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주가 상승률로 루이뷔통 제쳤다
프랑스 명품 라이벌 업체인 모에헤네시 루이뷔통(LVMH)과 에르메스 간 경쟁은 2023년 에르메스의 승리로 끝났다.
LVMH가 2023년 수요 둔화로 고전한 것과 달리 에르메스는 꾸준한 수요를 확보하면서 주가 상승률에서 명품업체 1위를 기록했다.
LVMH가 유럽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에서도 쫓겨난 것과 대조적이다.
12월 2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2023년 한 해 주가가 33% 급등했다.
명품업체 가운데 주가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반면 크리스찬디오르 등의 명품을 거느린 LVMH는 주가 상승률이 8%에 그쳤다. 명품업체 가운데 가장 안전한 종목이라는 명성이 무색했다.
다만 명품 업체 대부분이 2023년 마이너스(-)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좋은 성적이기는 하다.
명품업체들은 팬데믹을 전후해 3년에 걸친 호황을 누렸지만 2023년 들어 극심한 수요 부진을 겪었다.
팬데믹 지원금이 사라진데다,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속에 소비자들이 쌓아둔 저축이 사라졌고, 최대 명품 시장 가운데 한 곳인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 등이 배경이었다.
버킨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는 3·4분기 구찌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명품업체들이 고전하던 와중에도 매출이 16% 증가했다.
2023년 전체 매출은 3년 전에 비해 2배 폭증한 133억유로(약 19조68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WSJ은 슈퍼부자들에게 집중한 것이 에르메스 성공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명품업체들이 슈퍼리치들을 겨냥하는 대신 대중의 명품 수요 충족에 만족한 반면 에르메스는 철저하게 슈퍼부자들에게 집중했다.
에르메스 제품 가운데 저가 제품인 향수, 화장품 부문 매출 성장률이 3·4분기 전체 매출 성장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을 보면 이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이 확인된다. 이들 저가 제품 매출 비중은 4%에도 못미쳐 에르메스 전체 매출 충격은 미미했다.
에르메스는 LVMH가 2023년 상반기 총매출의 12%를 광고비에 투자하며 대중성을 확대하던 시기 4%만 광고비로 지출했다.
LVMH 매출이 에르메스를 압도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광고비 절대액은 비교하기조차 어렵다는 뜻이다.
에르메스가 광고를 최소화한 이유는 하나다. 그만큼 대량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버킨백, 켈리백 등의 수요가 하늘을 찌르는 와중에도 에르메스는 소량 한정 생산을 고집한다. 시장이 성장할 때에는 불리한 전략이지만 지금처럼 명품시장이 고전할 때에는 더 없이 좋은 전략이다.
소비자들이 에르메스 명품백에 굶주리게 만들어 끊임없이 수요를 창출하게 된다.
에르메스의 또 다른 특징은 이윤극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정 마진만을 확보하는 선에서 만족한다.
제조단가가 오르거나 환율변동으로 이윤이 줄어들 경우에 가격을 올기기는 하지만 이윤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샤넬과 대조적이다.
샤넬은 중형 클래식 플랩 핸드백 미 판매 가격을 2019~2022년 사이 64% 높였다. 물 들어올때 노젓는다는 심정으로 수요가 치솟자 가격을 대거 끌어올린 것이다.
반면 에르메스 버킨백의 같은 규모 핸드백 가격은 이 기간 고작 2.5% 오르는데 그쳤다.
충족되지 못한 수요가 늘 있기 때문에 이는 안정적인 이윤으로 직결된다.
실적이 요동치는 다른 명품업체들에 비해 에르메스 주가가 훨씬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에르메스 주가수익배율(PER)은 45배로 LVMH의 22배, 케링의 17배에 비해 훨씬 높다.
다만 에르메스의 이같은 전략은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예약주문을 확보한 곳만 가능하다. 명품업체 가운데서도 에르메스 외에는 그럴 여력이 있는 곳이 없다.
명품 시계 롤렉스, 파텍 필립 정도만 그런 여유가 있다고 WSJ은 전했다.
한편 에르메스 버칸백은 중고품이 더 비싸다. 버킨25 핸드백은 정가가 1만400달러이지만 중고 시장에서는 이보다 2.3배 비싼 가격에 팔린다. 그나마도 2022년 2.5배에서 소폭 낮아진 것이 이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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