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⑭ 예준녕 디스프레드 대표 “웹3.0의 블룸버그 될 것… 솔라나·더샌드박스 등 협업사 70곳 돌파”
사업 전략 기획 및 마케팅 수립
야놀자 밀크·솔라나 등과 협업
“정보 제공 플랫폼 설립 구상”
“2019년만 해도 코인 사기가 들끓었어요. 가상자산을 정상적인 사업으로 수단으로 보는 게 아니라 거래소에 상장해 돈을 벌고 방치하는 비도덕적인 행위가 많았죠. 당연히 블록체인 이미지는 날로 나빠졌고요. 저는 블록체인과 웹3.0 기술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기에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예준녕(27) 디스프레드 공동대표는 20대 중반 젊은 나이에 블록체인 사업체를 설립하고 시장의 플레이어로 뛰어든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디스프레드는 지난 2019년 설립된 웹3.0 사업 컨설팅 기업이다. 웹3.0이란 초창기 인터넷인 웹1.0, 플랫폼 개념의 웹2.0을 넘어선 개념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된 웹을 의미한다. 디스프레드는 웹3.0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 출시 전후 기획에 참여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해외 유력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한국에 상륙할 때 해외 사업자와 한국 시장을 잇는 가교 구실을 하기도 한다.
디스프레드는 창업 초기부터 야놀자의 블록체인 서비스인 밀크, 해외 유명 블록체인 메인넷 솔라나 등과 협업하며 순조롭게 사업을 출발했다. 최근에는 일본 최대 규모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아스타의 국내 사업 진출을 돕고 있다. 현재 클라이언트사는 70개를 돌파했으며 매출은 분기별로 10%씩 성장하는 중이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디스프레드 사무실에서 만난 예 대표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 부는 훈풍이 국내 웹3.0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면 성공 사례도 잇따를 것이란 얘기다. 그는 “올해 약세장을 기점으로 많은 사업체가 없어졌지만 불마켓(강세장)에서 또다시 관련 산업이 부활하면서 실생활과 밀접한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나올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2019년 창업 이후 여러 차례 가상자산 침체기와 부흥기를 경험했다. 이러한 순환 과정이 블록체인 및 웹3.0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부흥기와 침체기를 반복해 겪을 때마다 스타트업들의 옥석이 가려진다고 생각한다.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이 생기고 사라지는데 이 과정에서 살아남는 기업의 공통점을 꼽자면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이라는 점이다. 디스프레드처럼 기업 컨설팅을 하거나 블록체인 보안 관리하는 사업체, 벨리데이터(블록체인 검증) 사업자 등이 침체기에서도 살아남는다. 아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 모델은 시장에서 큰 인기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블록체인 B2C 시장이 작은 이유는 무엇일까.
“블록체인 시장이 커지려면 선진국에서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선진국은 제도권 금융도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좋아서 오히려 블록체인을 사용했을 때 불편한 점도 있다. 그렇기에 개발도상국 등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금융 서비스를 구축하다 보면 새로운 성공 사례가 나오고 글로벌 서비스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혁신적인 블록체인 서비스 성공 사례가 나오기 위한 선결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은 나라마다 가상자산 규제나 진흥법이 명확하지 않다. 관련 제도가 미흡한 탓에 가상자산 발행사들이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회계적인 문제를 저지르기도 한다. 건실한 기업도 제도가 불확실해 관련 사업에 진입하기 어려워한다. 규제와 기본법 모두 뚜렷하게 세워지는 곳에서 성공 사례가 먼저 나올 것이라 본다.”
―현재 디스프레드가 맡은 주요 협업 기업에 대해 소개해달라.
“해외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에서는 솔라나와 더 샌드박스가 주요 협업 브랜드다. 솔라나는 이더리움 다음으로 가장 큰 레이어1 메인넷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빠른 속도와 저렴한 수수료가 강점인데 솔라나 조직원들의 사업 역량이 우수하다고 판단해 협업을 결정했다. 더 샌드박스는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게임이다. 메타버스 유행이 오기 전부터 협업했다. 더 샌드박스는 블록체인 게임사 중 1~2위에 꼽힐 정도로 영향력 있는 기업이다. 디스프레드는 해외 기업이 국내 금융사나 엔터테인먼트사와 협업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준다.”
―사내에 리서치 조직이 있다. 리서치 조직은 수익이 없는 조직인데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리서치 조직을 꾸린 이유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리서치를 좋아해 혼자서 하다가 점차 팀원이 붙어 확장됐다. 본격적으로 팀을 꾸린 건 지난해 초다. 리서치 조직으로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블록체인 시장에서 양질의 보고서 콘텐츠가 부족해 우리가 솔선수범해서 업계 관계자들이 볼 수 있는 보고서를 준비했다. 현재는 기관용 리서치도 준비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기관들이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할 때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는 리서치를 구상하고 있다.”
―최근 언론 기고에서 “국내 웹3.0 산업은 게임과 대체불가토큰(NFT)에 치중돼 있다”고 말했다.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에 대한 관심이 적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오히려 일반인은 디파이에 대한 관심이 많다. 반면 기업이 디파이 사업에 손댈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금융 서비스라는 규제 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주요 기업도 본격적인 디파이 사업을 기획하기보다 진입 문턱이 낮은 NFT를 활용해 프로모션 마케팅에 치중하고 있다. 디파이 관련 세부적인 규제나 기본법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해외엔 디파이 산업 발전 선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해외에서는 주식, 부동산, 미술, 명품 등 다양한 자산을 증권형 토큰(STO)으로 발행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국채나 기업 자금을 온체인(블록체인 거래를 네트워크에 기록하는 것) 자산으로 옮겨 활용하는 실물형 토큰(RWA) 시장도 커지고 있다. 최근 RWA 분야는 약 6조원 정도의 시장 크기를 보유하고 있다. 메이플 파이낸스의 경우 기업 대상으로 온체인 자산의 예금·대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메이커다오, 온도 파이낸스 등은 토큰화된 미국 국채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스프레드의 내년도 사업목표와 장기적인 사업목표에 대해 설명해달라
“디스프레드가 4년 동안 다사다난했던 블록체인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은 덕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어떠한 사업을 진행할 때 항상 신중을 기했다. 내년에도 빠르게 조직을 키우기보다 내실을 다질 것이다. 내년엔 디스프레드 랩스라는 개발조직을 꾸리고자 한다. 온체인 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웹3.0의 블룸버그가 되고자 한다. 디스프레드는 컨설팅 기업이라 시장 유행이나 기업 현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기업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미디어와 같은 플랫폼도 생각하고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나 웹3.0 관련 리서치를 제공할 수 있는 웹3.0의 블룸버그가 되고 싶다.”
☞예준녕 디스프레드 공동대표는
▲한양대 신소재공학 중퇴 ▲블록데일리 미디어 마케팅 및 리서처 ▲ROK Capital 벤처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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