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글꼴 속 ‘다람쥐’ 문구에 숨겨진 비밀은 이렇다 [별별테크]
어릴 적부터 유독 컴퓨터 글꼴에 관심이 많았어요. 새 글꼴로 바꾸고 나면 기분이 환기되는 경험을 하곤 했죠. 희귀 글꼴을 찾아보겠다고 밤을 지새운 날도 여러 번이었어요.
글꼴을 확인하고 설치하려면 꼭 글꼴 파일을 하나하나 열어줘야 하는데요. 그때마다 매번 똑같은 문장을 마주하곤 합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있어요. ‘다람쥐 헌 쳇바퀴에 타고파. 1234567890’ 이런 문구는 크기를 키워가며 아래 계속 이어집니다.
글꼴을 미리 보여주기 위해 한글과 사용한 걸로 짐작은 가는데, 많은 문구 중 왜 하필 ‘다람쥐 헌 쳇바퀴에 타고파’를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었어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윈도우 컴퓨터 글꼴 파일에는 이 문구가 적혀있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동일한 문구가 윈도우 컴퓨터에 계속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문구에 숨겨진 의미는 무엇이고 운영체제나 파일마다 차이는 없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해요.
윈도우 글꼴의 서막…’비스타’로 시작
1990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2.0 운영체제(OS)에서 처음 글꼴 기능을 출시했습니다. 1992년 윈도우 3.1부터 바탕체가 기본 글꼴로 탑재되기 시작했고요. 이후 점차 많은 기본 글꼴이 윈도우 운영체제에 탑재되기 시작했죠.
2007년 윈도우 비스타(Vista)에서 출시된 굴림체도 잘 사용 중인 기본 서체 중 하나죠. 그리고 이때 우리가 의문을 가지고 있는 ‘다람쥐 헌 쳇바퀴에 타고파’라는 문구도 윈도우 한글 글꼴 파일에 적용됐어요. 이후 윈도우 비스타 이상 운영체제에서 같은 문구가 보이게 됐죠.
내 PC > 로컬 C드라이브 > Windows > Fonts 순서대로 들어가면 PC에 저장된 많은 글꼴 파일이 보일텐데요. 해당 폴더에서 눈에 보이는 아무 파일을 누르더라도 같은 문구만 뜨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요.
다람쥐가 새 쳇바퀴를 타면 안 될까?
그렇다면 윈도우가 개별 글꼴 파일에 ‘다람쥐 헌 쳇바퀴에 타고파’ 문구만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팬그램’에 있어요. 팬그램이란 모든 글자를 최소 한 번 이상씩 사용해서 만들어진 문구를 의미해요.
팬그램은 글꼴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타내야 하는 표본에 자주 사용된다고 해요. 모든 글자 모양을 보여줘야 하는 글꼴 샘플 등이 대표적이죠. 사용자는 팬그램을 통해 글자의 모양과 차이를 알고 사용할 수 있어요. 문구는 짧을수록 가치가 높다고 해요. 짧은 문장에 모든 글자를 담는 것은 쉽지 않지만, 보는 사람에게 쉽고 간결하게 와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윈도우의 팬그램을 자세히 보면 기본 자음 14개만 모두 들어갔을 뿐 우리가 아는 쌍자음(ㅉ⋅ㅃ⋅ㄲ 등)나 겹받침(ㄳ⋅ㅄ⋅ㅀ 등)과 같은 복합자음은 없죠. 21개의 모음이 모두 적용되지 않은 문구이기도 하고요.
한글 특성상 완벽한 팬그램을 구현하긴 어려워요. 자음의 경우 초성과 받침으로 사용되는 모양이 달라지고, 모음의 경우에는 이중모음(ㅘ⋅ㅙ⋅ㅞ 등)도 많아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해요.
‘영어’에 더 사용하기 좋아…다른 팬그램들은
한편 한글보다 영어가 더 팬그램에 최적화된 형태를 보인다고 해요. 윈도우 운영체제 언어를 영어로 변경하면 이를 확인할 수 있죠. 영어로 변경된 운영체제에서 글꼴 파일은 ‘다람쥐 헌 쳇바퀴에 타고파’ 대신 'The quick brown fox jumps over the lazy dog’ 문구를 사용하고 있어요.
이는 알파벳 26개를 모두 적용한 대표적인 영문 팬그램이죠. 쉬운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모든 알파벳을 사용한 예시도 다른 언어보다 특히 많은 편이라고 해요. 그런 이유로 다양한 영문 팬그램이 여러 기업의 글꼴을 보여주는 예시 문구로 활용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애플은 ‘How razorback-jumping frogs can level six piqued gymnasts!’ 문구의 팬그램을 매킨토시 시스템 7 운영체제에 사용했고요. 어도비는 레이아웃 소프트웨어인 어도비인디자인(AdobeInDesign)에 ‘Sphinx of black quartz, judge my vow’라는 팬그램 문구를 폰트 샘플로 사용하기도 했죠.
그냥 지나쳤던 글꼴 파일에도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게 신기하기만 한데요. 특히 영어와 한글의 언어 특성상 달라지는 팬그램의 차이, 흥미롭지 않나요?
테크플러스 최현정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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