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상흔 여전…무방비로 놓인 ‘배산임수’
[앵커]
지난 여름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나면서 전국 곳곳에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컸습니다.
반년 가까이 지났지만 복구가 제자리 걸음인 곳이 많고, 예방 대책 역시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슬기 기자가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7월 산사태로 주민 2명이 숨진 경북 예천군의 한 마을입니다.
폐허가 된 집들이 반년 가까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올해 장마철 예천군에 내린 비는 남부지방 평균 강수량의 배 가까이 됩니다.
언제 또다시 기록적인 폭우가 내릴지 모르는데다 복구까지 더디다보니 주민들의 불안감이 큽니다.
[이광호/경북 예천군 진평리 : "다 전부 쓸려 내려갔지. 비가 많이 오면 또 그럴 수 있죠. 여름 되면 또 무섭죠."]
근처 다른 마을의 상황도 전문가와 점검해봤습니다.
산을 등지고 자리잡은 마을, 전형적인 '배산임수' 형태여서 비탈면을 따라 내려오는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마을 앞으로 모입니다.
올해 산사태가 난 마을들과 판박이입니다.
[정규원/농림기술사 : "산사태가 많이 났던 지역과 유사하게 계곡을 따라서 발달돼있는 마을들이 중심부로 계곡이 통과하고 있어서 토석류가 발생하면 마을 쪽으로 그대로 쏟아지게끔…"]
그런데도 이 마을은 산사태 취약지구에서 빠져 있습니다.
하나 있는 대피소는 토석류 위험이 큰 길목에 있습니다.
[안상대/경북 예천군 오암리 : "산사태가 나면 확 밀려서 여기에 피해가 집중될 일이지. 회관(대피소)도 안전하지 못하다."]
[유윤주/경북 예천군 오암리 : "위험할 수 있다고 저희들도 생각하고 있어요. 돌 같은 것도 내려올 수 있고."]
유사한 지형의 마을은 전국 곳곳에 있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양쪽의 물줄기가 합쳐지는 지점에서 마을이 시작됩니다.
토사의 출구가 좁아 산사태 속도가 빠를 수 밖에 없는 지형입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우리 국토에서 64%가 산지이고 이번 경북의 피해와 흡사한 입지를 가진 마을이 너무나 도처에 많기 때문에 예방 체계, 경보 체계 그리고 취약지구 지정 등을 (서둘러야 합니다.)"]
전국의 산사태 취약지구는 2만 9천여 곳, 지난 여름 대규모 산사태 이후 산림청과 전국 지자체들은 추가 지정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사유지는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지정 동의를 받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때문에 사방댐 건설 등 산사태 예방 공사 역시 미뤄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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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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