원장의 헤어스타일은 기존 공직자나 법조인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예전의 이마를 덮은 앞머리는 자칫 무거워 보였으나 최근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마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헤어스타일 연출은 신뢰감 있는 이미지 강화에 효과적이라고 분석된다.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서 착용해 화제가 됐던 갈색의 훈민정음 넥타이를 이번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 자리에서도 동일하게 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조선 세종 때 훈민정음으로 쓴 최초의 작품인 용비어천가의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려 꽃이 좋아지고 열매가 많아지나니’ 부분이 적혀 있는 넥타이를 통해서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소임을 다해 대한민국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거의 비슷한 디자인과 짙은 색 계열의 상의 정장을 주로 입는 정치인들에게 넥타이는 단순한 패션 액세서리가 아니다. 바로 자신의 정치적인 전략 메시지를 전달하는 파워풀한 브리핑 수단일 수 있다.
넥타이를 맸을 때 가운데 쏙 파인 딤플이 생기게 하는 넥타이 매듭법이나 넥타이핀 등 한 위원장은 슈트핏에서 ‘브이존(V-zone)’을 시그니처 스타일링 포인트로 스마트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브이존이란 정장 상의에서 셔츠가 보이는 V자형 부분을 의미한다. 거의 화이트 셔츠를 착용하는 관계로 넥타이가 브이존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패러다임 체인지, 고정관념 깨뜨린 취향과 스타일
한 위원장은 2022년 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때 착용했던 붉은색과 녹색, 푸른색이 섞인 스카프로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2023년 11월에 열린 ‘2023 국회 세미나’에서도 푸른색 바탕에 붉은 새와 꽃 모양 무늬가 있는 화려한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는 등 에지 있는 연출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드레스 코드에 따라 변화를 주는 다양한 프레임의 안경 연출까지 공직자나 정치인의 고정관념 이미지에 패러다임 체인지를 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브라운 계열의 의상에서는 브라운 프레임의 안경을 착용하고 감청색 슈트를 착용할 때는 블랙프레임의 안경을 선택하는 등 의상 스타일에 따라 안경을 다양하게 연출하고 있다.
주로 굵은 프레임의 빅사이즈 안경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가는 실버 테로 세로 길이는 짧고 가로 길이는 긴 부드러운 사각 프레임의 안경을 시도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취임식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레귤러 칼라 셔츠를 착용하고 특별한 자리에서는 넓은 와이드 칼라 셔츠를 통해 세련되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연출한다고 분석된다.
Behavior
형식보다는 내실을 중요시 여기는 태도
곧게 편 자세가 반듯해 보이고 큰 보폭으로 걷는 태도가 거침없어 보인다. 좌우 어깨에 무게 중심을 주고 걷기에 좌우로 흔들리는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는 편이다. 인터뷰할 때 눈 깜박임이 잦아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절제 있고 당당한 태도가 자신감 있는 이미지 연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동력으로 분석된다.
법무부 장관 시절 취임 이후에는 불필요한 의전을 없애는 등 주변인들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호감 이미지를 강화했다고 분석된다. 법무부 직원이 장관의 관용차 문을 열어주는 의전을 없앴고, 공문서에서 ‘장관님’의 ‘님’자를 뺄 것을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미국 연방수사국 출장 시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하던 관례를 깨고 급을 낮춰 비즈니스 클래스를 탄 사례를 보면 형식보다는 내실을 중요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직원들 타라고 버튼을 눌러주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소속과 이름 물어보고 외워서 다음번에 먼저 인사해 준다는 한 법무부 직원의 말을 통해 권위보다는 수평적인 리더의 태도를 보여준다고 분석된다.
Communication
소신 있는 발언과 몰입도 높이는 논리적 화법
“여의도 300명이 아니라 5000만 명의 문법을 쓰겠다”고 차별화된 정치를 예고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는 발언 등을 한 한 위원장은 중저톤으로 단어 하나하나를 명확하게 발음하면서 마무리를 짧게 끝내는 화법이 군더더기 없는 이미지를 강화시킨다고 분석된다.
전반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때 강조해야 할 부분에 포인트를 주고 앞 문장과 뒷 문장에 적절한 멈춤을 두어 청자의 몰입도를 높이고 집중하게 하는 의사소통을 구사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 인사청문회와 국회 상임위에서 딸의 논문 공저인 ‘이모(某)’ 교수를 친척 ‘이모’로 착각하거나 서울 청담동 술자리 사건 등 확인되지 않은 의제로 공격하는 야권 의원들에게 논리적인 반박을 하면서 국민에게 강한 이미지 브랜딩을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미지 브랜딩이란 허상과 거짓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체와 이미지가 동일하도록 견제하고 유지하는 끊임없는 자기관리 과정이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개인의 이미지가 아닌 국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달하는 채널로서 중요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자기다움을 표현함으로써 정체성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한 위원장이 타협이 필요 없는 검사 출신으로 타협이 가장 중요한 정치 영역에서 정치문법을 익히는 데는 한계가 있고 변화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야권의 비판 등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반면에 젊음과 새로움으로 당정 간 더욱 진솔하고 활발한 소통을 바탕으로 국민의 뜻에 맞는 민생정치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아 보인다. 한 위원장이 이미지 브랜딩 차원에서 소신 있는 정치권 아이콘이 될지 아니면 한계 있는 권력자 아바타가 될지 시험대에 놓인 가운데 진정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