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글도 마음대로 못 올리는 세상[스경연예연구소]
지난 27일 배우 이선균이 마약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억울함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예계는 물론 사회 전체가 큰 충격에 빠진 가운데 타인의 비극을 소득 수단으로 삼는 사이버 렉카와 이를 놀잇감으로 소비하는 대중, 그리고 연예인에게 무리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민 잣대, 후진적인 경찰의 수사 관행 등 대한민국 여러 문제점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SNS에 올리는 애도글도 마찬가지다. 고 이선균의 지인과 스타들이 SNS를 통해 추모글을 올렸지만 그 글을 비난하는 이들로 인해 업로드와 삭제가 이어지고 있다. 본래 SNS는 개인의 공간이지만 어느새 연예인들의 공식 입장을 밝히는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작사가 겸 방송인 김이나는 고 이선균 사망일인 지난 27일 SNS에 “어디서 흘러나온지도 모르는 녹취록을, 누가 그런 나를 볼세라 이어폰을 꽂고 몰래 들으며 어머어머 하고, 관련영상으로 뜨는 비슷한 가십성 컨텐츠도 클릭해보고, 자극적인 기사 타이틀을 보면 슥 훑어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 기사 봤어?’라고 얘깃거리삼고”라고 시작하는 글을 적었다.
그러면서 “‘실패한 수사로 보이지 않으려 너무 자극적 사생활 이슈를 흘리는거 같다’는 남편의 얘기를 듣고서야 짐짓 ‘그래 맞어 너무한거 같네’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 후로도 똑같이 뭐가 나오면 들여다보고, 마지막에 ‘너무 사람 망신주기하네, 심하다’라는 말로 스스로 면죄를 하던 내 모습이 선명해서 차마 감히 추모도 못 하겠는 마음”이라며 “차라리 악플러이거나 아예 그런 기사에 관심을 끄는 사람이 아닌, 그 가운데 어디쯤에 있는 어쩜 제일 비겁한 부류에 있는 게 나네. 사진도 검은 사진이나 그런거 올릴 자격도 못 되는거 같아 진짜 그냥 아무사진. 어떻게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라며 자아성찰이 담긴 반성글을 남겼다.
그러나 이후 글 안에 은근히 대중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한다는 뉘앙스가 담겼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뒤따랐다. 많은 누리꾼은 “불특정 다수 안에 숨지 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김이나가 지금 같은 시기에 쓰는 저런 글을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선균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만한 일을 한건 맞다. 다만 그게 죽음으로 갚아야하는 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추모를 하고 싶으면 간단히 추모한다고 쓰면 될일이다. 마치 제3자들이 열린 귀로 들어온 가십을 돌아본 사람들까지 다 끌고들어가 ‘나는 이렇게 반성하는데 너희는 어때?’ 식의 화법은 솔직히 역하다”고 표현했다. 누리꾼의 해당 글은 커뮤니티 등으로 퍼져 많은 이들이 공감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김이나는 자신의 애도글을 삭제했다.
배우 이지훈 역시 고 이선균의 사망 당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인이 겪어보지도,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사람들의 말, 정말 공정할까, 평등할까”라면서 “뉴스, 유튜브, 부풀린 소문, 누가 누굴 평가하는가, 본인들은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잘살고 있는가”라는 분노 섞인 글을 남겼다. 이에 몇몇 대중은 “연예인들이 대중이 이선균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가스라이팅 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고 이 글 역시 삭제됐다. 이지훈은 검은 사진만 남겨 애도의 뜻을 표했다.
지난 28일 하림도 SNS에 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과 함께 애도의 글을 남겼다. 하림은 “감히 짐작할 수는 없지만, 한순간 돌아선 대중의 사랑에 대한 배신감과 그들의 관음증에 대한 응징으로 그렇게 사라진 게 아니었을까. 잔인한 이 세계를 부디 용서해 주세요”라고 적었다.
그러나 하림이 올린 그림은 ‘뮤즈의 복수’로, 남성 작가들로 의해 도구처럼 사용된 모델의 복수가 담긴 작품이었다. 이는 뮤즈를 여성으로 구분짓고, 도구로만 사용하는 남성 중심 예술계를 비판하는 작품이기에 이선균의 애도를 위해 해당 작품을 사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결국 하림은 해당 추모글을 삭제했다.
배우 신현준은 29일 SNS에 이선균이 사망한 장소인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을 방문해 술과 꽃다발을 둔 모습을 게재했다. 앞서 신현준이 ‘협박은 살인이다’라는 글을 남긴바 있어 고 이선균에 대한 그의 분노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몇몇 누리꾼들은 왜 하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장소를 찾아가 그를 추모하느냐는 의견을 냈다.
많은 누리꾼들은 “고인에 대한 추모마저 검열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슬프다” “제발 입 좀 다물자. 이런 의견 하나하나가 고인을 죽음에 내몬 것” “남이 뭘 하던 말던 신경 좀 쓰지말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고 대중과 소통하자고 만든 SNS이지만,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면 비난을 받는 공간이 됐다. 마음을 털어 놓을 곳은 사실 일기장 뿐이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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