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B] 성인용품 회사 성착취 제보…기자가 면접 가보니 '성희롱' 쏟아졌다
꿀벌처럼 부지런히 취재한 뉴스, 뉴스B 시간입니다.
한 성인용품 회사에 비서로 입사했는데, 업무를 핑계로 회장에게 성착취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 회장이 직원들 간 성관계 영상을 촬영해 유포한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박사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A씨는 지난해 초 경기도의 한 성인용품 회사에 비서로 지원했습니다.
지금도 올라와있는 채용 공고에는 '임원을 수행하거나 경영지원 업무'를 한다고만 돼있습니다.
하지만 입사 후 회장이 직원들에게 내민 서약서에는 전혀 다른 내용이 담겼습니다.
'사무실에서 성인용품을 사용한다'거나 '서로 합의에 의해 직원 간 성관계나 스킨쉽을 할 수 있다'고 적혀있습니다.
서약서에는 '합의'를 강조했지만 실제 사무실 분위기는 강압적이었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입니다.
[A씨 : 자기 말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면 화를 엄청 내고 소리 지르고 욕하고 그래요. 너 하나 때문에 다른 직원들도 피해 보는 거라고.]
취재진이 입수한 사내 업무공지입니다.
'모든 직원들은 성적인 업무가 일의 일부이며 이를 피한다면 퇴사 조치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신진희/변호사 : 합의에 의했다고 하면 언제든지 싫다고 하면 안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와 완전 반대되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사실 이거는 지킬 필요가 없어요.]
취재진이 만난 직원들은 실제 회사 안팎에서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B씨 : 빠지면 회사를 퇴사하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첫날.]
이 회장은 직원들과의 성관계를 촬영해 다른 직원에게 유포하기도 했습니다.
[C씨 : 찍혀있대요. (경찰이요?) 연락 왔어요. 휴대폰 압수해서 (포렌식)했는데 저랑 하는 게 찍혀 있대요. 그래서 알았어요. 이 XX 다 찍었네.]
직원들은 성적인 것 외에도 회장에게 임금 체불과 투자 사기를 당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D씨 : (한 번이라도 배당금을 준 적이 있어요?) 한 번도 안 줬습니다. 제가 투자한 금액 돌려주시면 안 되냐고 너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쉽게 돈을 줄 수가 없다 이거야.]
각각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회장에게 돈이 묶여있는 바람에 회사를 그만두기 어려웠다는 겁니다.
일부 직원들은 이 회장을 위력에 의한 간음과 카메라 촬영,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이중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됐고, 나머지 혐의는 검찰로 넘어가 수사 진행중입니다.
[앵커]
이 회사에 저희 취재진이 직접 지원해 면접에 들어가봤습니다. 비서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질문은 물론 성희롱성 질문까지 쏟아졌습니다.
이어서 박사라 기자입니다.
[기자]
취재진은 지난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해당 성인용품 회사에 비서 입사 지원서를 냈습니다.
면접에서는 업무와 관련 없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회장 : 물에 빠졌어. 남자친구랑 나랑 있어. 누구 먼저 구할 거예요? 소개팅을 나왔어. 만약에 나하고 소개팅을 갔다고 치면…]
[회장 : 여기에서 만약에 다른 직원하고 (성인)용품을 사용한다면 그게 가능한가요?]
[신진희/변호사 : 이게 다 성희롱이에요. 전부 성희롱이에요. SNS나 이런 걸 통해서 만약에 이런 질문을 했다, 이건 그냥 통신매체 이용 음란입니다. 바로 범죄.]
이 회장을 찾아가 취재진임을 밝히고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그는 사내 성행위가 이뤄진 건 맞지만, 업무상 필요했고 직원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회장 : 왜냐하면 우리는 일적으로 만난 사람들이고 일적으로 성적인 알고리즘을 만들려고 하는 건데 위계에 의해서 내가 시켰다고 하면 몇 명이나… 내가 수사기관에도 얘네가 즐겼다, 봐라.]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은 이유를 묻자 생활이 어렵다며, 자신이 기초생활수급자라고 밝혔습니다.
[회장 : 사업하다 보면 그럴 수 있잖아요. 열심히 했는데 (사업이) 안 돼요. 월급을 못 주는 상황이 당연히 오죠. 제가 어떻게 생활하냐면 예전에 샀던 거 하나씩 하나씩 다 파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생활해요. 그리고 집도 지금 관리비도 못 내고…]
취재 결과, 이 회장은 과거에도 직원들의 월급을 9800만원가량 주지 않아 고용노동부 임금상습체불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투자사기 의혹과 관련해선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장 : (고용된 분들한테 별도의 투자금 받은 건 반환이 안 된 건 맞나요?) 아는데도 투자하고 하는 거예요. 뭐 때문에 하겠어요? 이 사업 아이템 다 알아요. 그래도 하는 거예요.]
전문가는 직원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용한 비도덕적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임명호/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 그러니까 '너도 동조했어'라고 하는, 죄책감을 느끼게 가스라이팅을 합니다. 후유증이 더 오래가고 힘들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아요.]
[신진희/변호사 : 그 모든 건 모두 합의에 의한 거니까 다 네 책임이야, 나는 책임지지 않아라고 피해자들에게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는 치밀한 범죄로 보여요.]
이 회장은 지금도 회사를 운영하며 새로운 비서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취재 내용은 웨이브(Wavve)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악인취재기; 사기공화국' 3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링크 참조: https://www.wavve.com/player/vod?landing=season&programid=C9901_C990000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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