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전통주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명욱의 술 인문학]

2023. 12. 3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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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의미 있는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다녀왔다.

문헌에 있는 전통주를 개인들이 복원하는 행사로, 좋은 쌀과 좋은 물, 그리고 정성을 들여 빚은 술을 경합하는 자리다.

흔히 말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인물이 전통주 복원 대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이다.

MZ세대가 전통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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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의미 있는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다녀왔다. 한국가양주연구소(소장 류인수)가 주최한 궁중술 빚기 대회. 문헌에 있는 전통주를 개인들이 복원하는 행사로, 좋은 쌀과 좋은 물, 그리고 정성을 들여 빚은 술을 경합하는 자리다.

이번 테마는 바로 임원경제지, 양주방, 술방문 등에 기록된 석탄주(惜呑酒). 애석할 석, 넘길 탄, 술 주로 ‘향이 너무 좋아 넘기기 애석하다’는 시적인 의미를 품은 술이다. 대상은 김소현씨가 수상했다. 나이가 지긋이 든 중장년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1980년대 출생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흔히 말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인물이 전통주 복원 대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이다.
지난달 초 경기 수원에서 열린 궁중술 빚기 대회에서 일반인 심사위원들이 대회에 출품된 술을 시음하는 모습. 심사위원 대부분이 MZ세대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신기할 필요도 없다. 이날 행사의 모습만 봐도 이러한 상황을 알 수 있다. 일반인을 중심으로 한 국민심사위원이 참여했는데, 상당수가 바로 MZ세대였기 때문. 대상 수상자도 MZ, 일반인 심사위원도 MZ세대가 중심.
MZ세대가 전통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전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면서 그 관심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배경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첫째로 전통주는 와인 및 위스키와 달리 국내에서 유일하게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주류다. 성인 인증을 하면 클릭 몇 번으로 도어 투 도어(문에서 문으로)로 집으로 온다. 스마트폰 등에 능숙한 MZ세대에게 익숙한 것은 당연할 것이다. 둘째로 일반 소주 및 맥주보다는 가격이 높지만 와인 및 위스키보다 가격이 낮다. 다른 고급 주류에 비해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다양한 이야기 및 가치 소비를 담고 있다. 모든 소비에 의미를 부여하는 최근 소비 형태를 볼 때 지역 농산물, 장인 철학 등이 담긴 전통주 소비는 공익적 소비라는 가치로 이어지고 넓게 보면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소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넷째는 창업 시장의 활성화다. 농식품부의 제도 개선으로 이전보다 저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소규모 주류제조면허 및 지역 특산주 시장이 열렸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만큼 MZ세대의 창업에 대한 열망이 커진 상태라고 본다. 다섯째는 무엇보다 MZ세대가 가장 많은 해외여행, 해외 연수, 유학을 준비하는 세대라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이들은 해외를 가지 못했고, 그 남은 시간과 비용을 취미 및 경험 쌓기에 투자했다. 그리고 그 투자한 부분 중 중요한 항목이 바로 전통주였던 것이다. 즉 소비가 취미로, 취미가 소장과 창업으로 이어진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MZ가 계속 소비시장의 헤게모니(주도적 지위)를 쥐고 갈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끝난 이후로는 시장이 조금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이에 생긴 팬층을 잘 관리하고 이어 갈 필요는 있다. 젊었을 때의 기억이 평생을 좌우하는 만큼, 이들의 추억 속에서 전통주가 살아남아야 지금처럼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나의 20대 때 최고 인기곡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아직도 내 노래방 ‘18번’인 것처럼 말이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교육 원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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