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를 마시면 미네랄 꽃 활짝 피우는 오묘한 샴페인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2023. 12. 3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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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0년 상파뉴 북단 몽타뉴 드 랭스 메흐피 마을서 탄생한 샤르토뉴 따이에/자크 셀로스 애제자 알렉상드르 ‘산소교환’ 방식 양조로 미네랄 극대화/부르고뉴처럼 배럴발효·숙성 통해 우아한 풍미 끌어내 

샤르토뉴 따이에 레 바흐. 최현태 기자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 입안에 살짝 침이 고이며 음식을 부릅니다. 바로 와인의 산도 덕분입니다.  생기발랄한 산도는 음식의 맛을 더욱 북돋아주고 입안을 깨끗하게 정리해주기도 합니다. 만일 산도가 없는 와인을 마신다면 아마 김 빠진 콜라를 마시는 느낌일 겁니다. 이런 산미는 화이트 와인은 물론, 샴페인 등 스파클링 와인에서 더욱 중요합니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버블과 산미가 잘 어우러지면 상쾌한 기분을 극대화시킵니다. 샴페인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덕목’이 있답니다. 바로 미네랄입니다. 굴 껍질이나 돌멩이를 혀로 핥는 듯한 느낌을 주는 미네랄이나 바다내음이 담긴 듯한 솔티한 미네랄은 과일향, 산미와 조화를 이뤄  더욱 풍부한 맛을 선사합니다. 이런 샴페인의 미네랄은 어디서 얻어질까요.
샤르도네. 샤르토뉴 따이에 인스타그램
◆상파뉴 포도 품종과 역할

샴페인의 뛰어난 산미와 미네랄은 품종과 토양 덕분입니다. 삼페인을 만드는 품종은 세가지. 레드품종 피노누아(Pinot Noir), 피노 뮈니에(Pinot Meunier), 그리고 화이트 품종 샤르 샤르도네(Chardonay)입니다. 16세기까지만 해도 상파뉴에서 주로 재배하던 품종은 이 세가지 아닌 다른 품종이었습니다. 상파뉴가 원산지인 고대품종 구애 블랑(Gouais Blancs)과 구애 누아(Gouais Noir), 프로멍토(Fromenteau)입니다. 구애 블랑과 피노종이 교배돼 다양한 품종이 탄생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품종이 샤르도네입니다. 학계에서 샤르도네 품종의 DNA를 조사한 결과 구애 블랑의 DNA와 88%, 피노누아 DNA와 79% 가량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샤르도네가 구애 블랑의 강한 산미와 피노 누아의  섬세한 과일향과 부드러운 질감을 모두 지닌 이유랍니다. 

피노누아. 샤르토뉴 따이에 인스타그램
세 품종 중 가장 중요한 품종을 꼽으라면 샤르도네입니다. 샴페인에 가장 중요한 산도와 신선한 과일풍미를 담당하기 때문이죠. 여기에 가장 파워풀한 피노 누아가 들어가면 와인이 탄탄해집니다. 피노 뮈니에는 피노 누아처럼 강렬함은 덜하지만 약간 씁쓸한 느낌과 부드러움을 부여합니다. 또 피노 뮈니에는 피노 누아보다 빨리 익는 장점이 있고 과일 풍미를 더 많이 보여줍니다. 세 품종중 피노 누아가 38%로 생산량이 가장 많고 피노 뮈니에 34%이며 샤르도네는 28%로 생산량이 가장 적습니다. 샤르도네로만 빚는 블랑 드 블랑(Blac de Blancs)이 아니면 거의 피노 누아가 들어가기 때문에 피노 누아 생산량이 가장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쵸크토양.
◆상파뉴 토양과 미네랄

상파뉴의 토양은 크게 쵸크(Chalk·석회토), 키메르지안 말(Kimmeridgiand Marl·이회토), 모래, 진흙 4가지입니다. 이중 상파뉴 생산자들이 최고의 토양으로 꼽는 것은 쵸크 토양. 최고 품질의 샤르도네가 바로 쵸크 토양에서 재배되기 때문입니다. 샴페인은 산도가 가장 중요한데 석회토양에서 자란 포도들이 우아한 산도를 움켜쥡니다. 석회토양은 쵸크와 라임스톤이 있으며 쵸크가 조금 더 미세한 구멍이 많아서 쵸크토양에서 포도를 재배하면 훨씬 더 가볍고 산도 높은 포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쵸크는 해양미생물의 껍질에서 나온 석회석 알갱이라 당연히 미네랄도 풍부합니다. 

상파뉴 주요 산지. 부르고뉴와인협회
우아한 산미와 풍부한 미네랄을 지닌 최고의 샤르도네가 생산되는 지역은 꼬뜨 드 블랑(Cote des Blancs)입니다. 상파뉴는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눕니다.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는 피노 누아를 주로 재배하며 그 왼쪽으로 길게 뻗은 평야지대인 발레 드 마른(Vallee de la Marne)에선 진흙 섞인 석회질 토양이 많아 살짝 축축한 토양을 좋아하는 피노 뮈니에가 주로 생산됩니다. 두 지역 사이 아래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꼬뜨 데 블랑(Cote des Blancs)은 산도 높은 샤르도네를 주로 재배합니다. 이름이 블랑일 정도로 토양이 거의 하얀색 쵸크이기 때문에 최고 품질의 삼페인을 탄생시키는 샤르도네가 바로 이곳의 그랑크뤼 마을에서 나옵니다. 꼬뜨 드 블랑 아래 꼬뜨 드 세잔(Cote de Sezanne)까지 쵸크 토양이 이어집니다. 반면 남쪽으로 한참 떨어진 꼬뜨 데 바(Cote des Bar)는 필록세라가 유럽 대륙을 휩쓴 뒤 포도가 급감하자 1900년대 이후 상파뉴로 편입된 곳으로 토양이 많이 다릅니다. 키메르지앙 말(Kimmeridgiand Marl), 즉 이회토로 진흙에 석회가 조금 녹아있는 정도로 그랑크뤼 마을도 없습니다. 다만 묵직한 피노 누아가 많이 재배돼 요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메흐피 마을 위치.
◆‘미네랄 장인’ 샤르토뉴 따이에

상파뉴에서 이런 미네랄을 극대화 시킨 곳이 샤르토뉴 따이에(Chartogne Taillet)랍니다. 한국을 찾은 와인메이커이자 오너 알렉상드르 샤르토뉴(Alexandre Chartogne)와 함께 대표 샴페인을 시음합니다. 샤르토뉴 따이에는 비노쿠스에서 수입합니다. 샤르토뉴 따이에의 역사는 1490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니콜라스 따이에(Nicolas Taillet)가 와이너리를 세웠고 18세기 샤르토뉴 가문과 합쳐지면서 샤르토뉴 따이에가 탄생합니다. 와이너리가 있는 몽타뉴 드 랭스 북쪽 메흐피(Merfy) 마을은 7세기 베네딕트 수도원인 생 티에리(Saint Thierry) 수도사들이 샴페인을 빚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곳입니다. 

한국을 찾은 알렉상드르 샤르토뉴(Alexandre Chartogne). 최현태 기자
2006년′ 샴페인 하우스를 물려받은 알렉상드르는 부르고뉴 리외디(lieu-dits)처럼 포도밭을 토양의 특징에 따라 파셀별로 세분화했습니다. 기본급을 제외하고는 포도밭 단일 구획별로 샴페인을 만듭니다. “아버지때는 뵈브 클리코 등 대형 샴페인 하우스처럼 포도밭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섞어서 샴페인을 만들었어요. 그때는 샴페인의 일정한 품질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렇게하면 포도밭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는 않아요. 그래서 나는 파셀별로 샴페인을 만듭니다. 포도밭마다 지층 구조와 토양이 모두 다 달라요. 샴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네랄인데 그 미네랄의 맛과 향이 밭마다 다르죠. 그럼에도 전에는 섞어서 만들었지만 나는 특별한 파셀의 떼루아를 드러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섞지 않는 답니다.”
레 바흐. 최현태 기자
◆산소교환 방식으로 미네랄 극대화

알렉상드르는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 자크 셀로스(Jaques Selosse)의 애제자로 1년동안 그의 샴페인 하우스에서 양조기법을 전수받았습니다. 따라서 자크 셀로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알렉상드르는 직접 고문서를 찾아내서 자기만의 양조 방식을 터득합니다. 바로 ‘산소교환’ 방식으로 대표 와인이 피노뮈니에 100%로 빚는 레 바흐(Les Barres)입니다. “샤르토뉴 따이에 와인들은 부르고뉴처럼 모두 오크통에서 발효와 숙성을 거칩니다. 이때 오크통에 포도즙을 가득 채우지 않고 공간을 두면 산소가 과일향을 좀 없애지만 대신 미네랄이 극대화됩니다. 피노 뮈니에는 떼루아의 미네랄을 감추는 경향이 있는 품종이라 산소교환 방식으로 양조하면 보다 풍성한 미네랄을 얻을 수 있어요. 산소교환 방식으로 양조해도 백악질 토양에서 나온 광물질과 효모막이 과도한 산화를 방지한답니다.”

모든 샴페인을 산소교환 방식으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미네랄이 풍성한 토양에서 자란 포도들은 그렇게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산소 교환방식 설명. 최현태 기자
피노뮈니에를 100% 사용하는 샴페인은 머피 지역 생산자인 제롬 프레보(Jerome Prevost)가 처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물이 좋아 요즘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피노 뮈니에는 당도가 좀 떨어져 샴페인의 골격을 잡기 위해서 섞던 품종인데 요즘 드라이한 샴페인이 점점 더 유행하면서 피노 뮈니에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랍니다. 샤르토뉴 따이에는 필록세라 영향을 받지 않은 오리지널 비니스페라 피노 뮈니에로 만들며 포도나무 수령은 70년이 넘은 올드바인입니다.
알렉상드르 샤르토뉴. 최현태 기자
오크 발효와 숙성. 샤르토뉴 따이에 인스타그램
◆배럴발효로 우아한 풍미도 끌어내

샤르토뉴 따이에 샴페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양조방식은 배럴발효와 숙성입니다. 이는 부르고뉴에서 사용하는 양조방식으로 처음부터 오크통에서 발효하면 오크향과 과일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우아하며 스파이시한 오크향을 얻게 됩니다. “18세기 전까지 부르고뉴와 상파뉴는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이후 상파뉴로 독일인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재배방식과 양조방식 생겨났고 대형 탱크에서 섞어서 만들기 시작했죠. 우리는 18세기 방식으로 돌아가 부르고뉴처럼 밭별로 분리해서 숙성하고 오크통에서 발효와 숙성을 거칩니다.” 

샤르토뉴 따이에 셀러. 인스타그램
우르뜨비즈. 최현태 기자
228ℓ에서 6ℓ까지 다양한 크기의 오크통을 사용하고 새 오크 비중은 매년 달라지는데 5∼20% 정도 사용합니다. 오크통 숙성은 9∼24개월이고 2차 병발효와 숙성은 기본급도 3∼4년을 진행하니 샴페인이 맛있을 수 밖에 없네요. 1980년대 심은 샤르도네 100%로 빚는 우르뜨비즈(Heurtebise)는 이런 배럴 발효와 숙성의 장점을 잘 보여줍니다. 부르고뉴의 마을단위 샤르도네 퓔리니 몽라셰를 샴페인으로 만든 것처럼 아주 우아한 오크향과 미묘한 화이트페퍼 향이 과일향과 잘 어우러집니다. 여기에 미네랄 덩어리를 녹인 것처럼 풍성한 미네랄이 더해집니다. 228ℓ 오크통에서 뚜껑을 열고 9∼18개월 발효와 숙성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솔티한 미네랄을 더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오히조. 최현태 기자
오히죠 배럴숙성. 홈페이지
피노누아 100%로 빚는 오히조(Oriseaux)는 부르고뉴에서 2∼9년 정도 사용한 오크통으로 발효와 숙성을 거칩니다. 파셀의 미네랄이 뛰어나 우르뜨비즈와 달리 오픈 발효하지 않습니다. 바디감이 너무 묵직해지지 않도록 발효과정에서 효모와 함께 저어주는 바토나주는 생략합니다. 오히조 구획 포도는 수확 후 빠르게 자연발효와 젖산발효가 진행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레 로제 브뤼. 최현태 기자
레 로제 브뤼는(Le Rose Brut)는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를 블렌딩한 로제 와인으로 가끔 피노 뮈니에도 사용합니다. 우아하며 섬세한 산도와 미네랄이 잘 느껴지고 신선하면서도 잘 익은 풍성한 과일향이 매력입니다. 단일 빈티지를 많이 사용하며 228∼350ℓ 오크통에서 자연 효모로 발효와 숙성합니다. 필터링은 하지않고 잔당은 6g정도로 브뤼 스타일 중 당도가 낮은 편입니다. 
생 안느. 최현태 기자
기본급인 생 안느(Saint Anne)는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를 절반씩 섞어 만듭니다. 13개 구획 포도를 섞어서 만들며 신선한 레몬 껍질로 시작해 잘 익은 사과가 더해지고 시간이 지나면  오크숙성과 오랜 병숙성에서 얻은 효모향인 비스킷향과 토스티한 향들이 더해집니다. 솔티한 미네랄과 쌉싸름한 끝맛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와인의 질감과 밸런스를 지키기 각 포도밭 구획의 특징을 잘 드러내기 위해 필터링을 하지 않습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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