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 줄 때 나갈걸” 희망퇴직금 ‘확’ 낮춘 은행권...인력 적체 우려도[머니뭐니]

2023. 12. 3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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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연말 희망퇴직금 규모 일괄 축소
‘돈 잔치’ 비판에 따른 금융당국 압박 작용한 듯
은행권, “경영 효율화 과정일 뿐”…‘항아리형’ 인력 구조 계속
점포 축소 등 여타 비용 축소 움직임에도 제동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창구 업무를 보고 있다.[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최대 10억원을 넘어서며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은행 희망퇴직금 규모가 올해를 기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한 해 이자장사를 통해 번 이익을 막대한 퇴직금에 할애한다는 비판이 잇따르면서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항아리형’ 인력 구조 해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주요 은행 희망퇴직금, 1년 새 최대 ‘절반’ 축소
4대 시중은행 사옥 전경.[각 사 제공]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29일) KB국민은행 노사는 지난해보다 퇴직금이 소폭 축소된 내용이 반영된 2024년 희망퇴직안에 합의했다. 국민은행 노조에 따르면 올해 희망퇴직금 규모는 18~31개월분으로 지난해 도출된 합의안(23~35개월분)과 비교해 최대 규모가 4개월분가량 줄어들었다.

다만 대상자는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1964~1968년생을 포함해 2025년 이후 임금피크가 예정된 1969~1972년생으로 소폭 확대됐다. 퇴직금 축소 흐름은 여타 은행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지난 8월 한 차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신한은행은 연말 희망퇴직 조건을 지난 8월(9~36개월분)과 비교해 줄어든 7~31개월분으로 정했다. 이로써 대상자에 따라 최대 6개월분의 퇴직금이 줄어들었다.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의 ATM기기가 설치돼 있다.[연합]

NH농협은행의 경우 희망퇴직금 축소 규모가 가장 컸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56세 직원에 28개월분 월평균 급여를, 40~55세 직원에 20~39개월분 월평균 급여를 희망퇴직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는 40~55세에 해당하는 1968~1983년생 퇴직자에 대해 20개월분의 위로금을만을 지급하기로 했다. 1년 새 퇴직금 규모가 최대 절반가량 줄어든 셈이다.

하나은행 또한 지난 28일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퇴직금은 최대 24~31개월분 월평균 급여로, 올 초 진행된 특별퇴직(최대 36개월분 평균임금)과 비교해 혜택이 축소됐다. 우리은행도 29일 지난해 퇴직금과 비교해 최대 5개월분 평균임금을 줄인 내용의 희망퇴직안을 공지했다.

‘돈 잔치’ 압박 지속…‘경영 효율화’ 차질 우려도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은행들이 퇴직금 규모를 줄이고 나선 데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은행권은 ‘이자장사’를 통해 막대한 규모의 성과급 및 희망퇴직금을 지급하며 ‘제 식구 배불리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올 초에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은행권의 ‘돈 잔치’를 언급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임원 성과급뿐만 아니라 직원 성과급, 희망퇴직금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조치했다. 사실상 자체적인 규모 축소 압박을 가한 셈이다.

실제 은행권 희망퇴직 규모는 전반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4대 은행은 지난해에만 약 7377억원의 희망퇴직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는 2020년(6109억원)과 비교하면 1000억원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희망퇴직 인력 규모 또한 ▷2022년 1860명 ▷2021년 2021명 ▷2020년 1470명 ▷2019년 1555명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3년간 4대 시중은행의 퇴직금 규모만 1조8278억원에 달한다.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창구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

다만 은행권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영 효율화 및 비용 축소를 위해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는데, 마치 성과급 지급과 같은 ‘제 식구 배불리기’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의 경우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인력 적체가 가중된 직원군을 내보내는 과정”이라며 “결과적으로 신입직원 채용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은행권의 인력 적체 문제는 이어지고 있다. 각 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4대 금융그룹(KB금융·신한·하나·우리) 임직원(8만6700명) 중 50세 이상(2만700명)의 비중은 약 23.87%로 불과 2년 전인 2020년(22.32%)과 비교해 1.5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4대 금융의 30세 미만 임직원 비율은 9.99%에서 9.85%로 0.14%포인트 감소했다. 50세 이상의 비율은 유일하게 증가했다. 항아리형 인력 구조가 더 단단해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비용 축소 움직임에 전반적으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희망퇴직 조건이 급격히 축소될 경우, 퇴직 수요 또한 자연스레 줄어든다”며 “현재 점포 축소, 신규 채용 축소 등 다른 비용 축소 방안에도 금융당국 및 여론의 입김이 작용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같은 경영 효율화 속도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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