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족쇄 경기도의회, 지방의회 역량 강화 '잰걸음' [핫이슈]
인사권 독립 불구 조직권·감사권·예산권 없어
반쪽짜리 권한 오명… 독자적 인사 관리 한계
정책지원관 1명이 도의원 2명 보좌도 불합리
전국 최대 지방의회인 경기도의회가 정부의 규제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자치법 정부 개정안의 시행으로 인사권 독립 등 위상이 높아졌음에도 지방의회법과 같은 독립 법률 부재에 따라 각종 권한을 보유하지 못하면서 역량 강화에 제약이 뒤따른 것이다.
■ 염종현 의장, “국회, 지방자치 철학 없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부천1)은 지난 6일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12월 월례조회를 통해 제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의회법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를 냈다. 국회를 향해 “지방자치와 자치 분권의 철학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 역시 가했다.
30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1월부터 2021년 말까지 총 3건의 지방의회법 제정안이 국회의원들에 의해 대표 발의됐으나 안건 모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머물고 있다. 제21대 국회 임기 내 안건 통과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지방의회법의 필요성은 다분하다. 국회법을 적용받는 국회와 달리 지방의회는 이러한 법안 부재 속 지방자치법이 적용된다. 하지만 지방자치법의 기조는 지방자치단체에 집중됐으며 일례로 해당 법안의 조문 211개 중 68개인 32%만이 지방의회 관련이다. 지난해 1월 인사권 독립 등을 얻었음에도 경기도의회는 조직권과 감사권, 예산권이 없어 반쪽짜리라는 오명을 얻는 이유다.
■ 기형적인 조직 구조, 인사권 독립하면 뭐 하나
감사권의 부재는 도의회의 인사 관리 한계를 유발하고 있다. 공공감사법에 따르면 자체 감사기구를 설치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범위에는 지방의회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러한 기형적인 구조는 의회사무처 직원이 비위를 저질러도 도의회는 징계 요구만을 진행할 수 있을 뿐 감사(조사) 자체를 할 수 없게 한다.
이 때문에 비위 직원은 경기도의 조사를 받은 후 도의회 인사위원회에서 징계 의결 절차를 받아야 하는 등 비정상적인 구조에 놓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의회 내 자체 감사기구 설치 근거가 되는 공공감사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이마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기에 지방의회 스스로 기구와 정원을 결정할 수 있는 자체 조직권마저 없는 상태여서 도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도의회가 조직 개편 추진 시 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 태생적 한계 부딪힌 정책지원관…3급 직제 신설 필요성도
도의회 조례는 올해 초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1천113건이다. 같은 기준에 따른 지난 2019년 초 776건보다 337건인 43% 증가했다. 인구 증가에 따른 민원의 복합화와 교통 및 주거 등 다양한 개발 사업에 따라 조례의 필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심도 있는 의정활동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정책지원관 제도가 탄생했다. 이에 따라 도의회는 올해 5월30일 의원 정원 156명 중 절반인 78명의 정책지원관을 임용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의원 정원의 50% 이내를 임용하도록 규정한 것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정책지원관 한 명이 의원 두 명을 보좌하는 구조인 만큼 의원과 정책지원관 모두 혼선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A정책지원관이 소속 정당이 다른 의원을 보좌할 경우 업무처리에 혼선을 겪을뿐 더러 의원 의정활동의 기밀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더욱이 의원 두 명당 정책지원관 한 명이라는 태생적인 한계 탓에 안건의 신속성과 정확성 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의회사무처 중간 직제 신설도 시급한 사안이다. 현재 도의회 사무처장 직급은 2급이며 4급 전문위원 사이인 3급 부이사관 자리는 정부 지침에 따라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도의회 사무처장에 행정 업무가 가중되는 한편, 통상적으로 3급인 도의 실·국장보다 급수가 낮아 대등한 위치에서 견제와 감시를 진행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염종현 의장은 “전국 최대 광역의회로서 지방과 중앙을 잇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이를 위해 지방의회의 목소리를 통합하고 확성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지방의회법 제정은 시대적 요구”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부천1)이 지방의회에 대한 법령 부재에 따른 공백을 우려하면서도 지속적인 건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염종현 의장은 27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 지역실정을 담아낸 현안 해결을 위해 지방의회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지방의회 제도를 개선하는 조직·운영 등을 규정하는 법률을 제정해 위상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염 의장과의 일문일답.
Q. 예산권, 감사권 등 도의회 기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사안은?
A. 조직권과 예산편성권 없이 지방의회의 손발을 묶어둔 상태에서 주민의 의정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도의회는 이러한 대책을 두루 담은 3대 분야 9개 과제로 구성된 ‘경기도의회 혁신과제’를 도출했다. 자치분권발전위원회 활동에 박차를 가해 입법화될 수 있게끔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Q. 지방의회법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해달라.
A. 지난 1년간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활동을 해 왔다. 지난 6월 ‘지방의회법안 국회 의결 촉구 건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양당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우리는 이미 32년이라는 인고의 세월 끝에 모든 지방의회의 숙원인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을 끌어낸 경험이 있다. 지방의회법 제정은 한시적 사안이 아니라 지방의 염원이자 필수 불가결한 과제인 만큼 소통과 건의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Q. 3급 직제 신설과 정책지원관 정원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인 것인가.
A. 3급 직제 신설은 도의회 위상 확대에 걸맞은 조치다.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지방의회의 숙원과제를 전달했고, 지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책지원관에 대해선 궁극적으로 1인1정책지원관제가 시행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의원면직 등 결원 발생 시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신속한 채용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는 평가 및 충원계획을 철저히 수립하고, 외부적으로는 지방자치법의 조속한 개정을 위해 타 시·도의회와 함께하며 국회에 지속 건의하겠다.
이정민 기자 jmpuha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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