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글 받을 것 같았다"...손아섭이 겨우내 흘린 땀방울의 결실, 지켜본 이들은 알았다

조형래 2023. 12. 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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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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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 "골든글러브 받을 것 같았다."

NC 다이노스 손아섭은 지난 2021년, 15년 만에 정든 고향팀 롯데를 떠났다. 4년 64억 원 계약을 맺고 '옆동네' 창원으로 둥지를 옮겼다. 롯데의 홀대와 외면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손아섭으로서는 이를 악물 수밖에 없는 이적 첫 시즌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서 최악의 시즌을 경험했다. 손아섭은 2022년 138경기 타율 2할7푼7리 152안타 4홈런 48타점 OPS .714의 기록에 그쳤다. 연속시즌 150안타 기록은 이어갔지만 전체적인 타격 생산력은 모두 최저점이었다.

손아섭에게 이런 부진의 시즌은 스스로를 당황하게 했다. 그는 "지난해는 내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 작년에 처음으로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기술적으로도 벽에 부딪혔다는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승승장구 해오던 손아섭은 위기감에 강정호를 찾게 했다. 타격 고수들을 찾아다녔고 현역 시절에도 절친했던 강정호는 자신의 문제를 가감없이 말해주고 지적해줄 수 있는 대상이었다. 음주운전 적발 이력으로 한국에서 커리어는 끝났지만 로스앤젤레스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자신이 그동안 갖고 있던 타격 이론들을 전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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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은 강정호의 지도를 바탕으로 강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생성하는 폼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변화보다는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려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루틴까지 새롭게 정립했다. 

겨우내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손아섭은 강정호의 도움을 받고 과거 '안타장인'의 위상을 되찾았다. 외야수보다 지명타자 출장 빈도가 높아지면서 체력적인 부담이 줄어든 것도 부활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손아섭이 변화의 시도가 우선이었다. 140경기 타율 3할3푼9리(551타수 187안타) 5홈런 65타점 OPS .836으로 활약했다. KBO리그에서 아무도 못한 8년 연속 150안타라는 대기록까지 달성했다. 

손아섭은 2013년과 2020년 타율 2위의 아쉬움을 딛고 커리어 첫 타격왕 타이틀을 수상했다. 2012~2013년, 2017년에 이어 통산 4번째 최다안타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그리고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따냈다. 

손아섭은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끝나고 "절박하게 준비했다. 에이징 커브 얘기도 나왔고 위기감이 왔다. 조금 더 정신 차리고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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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의 레슨 내용에 대해서는 "(강)정호 형의 레슨이 엄청 특별하진 않다. 다만 디테일하다. 훈련의 방향성과 스윙 매커니즘 교정 이유를 정확하게 팩트로 설명해준다. 받아들이기 쉽게 방향성을 제시해준다"라며 "형이 지름길을 알려준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돌아가지 않는 빠른 길을 가르쳐준다. 잊고 있었던 나만의 매커니즘을 찾는 계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훈련 강도가 낮은 편은 아니다. 강정호 역시도 한국을 평정하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시행착오 끝에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며 실력을 증명했다. 이러한 노력이 레슨 내용에 녹아들어 있다. 손아섭은 "정호 형도 미국에서 좋은 투수들을 만나면서 스스로 많이 느낀 부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라며 "형도 숨은 고수를 찾아다니며 타격 공부를 했고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이론을 말해줬다. 형의 만족도에는 내가 많이 못 미친다. 내가 그 훈련량을 다 소화하지 못한다"라면서 자신을 일깨워준 강정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지난 1월, 손아섭의 노력을 곁에서 지켜본 인물들은 손아섭이 흘린 땀을 알고 있었다. 롯데 시절부터 절친했던 허일 아주사퍼시픽대학교 타격 코치는 손아섭의 개인 훈련 당시,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손아섭의 부활을 도왔다. 허일 코치는 "시즌 중에도 일주일에 3~4번씩 통화를 했다. '내가 지금 치는 게 어떻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나도 내가 본 그대로를 얘기해주곤 했다"라면서 "사실 (손)아섭이 형은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라면서 시즌 중에도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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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의 모습에 허일 코치 역시도 손아섭의 부활을 의문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손아섭의 노력과 흘린 땀은 허 코치의 생각도 바꿔놓았다. 허 코치는 "떠날 때 타격왕은 모르겠다. 하지만 골든글러브는 다시 받을 것 같다. 다시 잘할 것 같다고 말해줬다"라면서 "아섭이 형이 잘하니까 나도 기분이 좋다"라고 웃었다. 손아섭은 지난해의 좋은 기억을 안고 다시 강정호가 머무는 로스앤젤레스로 향한다. 시기는 1월 중순. 

손아섭은 2024시즌 역사적인 순간과 마주할 예정이다. 그렇기에 더욱 특별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다. 통산 2416안타를 기록 중인 손아섭은 89안타만 더 때려내면 박용택의 KBO리그 최다안타(2504개) 기록을 뛰어넘게 된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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