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제 갈 길 가겠다"…국민의힘, 민주 분열에 반사이익 얻을까

"야권 표 분산" 전망 속 기대·신중 공존
이낙연·이준석 신당 연대 가능성은 변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3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신당 창당을 시사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분열이 현실화하게 되면서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회동했는데 이견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이 전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변화 의지를 이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탈당 여부에 "차차 말씀드리겠지만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서 제 갈 길을 가겠다"며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시사했다.

이낙연 신당이 출범하면 민주·진보 진영의 지지가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수백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의 박빙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 국민의힘은 '이낙연 신당'을 통한 반사이익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국민의힘의 한 지도부 관계자는 "야권 표가 분산되기 때문에 우리에게 불리할 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민주당 단일 세력이 과반을 못 넘기면 최소한 지금과 같은 극심한 여소야대 상황은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아직 변수가 많다는 점에서 섣불리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며 신중론도 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중도층과 수도권 등 외연 확장을 할 수 있는 인사를 중심으로 진용을 갖출 경우 국민의힘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당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몇몇 지역에만 후보를 낼 수도 있고 비례대표 의석을 많이 얻는 쪽으로 갈 수도 있다"면서 "간단하게 유불리를 따지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비례대표와 관련해서도 이 전 대표가 중도 성향의 합리적 인사들을 많이 영입해서 민주당 색채를 줄이고, 중도층을 흡수할 만큼 인적 구성을 가져간다면 양당 모두에 불리할 수 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한 이준석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양당의 두 전직 대표가 결합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제3지대 바람'이 불어 양당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의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이낙연 신당이 이준석 신당과 합당할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본다"며 "이낙연 신당은 호남 기반이 있는 데다 수도권 지역구의 비명계 의원들도 일부 합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많이 당선될 수 있다"고 전했다.

기대와 신중론이 공존하지만 이낙연 신당 출범으로 민주당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거꾸로 뒤집어보면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볼 여지가 충분히 있는 셈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낙연 신당은 결국 야권이 분열되는 것이므로 국민의힘에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당내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의 향후 행보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총선이 굉장히 어려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