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2023, 청년의 삶
■ '9층시사국'이 돌아본 2023년 '청년의 삶'
역대급 취업 한파로 시작된 2023년. 청년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13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고 고물가 속에 청년들 사이에서는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할 정도로 주머니 사정은 안 좋아졌습니다. 전국에서 터진 전세 사기 피해는 청년층에 집중됐고, 월세 부담마저 더욱 커졌습니다. '9층시사국'은 한 해 동안 취재한 청년들의 삶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프롤로그] EFF 지난 3월, 서울시립대 입학식 "지금부터 2023년도 입학식 시작하겠습니다." 스무살 청춘은 설렘으로 시작됐습니다. INT 2023년 대학교 입학생 "엔터테인먼트 쪽 좋아해서 그쪽에 가면 좋지 않을까?" INT 2023년 대학교 입학생 "서울에는 엄청 큰 기업들이 많잖아요. 그 자리에서 뭔가 한자리하면서 잘 회사생활 하고.." 조금 힘들어도 꿈이 있어 견딜 만했습니다. INT 대학교 '천 원 학식' 이용 학생 "카레도 마음껏 풀 수가 있어서 좋습니다. 아침 원래는 잘 안 먹는데 천원 학식 있으니까 와서 먹는 거죠." INT 자취 대학생 "짜잔 오늘 제 밥상입니다. 제가 끓인 미역국이랑 어머니가 보내주신 갓김치." 하지만 어떤 청춘에게 2023년은 너무 가혹했습니다. INT 취업준비생 "정규직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실 다 계약직으로 해요." INT 서울 자취생 "집은 다소 작았고 채광 같은 것도 잘 들지 않았어요. 빛이 없으니까 내가 감옥에 온 느낌?" INT서울 자취생 "살기만 하는 거죠. 숨만 쉬고 미래가 밝진 않죠. 더 기대하지 않게 됐어요." eff KBS뉴스 (2023년 10월 11일) "대규모 전세 사기 의혹이 또 터졌습니다." INT 전세 사기 피해 청년 "만져본 적도 없는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도 정말 이해도 안 되고" 그래도 힘을 내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INT 취업준비생 "뭔가를 같이 하고 있는 동료가 있다는 그 기분이 너무 안정되고 지지받는 기분인 것 같아요." INT 취업준비생 "확실히 어렵긴 어렵구나, 모두가." |
■ 고물가에 취업도 막막…'무지출 챌린지', '하루 한 끼', 청년들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고물가 속 밥값조차 부담스러운 요즘, 사회에 첫발조차 딛지 못한 청년들은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요? 지난 4월, 봄이 찾아온 대학교 교정을 찾아 졸업반에 접어든 청년들을 만나봤습니다.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예빈 씨~ 안녕하세요!"
정예빈/대학교 4학년
"지금 저기서부터 찍는 거예요?"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네. 촬영 시작하고 있습니다. 실제 학생들이 진짜 이 물가 인상 때문에 부담이 돼서 밥값이라든지 아니면 일상 속에서 소비 어떻게 하는지 이런 걸 좀 담아보려고 해요."
정예빈/대학교 4학년
"네, 알겠습니다."
9층시사국 취재진은 대학생 청년들에게 닷새 동안 일상 속 소비를 빼곡히 촬영하고 기록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정예빈/대학교 4학년 "제가 경기도민이니까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에 있는 학교로 가는데요. 광역버스가 편도로 약 2,800원 정도 합니다. 밥값은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EFF 학교에 도착한 정예빈 "어머, 중간고사 간식 배부? 중간고사 간식을 배부한다고 해서 어머, 감사합니다. 컵밥이랑 간식이랑 받았어요, 아싸!" "(취재진: 얼마 정도 아끼는 거예요?) 기본 5천 원은... 원래 학식을 먹으려고 했거든요. 진짜 생각도 못 했는데 간식을 받아버렸습니다." 정예빈/대학교 4학년 "제가 먹고 있는 컵밥입니다. 두부랑 부추랑 김 가루랑 밥이랑 약간 된장 같은 거를 넣은 거예요." "언제 취업할지도 모르는 막막한 기분을 느끼고 또 그 취업 준비 기간에 제 손에 돈이 없으면 너무 막막하고 저 스스로가 너무 싫을 거 같은 거예요. 그래서 최대한 아끼면서 돈을 모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자취하는 대학생들은 물가가 오른 걸 더욱 뼈저리게 체감합니다. 생활비를 부담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늘리고, 지출은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민지/대학교 4학년 "24살 이민지라고 합니다. 저는 편의점이랑 튀김 핫도그집이랑 그리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요." EFF 아르바이트를 하러 걸어가는 민지 "오늘은 월요일이고 3일 차고요. 아르바이트 때문에 출근을 하러 가보겠습니다." 이민지/대학교 4학년 "처음 자취를 시작하면서 월세를 내다보니까 그 비용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것까지 더해서 용돈 그리고 월세, 이렇게 하다 보면 그만큼 아르바이트가 필요해져서 이렇게 하게 됐습니다." |
EFF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에 도착한 민지 "시간 딱 맞게 도착해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손님 잠깐 없는 시간을 타서 커피랑 샐러드를 먹어보려고 합니다. 원래는 삼각 김밥이나 도시락 위주로 많이 먹는데 오늘 사장님이 폐기(판매 불가) 이게 나왔다고 먹으라고 하셔서 이걸로 챙겨 먹을게요." 이민지/대학교 4학년 "(하루) 한 번 먹고 거르거나 아니면 대충 먹고 한 번 제대로 먹고 하거나. 식당 아르바이트나 밥 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훨씬 낫긴 한 거 같더라고요. 왜냐면 먹을 게 있는 곳은 그거 먹고 때울 수 있으니까 훨씬 좋은 거 같기는 해요." "대학생들이 끼니를 잘 안 챙겨 먹게 되는 것도 있는 거 같아요. 보면 오늘 같이 떡볶이 먹고 온 친구도 그게 마지막 끼니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바쁘고 돈도 없는데 잠깐 거르고 말지 하고 넘기거나 이런 친구들이 많은 거 같아요." |
류지원/대학교 3학년 "23살 대학생 류지원입니다. 오늘은 4월 10일 월요일이고 지금 시간은 7시예요. 오늘은 간단하게 시리얼을 한번 먹어보고 (아르바이트하러) 갈게요." "요즘에 아르바이트를 주 3일을 가거든요. 가기 전에 밥 먹고, 갔다 와서 공부하고 그렇게 시간 보내고 있어요." eff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지원 "94번 손님, 맛있게 드세요." |
류지원/대학교 3학년 "오늘 시리얼을 먹고 오기는 했는데 너무 배고파서 일하다 보니까. 집에 가서 빨리 밥을 해 먹으려고요." "이제 집에 도착해서 미역국을 오늘 끓여 먹을 건데요. 대파가 어제 한 줄기를 썰었는데도 이만큼이나 남았어요. 이건 아마 제가 1년 내내 먹지 않을까 싶어요." 류지원/대학교 3학년 "진짜 자취를 하면서 깨달았어요. 삼시 세끼 챙겨 먹는 게 진짜 어렵구나. 계란이나 우유 아니면 채소 과일 이런 값들이 되게 많이 올라서 장 볼 때마다 이거 사 먹지 말까?" EFF 다음날 남은 미역국으로 밥 먹는 지원 "오늘도 미역국을 먹을 거예요. 저번에 끓여놨던 게 많이 남아있어서 그걸로 먹을까 해요." |
물가 부담 속에 가장 먼저 밥값부터 줄이고 있는 청년들, 이들이 기록한 식단을 전문가가 들여다봤더니 우려가 컸습니다. 하루 한 두 끼만 먹는 데 그쳐 영양소 섭취량도 부족한 데다, 영양 불균형도 있었습니다.
INT 남영민/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박사과정 연구원
"자취하시는데 혼자 요리를 좀 하시려고 하잖아요. 근데 한계가 있다 보니까 똑같은 반찬이 계속 등장하는 거에요."
INT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려웠습니다. 굉장히 탄수화물은 적게 먹고 지방으로부터의 에너지 섭취량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대비 3.6%, 식품 물가지수는 5.6% 올랐습니다.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는 돈을 안 쓰는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할 정도로 어려움이 컸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올해 1분기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분석한 결과, 청년층(15~29살)은 22.6으로 모든 세대 가운데 가장 높았고, 40대와 비교해서는 2배 더 높았습니다.
■ 청년들이 살 곳은 어디에? "월세는 감당이 안 됐다."
대학 졸업반인 26살 오종민 씨. 더는 기숙사에서 지낼 수 없어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지난 5월 원룸이 많은 서울 신림동을 찾았습니다.
오종민/26살, 자취생
"청주에서 20살에 올라왔습니다. 서울에 가면 일단 선생님들도 더 잘할 거 같고 같이 있는 학생들도 더 잘할 거 같고 그런 생각 때문에 서울로 왔었어요."
EFF 서울 신림동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찾은 종민
"오늘 원룸이나 혹시 싸게 나온 좋은 집 있으면 그런 집 위주로 좀 찾아볼 것 같아요."
공인중개사
"지금 최대 가능한 보증금, 월세 금액 적어주시면 돼요."
오종민/26살, 자취생
"최대요? (네)"
공인중개사와 함께 월세로 지낼 수 있는 자취방들을 둘러봤습니다.
공인중개사
"여기는 분리형이고요.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19만 원. 관리비 10만 원이어서 관리비까지 29만 원밖에 안 해요. 4.5평이에요."
오종민/26살, 자취생
"다 막혀 있어서 일단 채광은 잘 안 될 것 같은 느낌?"
두 번째 방은 어떨까요?
공인중개사
"여기가 올 수리 돼서 첫 입주거든요."
오종민/26살, 자취생
아까 방보다 조금 더 사람 사는 집 같기는 하네요
공인중개사
"금액은 높아요. 월세 40만 원. 관리비는 18만 원. 채광도 잘 들죠?"
오종민/26살, 자취생
"네, 채광이 진짜 좋네요. 가격 때문에 들어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INT 신소희/공인중개사
"신림역이 작년에는 보증금 5백만 원에 월 50만 원 정도가 평균이었으면 올해는 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60만 원 정도? 한 월세 10만 원은 더 오른 것 같아요."
INT 오종민/26살, 자취생
"거기다가 식비까지 합치면 두 배로 들 텐데. (깊은 한숨) 느끼는 무게감이 정말 많이 차이 나는 것 같아요. 예전이 거의 깃털처럼 느껴질 정도로…."
청년들에게 월세 부담은 얼마나 심해진 걸까요? 서울의 원룸 월세는 올해 8월 기준 10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온세훈/26살, 서울 자취생
"제 이름은 온세훈이고요. 지금 자취 오늘로 딱 1년 차 된 4학년 대학생입니다. 제가 이 집을 1억 천만 원 주고 계약을 했어요. 월세 대출 이자로만 딱 18만 원 나가고요."
"서울에서는 이거보다 더 좁고 여기서 사람이 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그런 방들이 대부분이었고 아니면 진짜 햇빛이 아예 안 들거나…."
온세훈/26살, 서울 자취생 "짐을 둘 데가 없고 공간 분리가 안 되는 게 불편해요. 제가 밥을 집에서 주로 해 먹는데 기름 바로 튀면 침대에 닿을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공부를 하거나 작업을 하거나 그 공간과 밥을 먹는 공간과 잠을 자는 공간이 다 이 반경 안에서 이루어지다 보니까 그게 제일 불편한 것 같아요." "직장인이 돼서까지 이렇게 조금 넓지 않은 방에서 살면 뭔가 스스로가 약간 처연해지지 않을까 해요." |
사회생활을 하는 청년에게도 주거 부담은 마찬가지입니다.
이지욱/32살, 서울 자취생
사회생활한 지 6년 차로 보시면 됩니다. 운이 좋게. 계속해서 대학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INT 이지욱/32살, 서울 자취생
"(제 자취방은) 낙후되어 있어요. 1층에 상가건물 오래된 거고. 추울 때 너무 춥고 더울 때 너무 더운 그런 열악한 공간인 것 같아요."
"겨울에는 7도 5도, 아무것도 (난방을) 안 하면 그렇거든요. 그러다 (보일러가) 고장 나고.. 매달 나가는 (전세 대출) 이자만 26만 원 정도고 관리비 20만 원에….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 매달 40~50만 원 정도."
"35살에 저기에 있는 아파트 혹은 주거 단지가 형성되어 있는 괜찮은 곳 가야지 라고 했는데 엄두는 안 나죠. 현실적으로 제가 로또에 걸리지 않는 한은 힘들죠."
INT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렌트 제너레이션’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청년들 같은 경우에 자가로 이행하지 못하고 쉽게 평생을 세 들어 사는 청년들이 많아진다. 20대의 70~80%가 월세고 30대 같은 경우에도 월세 청년이 더 많아요."
"노동을 통해서 힘들게 번 그 돈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로 지불하면서 살고 있는 상황인데 이 부분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거죠."
(*제너레이션 렌트 Generation Rent: 소득으로 집값을 감당할 수 없고 주거 임대료 부담도 큰 세대)
■ 피해자 72%가 '청년'… 전세 사기라는 '덫'
최근 대규모 전세 사기가 터진 경기도 수원시, 9층시사국 취재진은 피해를 본 청년들을 만나봤습니다.
함수훈/전세 사기 피해자
"(전세 사기 피해 건물이) 이 좌측으로 하나 있고요. 우측으로도 하나 있거든요. 이 골목 들어서서 보이는 건물 중 하나입니다."
김기화/9층시사국 기자
"여기 하나 있고 이쪽에도 하나 있고... 거의 한 블록에 다 몰려 있네요."
함수훈/전세 사기 피해자
"네, 맞습니다. 특히 세류동 쪽에 좀 많이 밀집해 있는 거로 확인됐습니다."
김기화/9층시사국 기자
"세류동이라는 곳이 수원에서 어떤 곳이에요? 젊은 층들이 많이 사는 데인가요?"
함수훈/전세 사기 피해자
"아무래도 인계동이랑 밀접해 있다 보니까 인계동 같은 경우는 월세가 조금 비싼 편이고요. 그러다 보니 세류동 쪽이 조금 가까운 인근 동네다 보니 젊은 층들이 많이 살고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31살 이재호 씨가 전세로 살고 있는 빌라. 9년 동안 일해서 모은 1억 원에 은행 대출 5천만 원을 받아 구한 집이었습니다. 이 씨가 전세 사기 피해를 알게 된 건 지난 9월. 이 빌라는 집주인이 모두 같았는데, 이웃에 사는 전세 세입자가 집주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이웃들에게 알려주면서 사기 피해를 본 걸 알게 됐습니다.
이재호/전세 사기 피해자
"같은 빌라 사시는 분이 집주인이랑 연락이 안 된다 해서 저희 빌라 안에 돌아다니시면서 다 정보를 알려주면서 그때 파악하고 제가 처한 상황을 인지하게 된 상황이에요. 그때부터 연락이 한 번도 되지는 않고 있고 문자를 확인하는 것 같은데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그러고 있는 상황이에요."
김기화/9층시사국 기자
"그 사람이 정 씨예요?"
이재호/전세 사기 피해자
"네, 그렇습니다."
이 씨의 집주인은 최근 수원과 화성 일대에 대규모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정씨 일가였습니다. 이들은 부동산 임대 관련 법인을 18개 운영하며 50여 채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세입자들과 1억 원 내외의 임대차 계약을 맺고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까지 접수된 고소장만 466건, 피해액수는 7백억 원이 넘었습니다.
김기화/9층시사국 기자 "계약할 때 전혀 이상한 게 없었나요?" 이재호/전세 사기 피해자 "계약 당시에 근저당을 등기부 등본에 확인하고 공인중개사한테 문의했는데 공인중개사 측에서 이 정도 근저당은 건물 대비 많이 잡힌 것도 아니고 집주인이 돈이 많으니까 문제가 생겨도 크게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금액이라고..." "실제로 공인중개사분들이 소개해줄 때 이 공동담보목록을 보여주지도 않으세요. 이거 보여주지도 않고…." |
2023년 12월 정부가 파악한 전세 사기 피해는 9,109건.
피해자 중 72%가 청년층이었습니다.
서진수/변호사
"아무래도 사회초년생들은 돈을 모아야되는 입장이고 월세를 자꾸 내면 모을 수 있는 돈이 줄어드니까 어쩔 수 없이 미래를 위해서 내가 지금은 조금 전세에 살더라도 더 좋은 주거 환경을 이뤄내겠다라는 여러 가지 목적이나 이런 것 때문에 최대한 전세로 맞춰가지고 살려고 하는 건데 그러다 보니까 사실 계속 이런 피해를 보게 되는 거거든요."
속절없이 당한 전세 사기 피해, 청년들은 꿈꾸던 미래마저 저당 잡힌 기분입니다.
이재호/전세 사기 피해자
"30대 초반이고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결혼식이랑 신혼여행을 알아보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모든 상황이 거의 정지된 상황이라고 생각해야죠."
함수훈/전세 사기 피해자
"저도 실제로 결혼 계획은 앞으로 향후 2~3년 이내에 가까운 미래에 하고자 했는데 거액의 사기를 당하면서 조금 더 먼 미래로 다시 바꾸고자 합니다."
■ 일 년 내내 '취업빙하기'…"정규직은 하늘의 별 따기"
경기 불황 속, 취업 한파는 청년층에게 더욱 혹독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에 필요한 경력을 쌓아가며 준비해도 좁은 취업 문은 좀체 열리지 않았습니다.
INT 정윤아/26살, 취업준비생 (지난 1월)
"저는 되게 바쁘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을 하는데 남들도.. 남들은 저보다 더하거나 덜 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남들처럼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다들 진짜 열심히 했어요."
대학을 졸업할 시기는 다가왔는데 취업은 여전히 막막한 상황, 청년들은 공부를 마치고도 학교를 떠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INT 김보미/ 26살, 취업 준비생 (지난 1월)
"공백기를 놔두기에는 제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제 계약이 만료되는데 그 전에 취업 될지도 미지수고 제 주변 친구들도 다 취업도 안 되는 상황이고…."
겨우겨우 일자리를 찾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실업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INT 정윤아/26살, 취업준비생 (지난 1월)
"아, 진짜 진정한 임상병리사가 되는구나. 뭔가 나도 일을 하는구나 되게 설레고 앞으로 여기가 평생직장이 될 수도 있으니까 정규직이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다 너무 좋아 보이고 그냥 오래오래 다니고 싶었죠, 그때는. 저는 그 일을 하는 게 너무 재밌었고 환자들을 대면하는 것도 너무 재밌고…."
"환자가 계속 줄어들어서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었나 봐요. 두 명을 감축한다고 했는데 그 둘 중의 한 명이 저였던 거죠."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이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을 것 같아요."
INT 정윤아/26살, 취업준비생 (지난 1월)
"그렇죠. (취직) 1년 2개월 만에.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평일이 됐는데 너무 출근하고 싶은 거예요. 환자들 채혈하고 선생님들이랑 같이 놀고 이야기하고 같이 일하고 그게 그리웠죠."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그때부터 현재까지 계속 구직 중이신 거예요?"
INT 정윤아/26살, 취업준비생 (지난 1월)
"한두 달은 쭉 놀다가 12월부터 구직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다시 시작된 취업 준비. 주변 친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EFF 편의점에서 친구와 대화하는 윤아
정윤아/취업준비생 (지난 1월)
"야, 나 면접 연락도 안 와. 보러 오라고…."
이도이/취업준비생 (지난 1월)
"그러면 연락 안 오거나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이러면 약간 ‘아, 내가 아직 자질이 부족한건가?’ 약간 나 스스로가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그 기분이 별로 안 좋아."
정규직은 하늘의 별 따기, 신규채용의 문조차 턱없이 좁아졌다지만 한 걸음씩 다시 내딛어 봅니다.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윤아 씨, 지금 채용 공고 많이 떴나요?"
정윤아/취업준비생 (지난 1월)
"제가 원하는 병원은 떴어요. 하나. 계약직 신규 채용이라고 떴네요. 경력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신규로 가야죠."
2023년 11월, 청년 취업자는 1년 1개월째 감소했습니다. 그나마 취업해도 단기 일자리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INT 권진수(가명) / 계약직 근무 (지난 1월)
"오늘 (아침) 7시 35분쯤 출발한 것 같아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일을 해보니까 어떠세요?"
INT 권진수(가명) / 계약직 근무 (지난 1월)
"실질적인 업무는 아닌 것 같기는 해요. 확실히. (정규직) 사원들이 다 하지 못 하는 일들을 서포트 해 주는 느낌이라서. (이 회사에) 지원도 했고 서류제출도 했는데 아쉽게 잘되지 않아서 딱 마침 같은 부서에서 사무 아르바이트를 뽑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아무리 진짜 신입 공채라도 진짜 ‘생 신입’이 되는 거는 진짜 거의 기적에 가깝다는 분위기가 좀 형성되어 있죠."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기적에 가깝다고요? 왜요? 그만큼 드물어요?"
INT 권진수(가명) / 계약직 근무 (지난 1월)
"그만큼 경력이 있는 사람도 많고 아니면 학부 때 이미 휴학을 하면서 인턴 같은 일 경력을 쌓은 분들도 많아서요. 저는 다른 분들만큼 경력이 없었고 신입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경력을 기업에서도 요구하는 것 같아서 힘들긴 힘들고."
코로나19를 지나며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은 급감했고, 경력직 채용 현상은 강해졌습니다.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할 청년들에게는 설 자리조차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김용춘/한국경제인협회 팀장
"경력직 채용 현상은 아마 더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대졸 신입생들의 취업 종말이 왔다’라는 그런 표현을 쓸 정도로 아마 대졸 신입들 같은 경우에 다른 별도의 경력을 쌓지 않으면 원하는 직장을 갖기는 쉽지 않은 그런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코로나19 이전에는 기업이 근로자들의 훈련 부담을 자신들이 떠안았다고 볼 수 있는 반면에 그러한 부담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그런 행태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직업 훈련' 돕는 청년 취업 지원 제도, 얼마나 효과 있을까?
[스튜디오]
남현종/9층시사국 MC
"그래서 해마다 정부에서는 청년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를 내놓고 있잖아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그 대표적인 게 국민내일배움카드인데요. 이게 바로 국민내일배움카드입니다. 고용노동부의 직업 훈련 강좌를 홈페이지에서 보고 선택을 해서 학원에 등록하면 그 학원비를 이 카드를 통해서 국비로 지원해주는 건데요. 이 카드가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최대 5백만 원의 직업훈련 비용을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는 '국민내일배움카드'. 공무원이나 일정 소득을 넘는 대기업 직장인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지난 3월, 대기업 직장인으로 분류되는 KBS 취재진이 신청해봤습니다.
신청 사흘 뒤, 고용센터의 확인을 거쳐 카드가 발급됐습니다. 회사 연수를 한동안 안 받아서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은행 발급 장면 : "(국비 직업훈련) 학원 등록이나 결제는 내일부터 바로 된다고요?"]
이 카드를 들고 국비 지원 학원에 가서 직업 훈련 과정을 문의했습니다.
INT 컴퓨터학원 상담원(음성변조)
"영상이나 컴퓨터 (수업) 자체가 국비 (지원 과정)에서는 활성화된 지 얼마 안 됐어요. 한 대략 5년 정도? 안정화가 잘 안 됐다는 거죠. 실무에서 사용하는 방법들을 알려주진 않아요."
실질적인 직업 훈련은 받을 수 없다며 시간 낭비라고 말립니다.
INT 컴퓨터학원 상담원(음성변조)
"학생들이 따라가든 못 따라가든 피드백도 없어요. 왜냐면 너무 이게 빨리빨리 지나가야 되다 보니까. 거의 10명 듣는다면 보통 4명이 중도 포기를 하고요."
또 다른 국비 지원 학원도 찾아갔습니다.
취재진
"제가 일하는 거랑 상관없어서 이렇게 취미로 듣는 사람도 많이 있어요?"
INT 제빵학원 관계자 (음성변조)
"가능하세요. 취미 겸해서 시작하시는 분들이 또 반 정도 되시는 거 같아요. 보통 한 10명 수업하시면 한 7~8명은 다 내일배움카드로 하시고... 솔직히 취업을 목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으시고."
국민내일배움카드 규정상 직무와 관련 없는 취미 활동은 국비 지원을 못 받습니다.
청년들의 취업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었습니다.
■ 무엇 하나 녹록하지 않지만…. 그래도 '봄'을 기다리다
취업의 꿈을 이루기조차 녹록지 않은 요즘, 청년들은 오랜 취업 준비에 지쳐 때론 주저앉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희망을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취업이 안 돼 '무업' 기간을 보내는 청년들의 모임 '니트컴퍼니'를 찾아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FF 니트컴퍼니 화상회의
"조금만 기다렸다가 다 들어오면 시작할 건데 다들 아침은 먹었어요? 내가 했던 경험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눠봐요.)
박은미/‘무업 청년 모임’ 니트컴퍼니 대표
"니트컴퍼니는 무업기간을 보내는 청년들이 가상의 회사놀이를 통해서 이 무업기간을 활력을 가지고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돼요."
이른 오전부터 열린 화상회의에 참석한 20~30대 청년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각자의 '업무'를 이야기합니다. 의욕을 잃기 쉬운 '무업' 기간에 서로를 북돋아 주기 위해 만든 모임인데, 회사에 다니듯 매일 아침 SNS로 출근을 알리고 정기적으로 화상 회의도 열립니다.
하루 5시간 이상 공부하기, 시나리오 필사하기, 명상과 운동하기 등 스스로 정한 업무를 매일 인증하며 다시 미래를 꿈꿀 힘을 얻고 있습니다.
INT ‘니트컴퍼니’ 활동 청년
"제 업무는 시나리오를 필사하는 거랑 이 시간대에 뭔가를 같이 하고 있는 동료가 있다는 그 기분이 너무 안정되고 지지받는 기분인 것 같아요."
INT 박은미/‘무업 청년 모임’ 니트컴퍼니 대표
"니트컴퍼니에서는 사람들이 다 자기가 원하는 업무를 설정하게 되어 있어요. 자격증 공부하거나 시험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밖에 나가서 햇볕 쬐는 업무 같은 정말 자기 필요에 의한 업무들을 굉장히 많이 하시고 있고. 저희는 100일이라는 기간에 내가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것들을 업무로 설정하라고 많이 권유해 드리는 편이에요."
INT ‘니트컴퍼니’ 활동 청년
"꾸준히 책도 읽을 수 있고 일단 책을 절반 정도 읽었다는 것에 굉장히 뿌듯하고요."
INT 박은미/‘무업 청년 모임’ 니트컴퍼니 대표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창업 준비 중이거나 뭔가를 시도하는 청년들이 한 50% 돼요.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하는 청년들이 한 30% 정도 되는 거 같고. 우울이라든지 소진 상태기 때문에 지금 뭔가를 하기 힘든 그런 상태라고 체크하신 분들도 한 20% 정도 해당하는 거 같아요."
INT 박은미/‘무업 청년 모임’ 니트컴퍼니 대표
"해마다 시즌마다 100명 정도씩 모집을 하고 있는데 이번 기수는 특별히 12시간 만에 137명이 신청을 해서 저희가 급하게 마감을 했었거든요. 저희도 '웬일이야, 12시간 만에 마감됐어'라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쓰리다. 점점 더 늘어나는 거 같아요. 왜냐면 취업은 되지 않고 아르바이트도 너무 경쟁이 치열하거든요."
INT 박은미/‘무업 청년 모임’ 니트컴퍼니 대표
"이왕이면 내가 누군가 속해서 같이 이렇게 매일매일 누군가와 나의 일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기에 들어오면 매일매일 루틴을 챙겨주는 동료가 있다는 걸 아니까 여기 와서 나의 무업 기간을 조금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사람들하고 공유하는 자리를 통해서 내가 몰랐던 나의 어떤 강점이라든지 재능을 발견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게 나의 진로로 가는 경우도 많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런 고백도 많이 해요. 누가 이제 뭐라고 해도 나는 되게 당당하게 내 길을 살아갈 수 있을 거 같다."
[에필로그]
한 해가 지나 다시, 겨울이 왔습니다.
40만 명의 청년들은 여전히 취업을 포기한 채 그냥 쉬고 있습니다.
INT 김지호(가명)/31살, 취업준비생
"이 회사가 나를 그냥 부품으로 생각하는구나 이런 느낌을 받지 않고 내가 이 일을 계속했을 때 보람을 느끼고 이런 느낌을 받았다면 저는 계속 그 일을 했을 것 같아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수많은 문제...
INT 수원 전세 사기 피해자
"저는 지금 전세 사기를 당해서 2억 정도 손해를 봤고요. 2억이면 일반 직장인들이 20년 동안 진짜 열심히 일해 모으는 돈이거든요."
INT 오종민/26살, 서울 자취생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언젠가)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까? 힘들 것 같아요."
청년들이 바라는 2024년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요?
INT 김지호(가명)/31살, 취업준비생
"중소기업에서 제조업을 하든 물류창고 관리를 하든 내 삶이 존재하고 내가 삶을 통해서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선택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INT 이지욱/32살, 서울 자취생
"어릴 때 아버지가 작은 평수 아파트에서 큰 평수로 가시고 계속 점프 점프했거든요. 주거도 제가 경력을 쌓아서 좋은 데로 이직하듯이 돈을 많이 모으면 좋은 데로 이사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어요."
INT 최수진(가명) / 33살, 스타트업 실직
"평범하기가 제일 어렵다는 말에는 많이 공감하고 다시 회사 가서 그냥 되게 평범하게 당장 생계 이런 거, 잘릴까 이런 걱정 불안 없이 그냥 일하고 좋아하는 거 하고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고. 그리고 전반적으로도 경제 상황이 지금 계속 뉴스에 나오는 그런 불안하고 어려운 상황들이 조금은 나아졌으면 좋겠다…."
촬영 : 조선기 강우용 최승구 설태훈
영상편집: 이상미 손보라 CG : 정예나
리서처: 김보현 김경찬 AD: 유화영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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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하 기자 (chas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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