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만났지만 佛에 뺏겼다... 일장춘몽 된 中 전투기 수출

최유식 기자 2023. 12. 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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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이란과 중재 성공 여세 몰아
J-10C 수출 추진했지만 고배
“사우디, 서방 전투기 중심으로 수출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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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도입 협상을 진행 중인 프랑스 다소 항공의 최신예전투기 라팔. /조선일보DB

연말 중국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뉴스 중 하나는 중국 전투기 젠(殲)-10C(J-10C)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무산 소식이었습니다.

중국은 2023년 3월 중동의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중재해 관계 정상화 합의를 끌어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죠. 앞서 2022년말에는 시진핑 주석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해 환대를 받았습니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소원해진 틈을 이용해 중동 지역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한껏 과시했죠.

그 직후부터 해외 군사전문지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낡은 영국제 토네이도 전투기를 대체할 전투기로 중국산 J-10C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왔습니다. 중국 국내 군사 블로거 사이에서는 “수출 규모가 80대를 넘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왔어요.

하지만 프랑스 다소 항공이 12월 중순 “사우디아라비아와 라팔 전투기 54대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이런 중국의 기대는 일장춘몽으로 끝났습니다.

◇중 공군 주력 전투기, 220여대 운용

J-10은 미국의 소형 다목적 전투기인 F-16을 겨냥해 개발한 단발 엔진 전투기로 2003년에 첫선을 보였어요. 동체 크기와 이륙 중량 등이 F-16과 비슷합니다.

초기에는 러시아제 엔진을 갖다 썼고, 항공전자장비 수준도 낮았지만 2018년 나온 J-10C는 비교적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요. 러시아제 엔진 대신 자국산 엔진 WS-10을 장착했고, 첨단 항공전자장비와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도 갖췄습니다. 최고 속도 마하 1.8에 다양한 공대공,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고 해요. 중국 군사 블로거들은 “가격은 F-16의 절반인데, 성능이나 기동성은 더 낫다”고 주장합니다.

J-10C는 중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 220여대가 실전에 배치돼 있어요. 중국 공군이 대만해협 위협 비행을 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전투기가 바로 이 기종입니다.

◇두바이에어쇼로 중동 무대 데뷔했지만...

중국은 그동안 J-10C 해외 수출에 공을 들여왔어요. F-16과 비슷한 성능에 가격은 절반 정도이니 국제무대에서 통할 것으로 본 겁니다. 2021년 파키스탄과 J-10C 36대를 14억 달러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첫 수출의 물꼬를 텄죠.

그러나 파키스탄은 중국이 ‘철맹(鐵盟)’이라고 부를 정도의 친중국가인데다, 중국에 수백억 달러의 빚을 진 신세여서 이 계약으로 J-10C의 경쟁력이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겁니다. J-10C에 장착된 중국산 제트엔진 WS-10의 성능과 내구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죠.

중국은 이런 의구심을 털어내기 위해 지난 11월 두바이에서 열린 두바이에어쇼에 7대의 J-10C로 구성된 곡예비행팀을 보냈습니다. 화물기를 동원하지 않고 7대가 두바이까지 7000㎞를 직접 날아갔다고 해요. J-10C가 중동 에어쇼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중동 전투기 시장의 강자인 프랑스 라팔 등과 정면 대결을 해보겠다고 나선 거죠.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이 운용 중인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RSAF

◇“사우디 J-10C 구매”는 가짜뉴스

J-10C가 두바이에어쇼에 나가자 중국 내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이 성공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습니다. 미국 밀리터리 워치 매거진 등이 지난 5~6월 보도한 뉴스를 재탕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견제를 위해 중국 J-10C를 택했을 것”이라는 그럴듯한 분석을 달기도 했어요.

반대로 “미국 F-15와 유럽 유로파이터 타이푼 등이 주력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산 전투기를 채택할 가능성은 작다”,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크다”며 냉정하게 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사실 여부가 밝혀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프랑스 다소 항공의 에릭 트라피어 최고경영자(CEO)가 12월 중순 파리에서 열린 국방 전문기자 모임에 참석해 “사우디아라비아에 라팔 전투기 54대를 공급하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겁니다. 앞서 프랑스 언론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소 항공에 라팔 전투기 54대에 대한 가격 제시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를 공식 확인해준 거죠.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은 전투기 보유 대수가 380대를 넘습니다. 미국에서 사들인 F-15 전투기가 300대로 가장 많고, 유럽 차세대 전투기인 유로파이터(72대), 영국제 토네이도(81대) 등도 보유하고 있죠. 이중 가장 오래된 토네이도 전투기가 교체 대상입니다.

지난 10월 중국 포털사이트 왕이에 올라온 한 군사블로거의 글. 중국이 100대에 가까운 J-10C를 68억 달러에 사우디아라비아에 공급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왕이

◇높았던 미국과 유럽의 벽

사우디아라비아는 애초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추가 도입하려고 했지만, 이 전투기 공동개발국 중 하나인 독일이 언론인 살해사건을 이유로 판매를 반대해 계획이 무산됐다고 해요. 그 대안으로 라팔을 사들이기로 했다는 게 다소 항공의 설명이었습니다. 거래 규모는 100억 달러를 넘는다고 해요. 중국과 사우디 간 협상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J-10C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적인 부국이죠. 국제적으로 성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중국 전투기를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하지는 않을 겁니다. 전투기뿐만 아니라 탑재 미사일 등 무기 체계 문제도 고려했겠죠. 사이가 소원해지긴 했지만, 중요한 안보 파트너인 미국에도 의견을 구했을 겁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2년 11월 중국 주하이에어쇼에서 군사용 드론 등 중국산 무기 40억 달러 어치를 구매했다고 해요. 중국이 이 여세를 몰아 전투기 구매 의사까지 타진한 것으로 보이는데,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2022년12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아랍국가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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