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누아쿠, 사과 의사 밝혔지만…명분도 실리도 없었던 재정위원회
KBL은 30일 재정위원회를 개최, 심의를 거쳐 오누아쿠에게 비신사적 행위에 대해 제재금 300만 원을 부과했다. 오누아쿠는 28일 열린 안양 정관장과의 홈경기 도중 아반도의 엉덩이를 밀었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아반도는 요추(허리뼈) 3, 4번 골절 및 손목 인대 염좌, 뇌진탕 소견을 받았다.
중계방송사 SPOTV의 화면만 놓고 봤을 땐 고의 여부를 가늠하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상황은 관중석에서 팬이 찍은 영상이 퍼지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심판설명회에서 ‘고의성 없음’이라 유권해석을 내렸던 KBL은 이튿날 ‘비신사적 행위’를 이유로 재정위원회를 개최했다. 이어 제재금을 부과했다. 과실이 인정된다는 의미다.
2013년 12월 14일 애런 헤인즈(당시 SK)가 김민구(당시 KCC)를 고의로 밀친 상황이 떠오르기 충분한 사태였다. 공격 진영으로 달려가던 헤인즈는 무방비 상태에 있던 김민구를 바디체킹한 바 있다.
곧바로 교체된 김민구는 하프타임에 휴식을 거쳐 3쿼터에 잠시 뛰었지만, 무리라는 판단에 따라 이내 교체됐다. 김민구는 이후 2경기에 결장했고, 베스트5로 선발된 올스타게임에서도 휴식을 취했다.
KBL은 헤인즈에게 2경기 출전정지 및 제재금 500만 원을 부과했다. SK가 자체적으로 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려 헤인즈는 총 5경기에 결장했다. 또한 헤인즈는 당시 SK 단장, 감독과 함께 KBL센터를 찾아 고개 숙여 사과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300만 원 제재금을 받은 오누아쿠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 여론이 형성된 이유다. KBL 측은 “재정위원회에서 비신사적 행위와 관련된 기존 사례를 종합적으로 살펴봤고, 오누아쿠의 소명을 참고해 최종 징계가 결정됐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누아쿠는 재정위원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어떻게 밝혔을까. 소노 관계자는 “아반도가 오누아쿠 앞에서 뛴 게 아니라 옆에서 뛰어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손을 댄 것 같다.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큰 부상으로 이어져 미안하게 생각한다. 쾌유를 빈다’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소노 관계자는 이어 “잠시 후(30일 오후 8시 40분 기준) 김해공항에 도착하면 정관장 통역을 통해 아반도에게 전화해서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진유는 경기가 끝난 후 곧바로 통역을 통해 미안하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김상식 감독은 “단순히 선수 1명 빠지는 문제가 아니다. ‘내가 선수를 보호해주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났다. 정말 안타깝다. 젊은 나이에 문화도, 날씨도 다른 곳에 돈 벌러 와서 고생하고 있는 선수다. 그래서 내가 정말 많이 신경 썼고, 자식처럼 생각했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오누아쿠, 아반도의 충돌에 앞서 이미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선수 보호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기존 사례까지 살펴보면, 오쿠아쿠의 징계 수위에 대한 비난여론은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한 재정위원회였다.
#사진_점프볼DB(문복주,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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