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량' 명나라 장수 역 정재영…"극 중 이순신의 마지막 모습 기억에 남아"
노량해전 승전일을 앞두고 이 영화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영화 <노량>에서 명연기를 펼친 배우 정재영 씨를 <뉴스룸>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수염이 없는 모습 뵈니까 사실 저는 조금 더 생소하기도 합니다.
[정재영/배우 : 아, 붙이고 올까요?]
[앵커]
(웃음) 요즘 극장에서 관객들을 직접 만나고 계신데, 현장의 분위기 좀 느껴지시죠? 어떤가요?
[정재영/배우 : 많이들 좋아해 주시고, 또 기다린 작품이라고 말씀해 주시고. 또 재미있게 봐주셔서 좋은 것 같아요.]
[앵커]
특히나 내일(31일), 노량해전 승전일이 실제로 발생했던 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 영화가 시점이 또 이렇게 맞아서 개봉하다 보니까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정재영/배우 : 예, 그러니까요. 내일 보시는 분들은 400년 전의 그날에, 꼭 현장에 가 있는 듯한 그런 또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고. 기분이 묘한 것 같아요. 저도.]
[앵커]
벅찬 순간이 아닐까 싶은데, 함께 촬영을 했던 허준호 씨가 "정재영의 부활이 보여서 너무 좋았다"라는 영화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정재영/배우 : 그 말씀만으로도 너무 고맙죠. 저는 반대로 이 등자룡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허준호 형님의 비상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앵커]
부활과 비상이 오고 가고 있습니다. 극 중 조명 연합군 명나라의 수군 대장 진린역을 맡으셨습니다. 너무 외국어를 잘 소화하셨고 (웃음) 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연습을 많이 하셨겠다. 저 톤이라든가 이런 게 정말 쉽지 않으실 텐데…
[정재영/배우 : 이제 하루에 네다섯 시간씩 매일 선생님하고 개인 수업을 하고. 또 그걸 다 녹음해서 매일 듣고. 또 집에 가서는 중국 영화 보고 그러니까. 아…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앵커]
툭 하고 치면 바로 나오는 대사 같은 게 있을까요?
[정재영/배우 : 영화할 때, 제일 찍을 때 많이 했던 대사인데. "라오예"라고 하는 이게 이제 이순신 장군님한테 제가 쓰는 존칭인데. '노야'라는 뜻입니다.]
[앵커]
그래서 초반에는 사실 좀 흥분하셨을 때, 통제사 하면서 화를 내시고 나중에는"라오야" 이렇게 하시더라고요. 저 중국어를 조금 했습니다.
[정재영/배우 : 조금 하신 게 아닌데요. 딱 들으니까 벌써 통제사 권설음을 하시는데요, 지금.]
[앵커]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통제사 하다가 나중엔 '라오야' 존칭이 변하면서 이순신 장군에 대한 마음도 변한 거잖아요.
[정재영/배우 : 그렇죠. 지금 제가 공황 상태가, 갑자기 너무 잘하시니까… 나는 뭐지…]
[앵커]
원래 외국어는 짧게 해야 잘하는 것처럼 들리잖아요. 그런 게 좀 있습니다.
[정재영/배우 : 죄송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앵커]
제가 더 부끄럽습니다. 그런 심경의 변화도 연기하셔야 되고, 명나라 고어를 쓰시면서 한계적인 게 굉장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눈빛이나 이런 걸로 많이 커버를 하시더라고요.
[정재영/배우 : 편집의 힘이겠죠. 아니면 감독님이 잘.]
[앵커]
왜 이렇게 겸손하게 말씀을 하세요.
[정재영/배우 : 감독님이 잘 해주셔가지고. 사실 좀 배우로서 힘들긴 하더라고요. 이게 감정이 이 여러 가지 표현을 보여드려야 되는데, 이제 이게 좀 외국어다 보니까 한정되어 있고. 감정을 많이 변화시키면 또 이게 뭐 발음이라든지 이런 게 또 바뀌고 실수할 수도 있고 이래서, 그 부분에 또 신경을 많이 써야 돼서 애로사항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앵커]
외국어도 너무 잘 소화하셨지만, 또 저 외적으로도 너무 잘 어울리는 거예요. 그 장수의 그 분장 자체가. 근데 가족들은 "촬영할 때 가족에게 보여줬는데, 중국 사람 같다 하더라. 난 뭘 해도 비호감이다."…
[정재영/배우 : 그렇죠. 예.]
[앵커]
가족들의 평가는 항상 조금 굉장히 박하다고 할까요?
[정재영/배우 :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하긴 뭐 제가 봐도 이렇게, 호감스럽지는 않네요.]
[앵커]
근데 그 RPG 게임 같은 거 하면은, 중국에 이렇게 장수들 나올 때 그 이미지랑 너무 흡사해서. 저는 정말 찰떡이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은 좀 마음에 드셨습니까?
[정재영/배우 : 저는 어색하죠. 적응이 안 되는데,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면은 뭐. 뭘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앵커]
관객들이 좋아한다면 상관이 없다. 오랜만에 사극 하실 때 처음으로 수염도 붙이시고. 장수다 보니까 이제 칼을 휘두르거나 이럴 때 더 신경도 많이 쓰이실 것 같다는 생각도…
[정재영/배우 : 식사할 때 일단 특히 좀 되게 힘들고. 자꾸 빠지고 이러니까 같이 먹기도 해요. 반찬으로. (웃음)]
[앵커]
어머, 여기 수염이 빠져 있네. 그래도 그냥 같이 이렇게…
[정재영/배우 : 네네. (웃음) 아니 그러니까 먹으면서 이게 들어가는 거죠.]
[앵커]
먹으면서 들어가는. 여기 붙어 있으니까… 그런 또 애로사항이 좀 있었군요. 이순신 장군과 진린의 관계를 표현할 때 가장 신경 쓰려고 했던 부분, '그래도 이건 좀 중점적으로 놓고 가야지'라고 했던 게 뭐가 있을까요?
[정재영/배우 : 아무래도 진린의 입장에서는, 이순신 장군님한테 계속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하는 역할이에요. 이게 약간 진정성이라든지, 아니면 너무 가볍다라든지. 아니면 또 너무 무겁다든지 이렇게 되면 균형감 밸런스가 무너지니까, 이제 그런 거를 잘 유지하면서 진린의 캐릭터도 보여줘야 된다. 이런 부분들을 좀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앵커]
찍을 때 가장 기억나는 장면이 있으실까요?
[정재영/배우 : 그 마지막 장면. 장군님의 마지막 장면이 어떻게 묘사되고 어떤 모습일까가 굉장히 궁금해서, 정말 딱 봤는데. 시나리오에서 봤던 것보다도 훨씬 더 감동적으로. 굉장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그 북소리와 함께, 그런 장면으로 나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굉장히 끝나고 나서도 굉장히 기억에 계속 남았어요.]
[앵커]
저는 진린 장수가 내려서 이제 '이겼다'라면서 달려가는데, '이게 아닌데' '어디 계시지'하고 딱 봤는데 '저기 계시구나'. 직감적으로 알잖아요. 그때 표정 변화가 저는 되게 인상적이었거든요.
[정재영/배우 : 그랬나요? (웃음) 제가 보면 어색해요. 부끄럽고. 아직 아마추어입니다.]
[앵커]
아마추어다. 정재영 씨가 연기를 해 온 지 어느덧 30년 가까이 되셨습니다. "배우가 된 이후로 슬럼프가 아닌 적이 더 드물었다"…
[정재영/배우 : 매 작품 할 때마다 계속 그런 어떤 고비가 오고, 좌절이 오고. 또 그거를 이렇게 극복해서 으쌰으쌰 해서 열심히 또 하고. 그게 계속 반복이지 않나… 그냥 못해도 그냥 계속 이것만 할 수밖에 없는.]
[앵커]
10년 전 인터뷰에서, 10년 뒤 어떤 배우가 됐으면 좋겠느냐라는 질문에 "배우를 그때까지 하고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정재영/배우 : 다행히 하고 있네요. 다행히 하고 있는데, 더 나아진 거는 그건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냥 똑같은 것 같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앵커]
그렇다면 10년 후, 어떤 모습일까요?
[정재영/배우 : 그때도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배우였던 사람이 아니라,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그 두 번째 뭐 더 나아진, 이런 건 필요 없어요. 이제. 그냥 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알겠습니다. 10년 뒤 또 인터뷰 때 모시면 (웃음) 나와 주시길 기대하면서…
[정재영/배우 : 오래 하실…]
[앵커]
아, 10년 뒤면 저도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함께 뵙죠.
[정재영/배우 : 네, 꼭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앵커]
저도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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