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파이어보다 낫다”, 北 전차군단 부술 ‘독침’ 미사일 만든다 [박수찬의 軍]
6.25 전쟁 이래 한국군은 수십여년 동안 북한군의 강력한 전차부대를 격퇴할 방법을 고민했다.
휴전 이후 북한이 기계화군단과 전차사단 등을 늘리면서 공격력을 강화하자 한국군도 전차와 더불어 토우 대전차미사일 등을 도입한 것도 6.25 전쟁 당시의 ‘전차 악몽’과 무관치 않다.
이에 따라 ‘하늘의 검’이란 뜻을 지닌 국산 천검 공대지미사일 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내년부터 2031년까지 7248억원을 투입, 양산이 진행될 예정이다. 생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검 미사일은 기본적으론 LAH와 상륙공격헬기에 탑재될 예정이지만, 장갑차나 전술차량, 무인장비 등에서도 쓰일 가능성이 있다.
현궁 대전차미사일과 더불어 북한군 전차를 공격할 핵심 수단으로서 운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천검 미사일, 공중·지상서 쓰일 듯
LAH에 탑재되는 공대지미사일 ‘천검’은 국내에서 처음 만든 공대지미사일이다.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이 이뤄졌다.
천검은 기존 미사일의 한계와 단점을 개선했다. AH-1S나 500MD 공격헬기에 장착된 토우 미사일은 사거리가 4㎞다. 미사일이 명중할 때까지 헬기는 조준경으로 표적을 조준해야 한다.
헬기가 발사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므로 적 대공화기 공격에 노출되어 있고, 이를 의식한 조종사가 미사일을 명중시키지 못할 위험도 있다.
가시광선과 적외선 영상을 활용하는 이중모드탐색기를 사용해 탐지 성능을 높였고, 유선 데이터링크를 적용해 비가시선에서도 발사가 가능하다.
유선 데이터링크는 비가시선 사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장비지만, 길이가 길고 두께는 얇아서 발사 직후 손상 또는 단절 위험이 있다.
천검은 이를 방지하는 기술을 적용, 문제를 해결했다.
표적을 지정하고 쏜 뒤 헬기는 회피기동을 할 수 있는 발사 후 망각(fire-and-forget)과 더불어 발사 후 재지정(fire-and-update)까지 가능하다.
천검은 LAH에선 기체 양측에 2발씩 탑재한다. 사거리는 8㎞, 관통력은 미국산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과 유사한 10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기능과 성능 덕분에 LAH는 산 뒤에서도 중장갑을 갖춘 적 기갑차량을 천검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 무인기나 지상부대에서 표적 정보를 받으면, 표적이 보이지 않아도 미사일을 쏜다.
열영상과 광학시스템을 통해 천검 미사일이 표적에 접근하면 할수록 표적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명중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양산 직후 군 전력화가 이뤄지면 사거리 연장 및 명중률 향상 등을 위한 성능개량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전차미사일의 사거리가 크게 증가하는 세계적 추세와도 부합하는 부분이다.
천검은 LAH와 상륙공격헬기에서 쓰일 예정이지만, 지상 운용 방안도 거론되는 모양새다.
지난 2020년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에서 한화 측은 소형전술차량에 천검 6∼12연장 발사기를 탑재한 버전을 선보였다.
당시 해병대가 서북도서에서 쓰고 있는 이스라엘산 스파이크 대전차미사일 4연장 발사차량의 대체를 염두에 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21 보병전투차를 활용해 개발을 제안하는 비가시선 원거리정밀타격체계(NLOS-LPS)는 K21 차체 등을 이용, 12연장 천검 대전차미사일 발사대를 장착한 25∼30t짜리 장비다.
사거리는 7∼8㎞지만 향후에는 25㎞까지 늘어날 수 있다. 유·무인 복합운용을 통해 병력 소요를 절감하면서 핵심 표적을 우선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천검을 장착한 보병전투차 상상도를 공개했다. K21 보병전투차를 대체할 차세대 보병전투차에 천검 2발을 탑재한 형태다.
무인수색차량에 천검을 장착한 형태도 거론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9월 폴란드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MSPO)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체계 개발이 진행중인 무인수색차량에 천검을 탑재한 무기를 공개했다.
천검을 지상에서 활용하는 방안이 현실화하면, 현궁 대전차미사일보다 더 먼 거리에서 적 기갑차량을 격파하는 대전차 전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육군과 해군에서 운용할 헬기 전력 증강 계획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방위사업청은 이날 제15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해상작전헬기-II 사업추진기본전략, UH/HH-60 성능개량 체계개발기본계획, 지휘헬기-II 사업추진기본전략도 심의, 의결했다.
해외 구매로 추진되는 해상작전헬기-II 사업은 해군이 1990년대 도입한 링스 헬기가 노후화하면서 이를 대체하는 사업이다. 2025~2032년까지 2조8700억원이 투입된다.
사업이 본격화하기 전에는 국산 수리온 헬기를 개조하는 방식으로 국내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거론됐다.
하지만 체계개발과 양산까지 9년이 소요되는 것과 전력화 시기를 감안, 해외구매로 확정됐다.
대상 기종으론 미국 록히드마틴 MH-60R이 매우 유력하다.
한국 해군에서 사용하는 영국·이탈리아 레오나르도 AW-159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는 해상작전헬기-II 사업 요구성능(ROC)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NH인더스트리가 제작한 NH-90 NFH도 후보로 거론되지만, NH인더스트리는 예전부터 현재까지 한국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흔적이 거의 없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한국과 유럽을 왕복하고 한국 내 지원인력을 확보하며, 제안서를 만들고 제출하려면 상당한 돈이 든다. 업체로선 수주 가능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수의계약으로 도입이 결정된 미국 보잉 P-8A 해상초계기의 전례가 이번 사업에서 반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UH/HH-60 성능개량 사업은 육·공군이 운용중인 UH/HH-60 특수작전용 헬기 36대의 성능을 높이는 사업이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8900억원을 투입한다.
군에서 운용중인 UH-60 헬기 중 일반 수송용으로 쓰이는 100여대는 국내에서 2040년쯤 개발이 완료될 차세대고속중형헬기로 대체된다.
특수전 헬기는 UH/HH-60 개량형, 현재 사업절차가 진행중인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후보:MH-47G, CH-53K)를 쓴다.
북한 내륙 침투 비행에 필수적인 각종 경보 및 항법장치도 장착될 예정이다.
성능개량이 이뤄지면, 35~40년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군이 2070년대까지 UH-60을 사용할 계획이므로 유지보수에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지휘헬기-II 사업은 신형 대통령 전용헬기(지휘헬기)를 해외에서 구매하는 사업이다. 2025~2030년까지 7400억원을 들여 3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운용하는 대통령 전용헬기는 2007년에 도입한 미국 록히드마틴 S-92의 개조형인 VH-92다. 교체주기인 10년이 초과하면서 신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후보 기종으로는 H225M(유럽 에어버스), Bell 525(미국 벨), AW101(영국·이탈리아 레오나르도), S-92A+(미국 록히드마틴)이 거론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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