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기는 두 개의 전쟁…포성 멎지 않는 가자·우크라
우크라戰 2년째 소모전 속 공습 격화…러 "우크라가 집속탄" 주장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중동과 유럽에서 발발한 두 개의 전쟁은 2024년 새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31일(현지시간)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휴전·종전에 대한 목소리에도 결국 해를 넘기게 된 셈이다.
이스라엘은 자국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섬멸하겠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날이 갈수록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 규모가 불어나면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만 2년을 채워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겨울을 맞아 또다시 지난한 소모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재정 지원 기조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러시아는 전선에서 우위를 굳히고자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가자지구에 약 3만말 포탄 쏟아부어…휴전 재개는 난망
유대교 안식일인 지난 10월 7일 새벽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에 수천발의 로켓탄을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살해와 납치를 감행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에 나서면서 발발한 전쟁은 86일째 이어지고 있다.
2014년 '50일 전쟁' 이후 9년 만에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개시한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하철' 땅굴로 숨어든 하마스 지휘부와 대원들을 모조리 제거하겠다는 목표로 육해공 전력을 총동원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인 칸 유니스의 하마스 정보부대 본부를 장악하는 등 진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현재 팔레스타인인 최소 2만1천672명이 숨지고 5만6천165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들어서는 연일 사망자가 150∼200명에 이를 만큼 연말에도 치열한 교전이 지속 중이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이스라엘군이 개전 후 이달 중순까지 가자지구에 투하한 폭탄과 포탄 등 탄약을 총 2만9천발로 집계했다.
미군이 2004∼2010년 이라크에 투하한 3천678발의 약 8배다.
앞서 카타르 등의 중재로 극적 타결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시 휴전은 지난달 24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진 뒤 파기됐다.
이후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휴전 재개 논의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가자지구 전쟁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여기에 시리아 남부 접경지에서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 간의 충돌이 잦아지고 있는 데다, 역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민간 선박을 무차별 공격하면서 확전 우려가 다시 커진다.
러, 연말 우크라에 '최대 규모' 공습…서방 비난 속 '집속탄' 주장 주목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탈환하겠다며 야심 차게 시작했던 봄철 대반격이 사실상 실패로 마무리된 가운데, 최전선은 큰 변화 없는 일진일퇴 속에 겨울철 참호전 단계로 진입하는 형국이다.
반면 양측 모두 후방 도시를 노린 공습의 강도를 끌어올리며 세밑 들어 긴장감은 오히려 더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하르키우, 드니프로, 오데사 등 전역에 미사일 122발과 무인기(드론) 36대를 쏘아 올렸다.
작년 2월 개전 이후 최대 규모 공습에 우크라이나인 최소 3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간 전쟁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에 시달리던 서방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왔다.
게다가 공습 여파로 러시아의 미사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러시아를 향한 비난이 커졌다.
한편 이튿날인 30일 러시아는 자국 서부의 우크라이나 접경 도시 벨고로드에 우크라이나의 포격이 쏟아져 어린이 2명을 포함해 1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게다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금지된 집속탄을 포함한 미사일을 발사한 탓에 민간인 피해가 컸다고 주장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 방송은 최근 전문가들을 인용한 특집 기사에서 내년에도 전쟁이 계속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 상황과 유럽연합(EU)의 정세 판단에 전쟁의 향방이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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