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 제소 "가자지구 민간인 집단 학살"

김지원 기자 2023. 12. 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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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어린이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주택을 바라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특정 인종·집단 말살)’ 혐의로 제소했다.

29일(현지 시각) 로이터·CNN 등에 따르면, 남아공은 유엔 사법기관인 ICJ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족을 파괴하려는 구체적인 의도를 갖고 제노사이드에 가까운 일을 벌이고 있다” 며 “제노사이드 협약에 따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제노사이드는 민족·국적·종교·인종 등을 이유로 한 집단을 고의적으로 말살하는 행위를 뜻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이 저질렀던 유대인 홀로코스트다. 이후 1948년 유엔은 집단학살 형식의 인종 청소 재발을 막기위해 제노사이드를 국제 범죄로 규정하고, 각국이 협력해 범법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협약을 만들었다. 남아공과 이스라엘은 모두 제노사이드 협약 당사국이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리오르 하이아트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남아공이 퍼뜨리고 있는 비방과 제소 사실에 대해 이스라엘은 혐오감을 갖고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또 “남아공이 이스라엘 국가의 파괴를 요구하는 테러 조직과 협력하고 있다”며 “남아공의 주장은 사실적·법적 근거가 모두 부족하다”고 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역시 “우리는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테러집단 관련자가 아닌 이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수년 간 팔레스타인의 국가 수립을 지지해온 남아공은 개전 이후 이스라엘을 강도높게 비판해왔다. 지리·종교적으로 팔레스타인과 공통점은 크지 않지만, 과거 자국이 겪었던 역사적 경험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남아공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곤경을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 정책)시기 남아공의 흑인들이 겪었던 곤경에 비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남아공의 행보가 최근 서방 국가보다는 개발도상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흐름과 연관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남아공은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신흥경제국 협력체인 ‘브릭스(BRICS)’ 회원국이다.

한편 이날 가자지구 당국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187명이 숨지면서 누적 사망자가 2만1510여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북부 지상을 대부분 장악한 이스라엘군은 최근 중남부에서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 도시 가자시티에서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은신처 중 한 곳을 파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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