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 끈기·집념으로 완성한 10년의 여정[TF인터뷰]
'명량'·'한산'·'노량'으로 '이순신 3부작' 성공적으로 마무리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리마인딩 하고 싶었다"
'이순신 3부작'의 피날레를 장식한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가 지난 20일 베일을 벗었다. 이에 김 감독은 개봉 전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10년의 세월을 쏟은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소감을 시작으로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김 감독은 "10년이 이렇게 지나갔네요. 이순신 장군의 말을 빌려서 '천행이었다'고 하고 싶어요. '명량'(2014)때는 세월호 참사로 개봉을 못 할 뻔했고 '한산: 용의 출현'(2022)과 '노량'은 코로나19로 촬영을 못 할 뻔했어요. 그런데 여기까지 왔네요"라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김윤석 분)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다. 176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 최고 흥행 역사를 기록한 '명량'과 팬데믹을 뚫고 726만 명의 관객을 기록한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의 뒤를 잇는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명량' '한산' '노량'의 메가폰을 잡아 약 10년에 걸친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낸 김 감독은 "누군가는 만들어야 할 작품을 제가 운이 좋아서 만들게 됐죠. 3부작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뿌듯해요"라며 "단지 '명량'의 흥행에 힘입어 속편을 만드는 개념이 아니라 '한산'과 '노량'이 존재해야되는 것에 뚜렷한 의식이 있었기에 다행이고 각별하죠"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처음부터 각기 다른 이순신의 얼굴을 구상했던 것은 아니다. 최민식과 끝까지 갈지 아니면 배우를 바꿀지 고민했다는 그는 "최민식 배우가 '한 편이면 됐다. 에너지를 다 쏟은 것 같다'더라고요"라며 "해전에 맞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주인공인 이순신을 중심으로 배우 라인업이 달라져요. 박해일이 이순신을 했을 때 적장부터 주변 장수들까지 다 다르게 했거든요. 캐릭터의 조합이랄까요. 밸런스를 찾으려고 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왜와 명나라 등을 비롯해 작품에 등장하는 각국의 캐릭터들을 한국 배우들로 캐스팅한 이유도 밝혔다. 김 감독은 "각국의 배우가 하면 좋겠지만 저는 몰입이 안 됐어요. 적장이지만 한국 배우들로 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죠. 더 공감되고 카리스마 있게 표현될 것 같았어요"라며 "'명량'의 류승룡은 본능적으로 기용했던 건데 '이순신 3부작'에서는 판단이 확실히 섰어요"라고 덧붙였다.
노량해전은 임진왜란 7년간의 수많은 전투 중 가장 성과 있는 승리를 거두며 전쟁의 종전을 알린 전투다. 이를 스크린에 펼쳐낸 김 감독은 주제 의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왜 이순신 장군은 모두가 다 끝났다고 하는 전쟁을 끝까지 집요하고 치열하게 수행하려고 했을까'라는 중요한 화두를 던진 그는 이에 대한 답을 표현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대한 답이 완전한 항복이자 종결에 관한 것으로 이르렀을 때 굉장한 전율을 느꼈어요. 이를 표현할 수 있다면 '노량'이 나오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죠. 완전한 항복에 반하는 조선과 명나라 장수들이 있을 것이고 직접적으로 반하는 적장도 있겠죠. 그들만의 커넥션이 있을 거고요.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이런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정리하니까 각 캐릭터를 어떻게 전개시켜야 할지 선명하게 정리가 됐어요."
"모두가 아는 역사이자 결말이죠. 잘 찍어도 밑진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하지만 피할 수 없었죠. 거기에는 장군님의 진정성이 들어가 있거든요. 이를 찍지 않으면 제가 아무리 치열한 걸 보여준다고 한들 이 영화를 굉장히 허무하고 올바르게 결론 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정공법을 택했죠. 장군님의 진정성을 어떤 톤앤매너로 보여줄지 고민을 많이 했고 결과적으로 절제되고 담백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노량'은 조선과 왜 그리고 명이 처한 상황과 각국 캐릭터를 세세하게 훑는 전반부와 약 100분간의 야간전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후반부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가장 많은 배가 없어진 전투로 기록된 만큼 많은 시간을 노량해전에 할애한 김 감독은 "전투를 따라가게 하는 이해도나 명징성이 매우 뚜렷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순신 장군이 그렇게 치열하게 마지막 전투에 임했던 지점을 치열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순신 장군을 포함한 많은 지휘관과 장수들이 죽은 전투이기에 커지고 길어질 수밖에 없었죠. 이순신 장군이 그 전쟁에서 고독하게 우뚝 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하나의 롱테이크로 인물을 따라갔죠. 이름 없는 명나라 병사로 시작해서 조선과 왜에 이어 그 끝에 이순신이 있게 하자고 설계했어요."
임진왜란 7년간의 전쟁 중 유일한 야간전이자 동아시아 최대 해상 전투로 손꼽히는 노량해전을 약 100분간 스크린에 구현해 내기 위해 감독과 배우들을 비롯해 촬영팀과 조명팀 등 모두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 또한 약 25개 업체에서 800명 이상이 CG 작업에 참여했다. 이에 '노량'은 물 없이 구현해 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스케일을 자랑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10년 이상의 시간을 쏟아부었던 '이순신 3부작'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과연 김 감독은 한 인물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조명하면서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 그는 "이순신 정신의 리마인딩"이라고 강조했다.
"'명량'은 모두가 두려움에 빠진 상태에서 용기로 전환하는 데 이순신이 있었고 이 정신이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봤어요. 집단적인 두려움에 빠진 상태는 힘들고 어려운데 이를 용기로 바꾸는 건 대단하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산'은 전체적으로 수세에 빠졌을 때 공세로 바꾸는 게 쉽지 않아요. 지휘하고 수행하는 게 평소에 준비하지 않고 집중하지 않고 거짓됨 없이 정직하게 전쟁을 수행하지 않으면 승세를 잡아낼 수 없죠. 그 정신이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노량'은 결국 어떤 부당한 침략을 통한 올바른 전쟁의 종결은 무엇인가에 관해 우리가 중요하게 리마인딩할 필요가 있어요. 전쟁이 종결되지 않아 지속적으로 불행한 사례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의 정신과 대의는 '노량'을 보면서 리마인딩할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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