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 홍석천→풍자, 연예대상 받는데 30년 걸렸다 [Oh!쎈 이슈]
[OSEN=하수정 기자] 홍석천, 하리수, 그리고 풍자까지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 연예인들이다. 과거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방송에서 퇴출당하고 활동을 중단한 암흑기가 있었지만, 올해는 눈에 띄는 변화가 포착됐다.
개그맨 겸 방송인 홍석천은 1995년 제4회 KBS 대학개그제에서 입상하며 공채 12기로 데뷔했다. 데뷔 초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2000년 9월 커밍아웃을 계기로 삶이 180도 달라졌고, 국내 최초 커밍아웃 1호 연예인이 됐다. 프로그램에서 잘리고 백수가 된 그는 이태원 요식업계 황태자로 부활해 방송국에서 섭외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야말로 인생역전이다.
'마녀사냥' '냉장고를 부탁해' '정글의 법칙' '마리텔' '메리퀴어' 등 예능을 비롯해 '완전한 사랑' '태양을 삼켜라' '트라이앵글' '절대그이' '징크스의 연인' 등 드라마까지 작은 역할도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서 활동했지만, 유독 시상식과는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 12월 31일 홍석천은 SNS에 "어른이 되고 연예계에 들어와 30년 가까이 연말에 상 받은 적이 없는 듯 하네. 열심히 달려왔다 생각했는데. 재능이 부족했는지 열정이 부족했는지 인간성이 별로였는지 운이 없었는지 아니면 별별 부족함으로 이 연말에 상 한번 못 받아보고 심지어 그런 행사에 한번 제대로 초대도 받지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렸어"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나도 참 바삐 살고 일 열심히하고 진심을 다하고 있는데. 아직도 한참 부족한가 봐"라며 "그냥 갑자기 엄마 아빠한테 죄송해서 그래. 이거저거 다 많이..멋진 아들 보여 주고싶었는데.. 부끄럽지않은 아들이고 싶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연말이라 그래 그냥 그래..트로피 없는 인생이지만 삶은 트로피보다 더 가치있는 작은 기쁨들로 가득 차 있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랬던 그가 지난 7월 열린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 남자예능상 후보에 올랐고, 데뷔 후 처음으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30년 방송생활에 큰 추억을 만들어주셨다"며 고마워했고, 덱스를 향해 남긴 축하의 볼뽀뽀가 최고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선배 홍석천이 30년 간 이루지 못했던 트로피의 한을 후배 풍자가 풀었다.
12월 29일 오후 생방송된 '2023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는 트랜스젠더 풍자가 여자 신인상을 수상하며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전지적 참견 시점', '세치혀'에서 활약한 공을 인정 받은 것.
무대에 오르면서 눈물을 흘린 풍자는 감정이 북받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상을 받을 줄 모르고 짬뽕을 먹고 왔다"며 "'전참시' 촬영 가면 반겨주시고 이뻐해주는 영자 선배님, 은이 선배님, 병재 씨, 세형 오빠, 구라걸즈 국주 언니, 기루 언니 다들 너무 감사하다. 항상 친구처럼 예쁘게 해주시는 우리팀도 너무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풍자는 "아직도 집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혹시나 사회에서 설움이 있을까, 배제당할까 걱정하시는 저희 아빠에게 '저 이렇게 사랑받고 있고, 인정받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감사하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유튜버로 출발한 풍자는 '풍자테레비'에서 남다른 입담으로 눈길을 끓었고, 자신의 장점과 특기를 제대로 살린 콘텐츠 '또간집'을 만나면서 화제성이 폭발했다. 매회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현재 고정 예능만 SBS '덩치 서바이벌-먹찌빠'를 포함해 '성지순례', '지구별 로맨스'까지 3편으로, 유튜브와 모바일 예능을 모두 더하면 '내편하자2', '또간집' '풍자애술' 등 수 십편에 달한다.
수익도 늘어난 풍자는 여동생 전셋집을 마련해주고, 아버지의 집도 사줬다고. 본인은 월 18만원짜리 고시원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 한남동에 입성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여전히 한국은 보수적인 사회로 성소수자에게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끼와 재능을 겸비한 이들의 부단한 노력을 사람들이 인정하고, 대중들의 인식도 점점 바뀌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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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홍석천 SNS, MBC 제공, '강심장VS' '2023 MBC 방송연예대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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